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초등여자농구, 클럽 지도자들도 한 목소리 "저변 확대가 필요합니다"

서호민 2023. 8. 12. 1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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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프볼=서호민 기자] 초등여자농구 저변 확대부터 클럽농구 발전을 위한 상생과 협력에 대한 이야기까지. 유소년농구의 발전을 위한 뜨거운 토론이 펼쳐졌다.

최근 경기도 수원 모처에서는 초등 여자농구 스포츠클럽 세미나인 '초등여자농구, 필수 교육입니다'가 진행됐다.

이번 세미나는 최근 저출산 고령화 등의 문제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초등 여자농구를 살릴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고 클럽 지도자들의 상생, 협력을 위한 자리였다. 지난 7월 초, 부산에서 1차 세미나를 진행한 데 이어 이번에는 수도권으로 자리를 옮겨 두 번째 세미나를 개최했다.

과거 PEC 농구클럽을 시작으로 현재는 Starfish라는 이름으로 유소년 농구 저변확대에 힘쓰고 있는 이지환 코치가 진행을 맡은 가운데 남양주 팀 리얼, 수지 SK, 퍼스트, 노리터, 오산 볼트 바스켓볼 등 수도권에서 유소년 농구클럽을 운영하고 있는 관계자들이 패널로 참여해 심도 있는 대화를 나눴다.

이날 세미나에서는 패널들 뿐만 아니라 울산 현대모비스 박재한 선수, 용인 삼성생명 박찬양 매니저 등 남녀프로농구 현직에 종사하고 있는 이들도 자리해 질문을 하고 의견을 개진하며 토론에 참여해 눈길을 끌었다. 당초 2시간으로 예정됐지만 치열한 토론이 진행되면서 세미나가 세 시간으로 길어졌다. 대화가 진행될수록 의견이 더해지면서 심도 있는 이야기가 오갔다.

가면 갈수록 농구를 즐기는 여학생들이 적어지고 있는 현상에 대해 패널들은 대체적으로 공감을 표하면서도 동시에 해결돼야 할 우선적인 문제들이 있다고 내다봤다.
세미나의 사회를 맡은 이지환 코치는 “오랜 기간 여자 아이들을 지도하고 있는 가운데 SNS를 통해서 여러 클럽 대표님들과 교류를 해오고 있었다. 대표님들을 한 분, 한 분 따로 봽기도 했지만 그러기 보다는 날을 잡고 다 같이 만나서 서로가 갖고 있는 생각들과 노하우 등을 공유하는게 어떨까 싶었다. 발전적인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결국에는 여러 클럽 관계자들이 의견을 모으고 뜻을 모으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클럽 관계자 분들과 한 자리에 만나 인연을 만드는 것이 초등여자농구의 발전을 향한 첫 시작점이 될 거라는 생각에 이번 두 차례에 걸친 세미나를 추진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여자농구는 이미 수년 전부터 선수 수급 문제에 봉착해 왔다. 더욱이 최근 들어서는 해마다 출산율이 낮아짐에 따라 이 같은 현상이 더욱 심화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현상이 지속되다가는 농구와 관련된 스포츠클럽은 문을 닫아야 하고 이는 여자프로농구 세대교체 더 나아가 리그 수익과 인기와 직결될 수 있다.

이지환 코치 역시 이에 깊은 우려를 드러내며 “좋은 기회가 닿아 해외 각국의 유소년 스포츠 문화를 접해볼 수 있었다. 그런데 현재 우리나라만 놓고 보면 남학생들과 달리 여학생들의 스포츠 참여도가 현저히 적은 실정이다. 해외 어느 나라와 비교하더라도 처참하게 낮은 수준이다. 가뜩이나 우리나라의 출산율이 갈수록 떨어지고 있는 가운데 스포츠 클럽의 미래 역시 불투명해지고 있다. 출생아 수에 대해 구체적으로 언급하자면, 현재 초등학교 1학년은 6학년들에 비해 47만명에서 40만명으로 떨어졌고, 향후 1년 뒤에는 35만명, 2년 뒤엔 32만명, 5년 뒤엔 26만명까지 떨어지게 된다. 이렇듯 출생아의 전체 숫자는 미래 예측이 아닌 이미 현실이다. 이대로라면 몇 년 안에 현재 존재하는 스포츠클럽의 절반 이상이 폐업을 걱정해야 할 판”이라며 “결국 현재 스포츠클럽의 전체 인원 중 5%도 차지하기 힘든 여자스포츠를 함께 진행해나가야 상생해 나갈 수 있는 답을 찾아나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나마 농구는 우리나라에서 진행되는 스포츠 종목 가운데 주변 클럽에서 쉽게 접할 수 있고, 연맹이나 교육청의 지원도 많은 편에 속한다. 농구는 여자 아이들을 교육하기 위한 아주 좋은 도구가 될 수 있다. 엘리트는 물론 협회 차원에서도 저변을 확대하려는 움직임이 일지 않으면 더 나아지기는커녕 현 상황을 유지하기조차 힘들어질 수 밖에 없다”고 안타까운 현실을 이야기했다.

다시 세미나 얘기로 돌아와 패널들마다 각자의 생각은 다르지만, 유소년 농구를 생각하는 궁극적인 방향성은 같았다. 바로 ‘저변확대’라는 대전제다. 무너진 저변을 다시 강하게 만들기까지는 꽤 오랜 시간이 걸린다. 지도자, 학부모, 관계자 등 많은 사람들의 단합된 힘과 지혜도 필요하다.

말을 이어간 이 코치는 “세미나의 가장 큰 주제는 여자농구 저변을 넓히는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었다. 우리나라 여자 스포츠의 발전이 더딘 데는 한국의 교육제도로 인한 스포츠를 교육적으로 바라보지 못하는 학부모의 인식도 한 몫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엘리트 체육에서도 항상 저변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하곤 하는데 아이들이 인생을 살아가기 위한 교육에 초점을 맞추지 않으면 더 많은 선수들에게 호응을 얻기는 어렵다고 본다. 보다 경쟁적인 엘리트 시스템 구조에서 ‘프로에 간다’라는 이야기만으로는 선수들이 운동을 시작할 명분을 얻기도 힘들다. 결국 체육은 교육으로서 가치를 알려야 학부모와 선수들의 동의를 얻을 수 있고, 그들의 인생에도 도움이 되며 지도자들 역시도 인생의 선생님으로서 존중받을 수 있다. 스포츠가 교육적인 가치를 마케팅하려면 모두가 같은 인식 속에서 아이들을 지도하고 이러한 부분을 클럽, 학교 뿐만 아니라 협회, 국가 차원에서도 대대적으로 알려나가야 한다”고 자신의 견해를 가감없이 드러냈다.

이어 두 차례에 걸친 세미나를 통해 새롭게 알게 된 점은 무엇이냐고 묻자 “이번 두 차례에 걸친 세미나를 통해 아이들을 지도하고 있는 스포츠 클럽들이 중요한 일을 하고 있다는 것을 다시 한번 되새길 수 있었다. 타 사교육보다도 팀 스포츠에 시간을 투자할 수 있고, 교육적인 부분들이 어떤 것인지에 대한 노하우를 그동안의 경험을 토대로 선생님들과 공유하는 시간이었다”며 “머지 않은 시기에 서울 혹은 수도권에서 꼭 다시 한번 자리를 만들겠다고 약속을 드렸다. 다음 세미나에서는 좀 더 다양한 분들과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 현직에 종사하고 있는 지도자 뿐만 아니라 지도자를 희망하는 분들, 더 나아가 엘리트 지도자들과도 함께 할 수 있는 자리를 만들고 싶다”고 했다.
▲지난 7월, 부산, 경남 지역 유소년 지도자들을 대상으로 진행된 초등여자농구 클럽지도자 세미나
이번 세미나를 통해 ‘어느 누구의 말이 옳고 그르다’를 논하기 보다는 클럽농구 관계자들이 한 자리에 모여 서로의 의견을 주고 받은 데 더 큰 의의가 있다. 현장을 찾은 패널들 역시도 이러한 부분에 대한 의미를 되새긴 가운데, 앞으로 지속적으로 이 부분에 대한 의견을 주고 받으며 하나씩 실천시켜 나가기로 약속했다.

마지막으로 이지환 코치는 “매번 우리나라 스포츠를 논할 때, 엘리트와 클럽의 차이와 상생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듣곤 한다. 저는 두 개 영역 모두 체육 교육이고, 여러 문제점을 아이들이 올바르게 성장할 수 있는 가치관을 형성하는 데 체육 교육이 얼마나 큰 부분을 작용하고 있는지 잘 이해한다면 생활체육과 엘리트 모두 함께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점들이 많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점들은 결국 엘리트와 클럽 지도자들의 이익이 아닌 현재 대한민국을 살아가고 있는 여학생들에게 큰 도움이 될 거라 확신한다. 지금의 활동이 미래에 좋은 영향력을 줄 수 있다고 확신할 수는 없지만 분명 우리나라는 다른 국가들보다 뒤처져 있고, 어려운 현실과 마주하고 있다. 그래서 지금 이 시기에 작은 움직임이라도 시작되어야 유의미한 변화를 만들어 낼 수 있다고 본다. 지금 현재로선 큰 그림을 현실화 하는 것보다는 한 걸음 한 걸음 내딛는 마음가짐으로 조금씩 준비해보려고 한다. 관계자들의 많은 관심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사진_Starfish 이지환 코치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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