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방 낸 버스비 1200원, 사모펀드로 가고 있다

민주언론시민연합 2023. 8. 12. 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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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언련 기획 모니터-이달의 좋은 보도상 수상자 인터뷰] 사모펀드 버스준공영제 침탈 드러낸 한겨레를 만나다

[미디어오늘 민주언론시민연합]

서울시 은평구에서 출발해 독립문역, 광화문, 순천향대학병원을 지나 강남구까지 갔다 돌아오는 741번 파란버스. 서울시 도봉구에서 출발해 미아사거리역, 충무로역, 강남역을 지나 양재꽃시장에서 회차하는 140번 파란버스. 한국BRT가 운행하는 버스노선이다. 서울 버스업체 65곳 중 한국BRT, 동아운수, 도원교통 등 6곳이 사모펀드 차파트너스자산운용(차파트너스) 소유다. 서울 시내버스는 준공영제라는데 웬 사모펀드일까. 8월12일 시내버스 요금이 1500원으로 오른다. 그럼 버스요금 수익이 사모펀드로 간다는 말인가?

▲ 공공성 관점으로 시내버스-사모펀드에 접근한 한겨레 '준공영제 버스 삼킨 사모펀드'

사모펀드란 소수 투자자에게 비공개로 모은 자금을 운용하는 투자상품이다. '론스타 논란'(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헐값으로 샀다가 하나금융지주에 되팔아 큰 차익을 거둔 사건) 같은 외국계 사모펀드의 '먹튀' 전례로 각인돼 있다. 사모펀드 자체가 불법은 아니다. 하지만 단기간 이윤창출을 목적으로 하는 사모펀드와 공공인프라 대중교통의 만남은 어색하다. 서울시가 시내버스 요금을 인상하며 든 이유가 적자인데, 사모펀드가 적자사업에 투자 중이란 사실도 의아하다.

한겨레가 이 모순에 접근했다. 사모펀드가 서울, 인천, 대전 시내버스를 야금야금 사들이며 준공영제 허점을 이용해 과도한 이익을 추구하고 공공서비스 취지를 황폐화한다고 지적했다. 버스회사가 벌어들인 돈보다 훨씬 더 많은 돈을 투자자들에 배당한 사실도 드러났다. 금융자본과 대기업이 사모펀드 투자자란 것까지 밝혀냈는데, 준공영제에서 지자체가 버스회사에 지원한 돈이 결국 금융자본과 대기업의 투자수익으로 흘러가고 있다. 한겨레 '준공영제 버스 삼킨 사모펀드' 기획보도는 2023년 7월 '민언련 이달의 좋은 보도상'을 받았다. 시내버스와 사모펀드의 수상한 만남을 추적한 이재훈·장필수 기자를 7월 28일 서울 종로구 민언련에서 만났다.

▲ 한겨레

버스회사 사들이는 사모펀드에 돈 댄 자는?

- 2004년 서울시가 전국 최초로 도입한 버스준공영제의 경우 운행실적에 따라 버스회사 수익금을 나누고 모자라면 지자체가 지원해준다. 왜 사모펀드에 주목했는가.

이재훈 : 지난해 국정감사 시즌에 기자 몇몇이 국민의힘 유경준 의원과 점심을 먹었다. 유 의원이 '보도자료를 냈는데 별달리 관심을 못 받았다'고 푸념했다. 사모펀드, 대중교통 관련 문제였다. 따로 꼭 취재해보고 싶다고 했더니 유 의원도 그러자고 했다. 그땐 정치부여서 기초자료만 받아놨다. 올해 초 탐사팀장으로 발령 났는데, 장필수 기자도 국정감사 보고서를 통해 포착한 이슈였다더라. 둘이 의기투합해 취재를 시작했다.

- 사모펀드가 버스회사를 매입하거나 수익을 과하게 배당하거나 차고지까지 팔아 수익을 극대화한다는 문제는 이미 보도된 바 있다. 한겨레 보도의 차별점은?

장필수 : 사모펀드가 누구 돈을 받아서 버스회사를 사는지, 누가 그 수익을 배당받고 얼마나 받아 갔는지 숫자로 드러내는 게 중요했다. 사모펀드 특성상 '먹튀' 예측이 가능해 페이퍼로 증명하고자 했다. '현장'이 없을 가능성도 있어 자료와 수치로 증명 가능한 부분을 최대한 찾아내는 데 초점을 뒀다. 자료를 입수하고 분석하는 데 시간이 많이 걸렸다.

- 사모펀드는 비공개로 자금을 모으니 자료 확보가 어려웠을 것 같다. 목적 자체가 고수익 창출이라 그 자체를 비판하기도 쉽지 않았을 텐데.

이재훈 : 국회에 자료를 많이 요청해야 했다. 네다섯 의원실에 얘기했으나 다들 쉽지 않다고 했다. 금융기관과 대기업이 사모펀드에 투자를 결정하게 된 보고서 등 자료가 있을 텐데 공기업이 아니어서 국회에 제출할 의무가 없다 보니 확보하기 어렵다고 본 거다. 그럼에도 유경준 의원실 비서관이 잘 해결해줬다. 사모펀드 내부보고서 등을 보면 어떤 방식으로 투자금을 부풀릴 수 있는지 적나라하게 나온다. 언론에 공개되지 않은 사모펀드 속내를 알 수 있는 부분이다. 장필수 기자가 회계사 한 분과 오랫동안 회계자료를 갖고 상의하고 토론하는 과정을 거치면서 더 확신을 갖게 됐다. 역풍도 우려했는데 회계사분이 “문제 있다”고 확언을 해줬다. 전문적 검증을 통해 자신 있게 보도해도 되겠다고 판단했다.

“차파트너스 빼고는 기사를 쓸 수 없었다”

- 사모펀드, 대중교통, 공공성 등이 얽힌 문제다. 어디에 중점을 뒀나.

이재훈 : 공공성을 우선으로 하면서 대중교통에도 집중했다. 버스라는 교통수단은 시민이 일상적으로 이용하는 말 그대로 대중교통이란 점에서 사모펀드의 약탈행위 문제만은 아니라고 봤다. 서울, 인천, 대전만 합쳐도 1,400만 가까운 인구인데 이분들의 대중교통이다.

- 차파트너스를 '판' 이유는.

장필수 : 차파트너스는 사모펀드 규모론 그렇게 큰 회사가 아니다. 그런데 이들은 준공영제 버스회사만 샀다. 오래됐다. 서울시는 모든 회사들이 준공영제에 들어가지만 수도권은 준공영제에 포함된 곳도 아닌 곳도 있다. 제도의 약점을 이용해 돈을 벌 작정을 하고 있는 게 아닌가 의심이 가능했다. 차파트너스는 버스회사 인수에 대해 홍보도 많이 했다. 자신들의 일이 사회적으로 인정 받을 만한 순기능이라고 생각한 것 같다. 그렇다면 공공성 관점에서 차파트너스의 의도가 잘 실현되고 있는지 살펴봐야 하지 않겠는가. 차파트너스도 '왜 우리만 보도하냐'고 물었다. '준공영제 버스회사만 사는 곳이 차파트너스밖에 없어서 차파트너스를 빼고는 기사를 쓸 수 없다'고 얘기했다.

- 차파트너스에 투자한 대기업·금융사도 취재했는데.

장필수 : 금융계 종사자들은 시내버스를 사업으로만 본다. 시민의 대중교통으로 보는 우리와 관점이 극명하게 다르다. 투자자와 자본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페이퍼, 숫자, 배당금이다. 우린 공공성과 시민이 이용하는 버스라는 점을 중요하게 여긴다. 접근하는 사고체계가 다르다. 차파트너스와 만나 2시간 반 정도 대화를 나눴는데 방향이 너무 다르더라.

사모펀드 투자자 모두에게 연락한 건 아니다. GS, 한국타이어 같은 사기업 외에 공공성이 조금이라도 있는 기업은 입장을 들어봐야겠다고 생각해 금융회사를 취재했다. 수협, NH손해보험, 신한은행 등을 취재했는데 유일하게 수협 쪽이 좀 미안해했다. '비영리기관이 이런 식으로 버스를 갖고 돈 버는 건 이상하지 않느냐, 어민들의 돈인데'라고 했더니 명시적으로 미안하다고는 하진 않았지만 민망해하는 듯했다.

▲ 한겨레가 밝혀낸 준공영제 버스회사 사들이는 사모펀드 투자자 및 대출 기관 현황. 그래픽 출처=한겨레 기사 갈무리

- 차파트너스는 취재에 쉽게 응했나.

이재훈 : 답변 받을 수 있을까 고민했는데 직접 만나게 됐다. 법적으론 문제가 없으니 해명을 제대로 하면 적어도 기사가 작게 나가지 않을까 생각했던 듯하다. 황당한 이야기도 있었지만 최대한 그들의 해명을 실어주려고 애썼다. 후속보도도 했다. 서울 시내버스 2위 업체인 동아운수(서울시 강북구 우이동·수유1동을 거점으로 101, 151, 152 등 노선 운행, 2020년 차파트너스 인수) 기사들이 빗물 새는 구내식당에서 밥 먹고, 폭우로 물이 들어찬 샤워장과 탁구장에 돈 아낀다고 용량 적은 전기온수기를 설치해 2~3명이 쓰고 나면 더는 온수를 쓸 수 없는 등 열악한 환경에 처해 있다는 기사였다. 회사 측에 반론을 요청했는데 연락이 없더라.

편향성 말고 공공성으로 봐달라

- 뉴욕식 공영제를 대안으로 소개했다. 뉴욕은 뉴욕시 뉴욕광역교통본부에 소속된 공기업이 민간 버스회사와 이들이 소유한 노선권을 사들여 공영화했다고?

이재훈 : 완전공영제가 정답이라고 생각하진 않는다. 가장 좋은 방법은 버스준공영제의 장점을 취하고, 지자체가 버스회사를 잘 감시할 수 있는 시스템으로 업그레이드하는 것이다. 준공영제도 여러 종류가 있다. 서울시가 선택한 '수익금 공동관리형'은 버스회사들이 일방적으로 이익을 얻어갈 수 있으면서 지자체 감시는 소홀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어떤 언론은 민간투자 활성화를 주장하던데 그래선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미국 뉴욕이란 첨단 금융도시도 버스를 공영제로 운영한다는 사실은 상당히 상징적이다.

- 대중교통 문제는 시민 반응이 따라와야 바뀔 텐데.

장필수 : 시내버스비는 300원 올라도 저렴한 수준이다. 그런데 1,500원이 모이고 모이면 몇천억이 된다. 그만큼 많은 시민이 이용하는 서비스인데 시민들이 목소리를 내지 않으면 긴장하지 않는다. 사모펀드가 대중교통에 개입해도 공무원과 지자체, 정부 모두 가볍게 여긴다. 940만 서울시민 중 하루에 버스를 한 번 이상 이용하는 분들이 많다. 이분들이 전화 한 통만 넣어도 서울시는 엄청 놀랄 것이다. 그만큼 공공성 높고 파괴력 있는 이슈다. 시민사회와 다른 언론에서도 더 관심 가져주면 좋겠다.

▲ 오는 8월12일부터 버스 운임 인상을 예고하는 안내지가 붙어있다. 사진=민주언론시민연합

이재훈 : 동아운수 대표를 지낸 분이 페이스북에 “한겨레 보도도 노조가 움직여 만든 기사일 것”이라고 올렸다. 국민의힘 유경준 의원실과 협업한 기획이란 점을 꼭 말씀드리고 싶다. 2019년부터 사모펀드 매입문제가 드러났는데 박원순 시장 때도 오세훈 시장 때도 방치됐다. 한겨레가 진보언론이기 때문에 이 문제를 짚었다고 주장하면, 근본 원인은 보지 못하고 시내버스마저 편 가르기 방식으로 보려는 것이다. 버스 제도가 황폐화되면 사회적 약자들이 피해를 본다. 진영 논리로 생각하지 말고 시민 공공성 차원에서 봐달라.

- 한겨레의 장점을 소개한다면.

이재훈 : 이번에 두 달 취재했다. 매일 터져 나오는 이슈를 맡아준 동료기자들이 있어 가능했다, 그들이 탐사팀 존재를 인정해주고 한겨레가 이런 탐사보도를 해야 한다는 당위를 공유하고 있으니까 가능했다. 지금은 여러 언론이 탐사보도를 하지만, 한겨레는 창간 초기부터 탐사보도 정신이 있었다. 한겨레 나름 탐사보도를 선도해온 경험이 축적돼 오늘이 된 게 아닐까. 그런 점은 자랑스러워해도 되지 않을까 싶다.

※ 미디어오늘은 민주언론시민연합의 '민언련 모니터 보고서'를 제휴해 게재하고 있습니다. 해당 글은 미디어오늘 보도 내용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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