[이창섭의 MLB스코프] '두 번째 기회' 와일드카드, 어느 팀이 유리할까
[스포티비뉴스=이창섭 칼럼니스트] 메이저리그 와일드카드 제도는 1994년에 생겼다.
동부지구와 서부지구로 이분화됐던 양 리그에 중부지구가 새롭게 추가되면서, 포스트시즌 세 번째 라운드인 디비전시리즈가 신설됐다. 이로 인해 각 지구 우승팀과 맞붙을 '제4의 팀'이 필요했다. 사무국은 지구 우승을 하지 못한 팀들 중 가장 승률이 높은 팀에게 이 자격을 부여했다. 일명, 와일드카드 팀이었다.
1994년은 선수 파업으로 시즌이 중단되면서 수혜를 입은 팀이 없었다. 그래서 포스트시즌 역사상 와일드카드 첫 팀은 1995년에 나왔다. 아메리칸리그 동부지구 2위 뉴욕 양키스, 내셔널리그 서부지구 2위 콜로라도 로키스였다. 1981년 이후 처음으로 포스트시즌 진출을 이뤄낸 양키스는 이 와일드카드가 향후 13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의 출발점이었다.
처음에 미적지근했던 와일드카드는 갈수록 반응이 뜨거워졌다. 포스트시즌 관문이 넓어지면서 더 많은 팀들에게 희망이 생겼다. 도전자가 늘어나면 경쟁이 치열해진다. 경쟁이 치열해지면 시즌 열기는 더 뜨거워진다. 덕분에 메이저리그는 인기를 되찾았다.
2011년 11월, 사무국은 호시탐탐 기회를 노렸던 새 규정을 발표했다. 와일드카드를 리그당 두 장으로 늘린 것이다. 그러면서 2012년부터 디비전시리즈에 앞서 단기전으로 펼쳐진 와일드카드 경기가 마련됐다. 이 경기 승자가 디비전시리즈에 올라갔다.
포스트시즌 흥행은 대성공이었다. 호흡이 긴 정규시즌과 달리, 짧은 시간에 모든 걸 쏟아붓는 총력적은 차별화된 재미가 있었다. 이에 사무국은 포스트시즌이 더 확대되길 바랐다. 그 결과 와일드카드는 지난해 리그당 세 장까지 늘어났다. 지구 우승 팀들을 제외한 리그 승률 1,2,3위가 포스트시즌에 진출했다. 지구 우승 세 팀 중 가장 승률이 낮은 팀은 와일드카드 3위와 3판2선승제 와일드카드 시리즈를 가져야 했다.
이로써 포스트시즌에 나갈 수 있는 팀들은 12팀이 됐다. 리그 15팀 가운데 6팀이다. 대놓고 리빌딩을 하지 않는 이상, 여차하면 포스트시즌을 넘볼 수 있게 됐다. 그래서 각 팀들은 이번 트레이드 마감시한 직전까지 눈치 싸움을 했다.
AL 와일드카드 순위
1. 탬파베이 (+5.0경기)
2. 휴스턴 (+2.5경기)
3. 토론토
4. 시애틀 (-1.0경기)
5. 보스턴 (-3.0경기)
6. 양키스 (-4.0경기)
당초 아메리칸리그 와일드카드는 동부지구 팀들의 강세로 점쳐졌다. 같은 지구 내 맞대결이 줄면서 기본적으로 전력이 탄탄한 아메리칸리그 동부지구 팀들은 성적이 오를 것으로 기대됐다. 실제로 아메리칸리그 동부지구 5팀은 아직까지도 모두 5할 승률 이상을 기록 중이다. 최하위 뉴욕 양키스도 지구 우승은 힘들지만, 와일드카드 3위는 가시권에 있다.
동부지구 팀들의 독차지를 막으려는 시애틀의 약진도 눈에 띈다. 트레이드 마감시한에 마무리 폴 시월드를 넘기는 등 영입보다 판매에 치중했는데, 오히려 성적은 계속 상승세를 타고 있다. 7월 이후 24승10패로, 같은 기간 유일한 7할 승률 팀이다(0.706).
시애틀의 질주는 비단 올해 처음이 아니다. 2021년 시애틀은 7월 이후 리그 4위에 해당하는 승률 0.593을 기록했다. 지난 시즌도 7월 이후 승률이 0.631로 리그 2위였다. 최근 시즌 후반에 저력을 발휘했다. 특히 지난해 '20년 연속 포스트시즌 실패'라는 암흑기를 벗어나면서 올해는 한결 부담은 덜고, 자신감은 더하는 후반기를 보낼 수 있게 됐다.
시즌 막판 순위 경쟁을 좌우하는 또 다른 요소는 '일정'이다. 전력이 약한 팀들과 맞대결이 많이 남은 팀들은 아무래도 유리할 수밖에 없다. 시애틀은 리그 최하위 오클랜드, 14위 캔자스시티와 경기가 가장 많이 남은 팀이다. 오클랜드와 6경기, 캔자스시티는 7경기다. 물론 쉬운 상대에게 덜미를 잡힐 수도 있지만, 포스트시즌에서 멀어진 팀들을 많이 만나는 건 분명 행운이다.
NL 와일드카드 순위
1. 필라델피아 (+4.5경기)
2. 샌프란시스코 (+2.5경기)
3. 컵스
4. 신시내티
5. 마이애미 (-0.5경기)
6. 애리조나 (-2.5경기)
내셔널리그는 아메리칸리그보다 오리무중이다. 3위 시카고 컵스와 컵스를 바짝 쫓는 신시내티는 승률이 0.517로 똑같다(컵스 60승56패, 신시내티 61승57패). 초반 주도권을 잡았던 신시내티와 애리조나, 마이애미가 동력을 잃은 사이, 필라델피아와 컵스가 본색을 드러냈다.
판도가 흔들리면서 내셔널리그 와일드카드 3위는 더 많은 팀들이 노릴 수 있다. 심지어 5월 12일 이후 5할 승률도 회복하지 못하고 있는 샌디에이고도 아직 희망이 있다(4.5경기). 내셔널리그는 전력상 확실한 우위가 없기 때문에 마지막까지 혼전 양상이 될 것이다.
앞서 시애틀과 마찬가지로 내셔널리그도 남은 일정에서 이득을 보는 팀이 있다. 바로 시카고 컵스다. 컵스는 남아 있는 맞대결 팀들의 도합 승률이 0.478밖에 되지 않는다. 시카고 화이트삭스(0.454)와 디트로이트(0.471) 다음으로 낮다. 반면, 컵스 바로 위에 있는 샌프란시스코는 애틀랜타(6경기)와 다저스(7경기)를 많이 만나는 탓에 이 부문 승률이 0.529에 달한다. 자칫 잘못하면 와일드카드 2위에서 내려올 위기와 직면한다.
와일드카드 시리즈가 3판2선승제로 정해지면서 와일드카드 팀들은 이전만큼 포스트시즌에서 불리하지 않다. 분위기를 잘 타면 월드시리즈 우승도 불가능한 일이 아니다. 지난해 내셔널리그 와일드카드 3위로 가까스로 올랐던 필라델피아도 모두의 예상을 뒤엎고 월드시리즈 준우승을 차지했다. 올해도 이러한 와일드카드의 반란은 충분히 일어날 수 있다.
역대 와일드카드 월드시리즈 우승팀
1997 - 플로리다 말린스 (마이애미)
2002 - LA 에인절스
2003 - 플로리다 말린스
2004 - 보스턴 레드삭스
2011 -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2014 -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2019 - 워싱턴 내셔널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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