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의 법안]“칼부림 무서워 밖에 못 나가”…‘괴물’ 격리 가능해질까

변문우 기자 2023. 8. 12. 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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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형법 개정안 발의…‘사형 집행’ 대안으로 ‘가석방 없는 종신형’ 추진
조정훈 “평생 격리돼야 할 괴물 존재”…일각선 “사전 범죄 예방책도 필요”

(시사저널=변문우 기자)

전날(3일) 오후 경기 성남시 분당구 서현역 부근 묻지마 흉기 난동 발생 현장에서 경찰이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3일, 서현역 앞에서 '묻지마 칼부림' 사건이 발생했다. 신림역 '흉기 난동'이 발생한지 13일 만이었다. 서현역 사건의 피의자 최원종은 차량으로 보행자들을 들이받은 후 무차별 흉기를 휘둘렀다. 해당 사건으로 60대 여성 한 명은 끝내 숨졌고 20대 중상자도 여전히 의식이 돌아오지 않고 있다. 여기에 온라인에는 각종 '살인 예고' 글까지 우후죽순 올라오자, 시민들은 "코로나 팬데믹 때보다 더 밖에 못 나가겠다"며 불안을 호소하고 있다.

이처럼 연일 반복되는 흉악범죄에 시민들의 불안은 더욱 커지는 분위기다. 일각에선 범죄자들이 형기를 채우거나 모범수로 가석방될 경우, 또 사회에 나와 '보복범죄' 등 재범을 일으킬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도 나온다. 부산에서 '묻지마 돌려차기' 범죄를 가한 남성도 구치소에서 "틈만 보이면 탈옥해서 피해자 찾아갈 것"이라고 보복 범죄를 예고해 피해자는 물론 인근에 사는 주민들도 두려움에 떨고 있다.

실제로 현행 형법에선 징역이나 금고의 형을 받은 사람이 행상이 양호한 경우 무기형은 20년, 유기형은 형기 3분의1이 지난 후 가석방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단, 유기수는 잔여 형기가 10년이 넘게 남았다면 가석방 대상에 선정될 수 없다. 오히려 흉악범죄로 중한 형을 받은 무기수들이 더 빠르게 가석방 심사에 오르는 모순도 발생할 수 있는 셈이다.

이에 일각에선 26년간 멈춰있던 '사형 집행'을 부활시켜야 한다는 여론도 확산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1997년 12월3일 이후 사형을 집행하지 않은 '실질적 사형폐지국'이다. 다만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지난 7월26일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사형을 집행하면 유럽연합(EU)과의 외교관계가 심각하게 단절될 수 있다"며 사실상 '사형 집행'에 대해 선을 그었다.

대신 한 장관은 법무부 차원에서 '사형 집행'의 대안으로 '가석방 없는 종신형' 카드를 꺼내들었다. '사형 집행'으로 야기되는 윤리적 문제를 피해갈 수 있고, 종신형을 받은 흉악범이 가석방을 받은 후 보복범죄를 저지를 가능성을 차단할 수 있어서다. 한 장관은 "사회에서 용납할 수 없는 괴물의 경우에는 영원히 격리하는 방법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8월10일 분당 서현역 흉기난동 사건 피의자인 최원종(22)이 얼굴을 드러낸 채 검찰에 송치되고 있다. 최원종은 "피해자분들께 정말 죄송하다"고 밝혔으나 조직스토킹 이야기를 하는 등 피해망상 증세를 여전히 보이고 있다. ⓒ시사저널 이종현·연합뉴스

"가석방 없는 종신형 추진…수형자 가석방 요건도 강화"

국회도 흉악범죄자들이 사회에 나올 수 없도록 '가석방 없는 종신형'을 추진하고 있다. 조정훈 시대전환 대표는 지난 9일 형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개정안은 ▲가석방 없는 종신형 신설 ▲무기징역·금고 수형자에 대한 가석방 요건 20년→25년 상향 ▲가석방 기간 10년→15년 상향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조정훈 대표는 9일 국회에서 개정안 관련 기자회견을 열고 "밤길도 안전히 걷던 치안 강국 대한민국이 이제는 백주대로에 칼부림이 일어나는 나라가 됐다"며 "무기징역을 받은 강력범죄자 중에서도 가석방돼 사회로 돌아오는 사람이 매년 10명 이상"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우리 사회에서 영원히 격리돼야 할 괴물은 존재한다"며 "사형집행이 어렵다면 가석방 없는 절대적 무기형을 만들고 무기수에 대한 가석방 요건과 기간도 더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에서도 지난 7월28일 서영교 최고위원이 비슷한 내용의 형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구체적으로 흉악 범죄를 저지른 범죄자가 교화 가능성이 없는 경우 '가석방 없는 무기 징역' 또는 '무기 금고' 판결을 선고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여기에 국민의힘도 김기현 대표가 가석방 없는 종신형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만큼, 정책위원회 차원에서 관련 법안을 논의하고 있는 상황이다.

조정훈 시대전환 대표가 1월6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시사저널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시사저널 최준필

"사형 대안이자 '경고' 효과…범죄 근절책도 관심 가져야"

전문가들도 '가석방 없는 종신형' 법안 추진을 반기는 분위기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법안이) 없는 것보다 훨씬 나을 것"이라며 "유사한 동기가 잠재해 있는 사람들이 강력 처벌을 보고 범행 동기를 억제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러면서 "특히 우리나라는 사형 집행이 실질적으로 폐지된 국가인 만큼, 그 대안과 경고로서 상징적인 의미도 가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이 교수는 '사후 형벌 강화'가 범죄자의 '범죄 동기 억제'에 엄청난 효과를 줄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대부분의 범죄자들은 본인의 사후 처분을 예상하고서도 범죄를 저지르는 경우가 많다. 공개된 장소에서 범행을 하면 잡힐 것을 뻔히 알았을 것"이라며 "그러니 형벌의 위협과 범죄 동기 억제와는 크게 관련이 없을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결국 가장 좋은 대책은 흉악범죄가 발생하지 않도록 사전에 예방해야 한다는 제언이다. 이 교수는 "사전에 막으려면 정신장애와 관련한 '묻지마 범죄'의 경우는 정신과 진료를 강화하는 방법도 있을 수 있다. 일각에서 사법입원 얘기도 나오는데, 이런 것들을 어떻게 인권 침해 소지 없이 도입할 수 있을지도 고민할 수 있다"며 "또 범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빈부격차 등 아젠다에도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겠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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