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가의 터줏대감 세 사람, 한 명이 감쪽같이 사라졌다...이유는 놀랍게도 [추동훈의 흥부전]
[흥부전-18][브랜드로 남은 창업자들-13] 찰스 다우
지난 7월 말 뉴욕증시에는 또 한 번의 역사가 쓰여질뻔 했습니다. 미국의 3대 지수 중 하나인 다우 지수의 연속 상승 마감 기록이 126년만에 경신될 뻔한 것인데요. 13일 연속 상승 마감했던 다우지수가 14일째이던 7월 27일 아쉽게 하락 마감했습니다. 13일 연속 상승 마감 역시 1987년 이후 36년만의 대기록이긴 하지만 하루만 더 상승했다면 무려 1897년 6월에 세운 기록과 동률을 세울 뻔 했던 것입니다.
다우 지수엔 재미있는 특징들이 몇 개 있습니다. 먼저 1957년 출시된 S&P500과 1971년 출시된 나스닥과 달리 다우 지수는 1896년 설립돼 100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합니다. 7월에 쓰일뻔한 기록 역시 뼈대있는 다우 지수였기에 가능한 것이었죠. 또 500개 기업을 추종하는 S&P500과 달리 딱 30개 기업의 산술평균 주가를 추종합니다.
그렇다 보니 오히려 각 기업들의 상징성은 크지만 모수가 적은 만큼 전체 기업들과 산업 분위기를 잘 반영하지 못한다는 단점도 있죠. 또한 시가총액에 따른 가중치를 부여하는 것이 아닌 단순히 주가의 평균값을 지수화한 것이다 보니 기업 가치를 온전히 반영하지 못한다는 아쉬움도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흥부전에 소개되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죠. 바로 창업자의 이름을 딴 지수입니다.
다우 존스 지수인 만큼 당연히 다우 존스가 창업자의 이름으로 추정되겠지요? 그런데 이번에도 한명이 아닌 두 명입니다. 공동 창업자의 이름이 들어간 사례, 저희 흥부전에도 여러 차례 선보인바 있습니다. 부부나 부자 또는 형제 등이 함께 창업한 하리보, 맥도날드 등이 대표적이고요. 배스킨과 라빈스라는 혈육관계가 아닌 공동창업자의 이름이 들어간 브랜드도 있었죠. 이번에도 다우와 존스. 즉 2명의 창업자가 등장합니다.
그런데 또 하나의 반전! 다우 존스 지수를 운영하고 있는 다우존스앤컴퍼니의 창립자는 총 3명입니다. 찰스 헨리 다우와 에드워드 존스, 그리고 지수에 이름이 없는 찰스 버그스트레서가 그 주인공이죠.
다우 존스 지수는 세 명의 창업자중 찰스 다우와 에드워드 존스의 성이 합쳐진 것입니다. 이들은 공교롭게도 모두 언론인 출신입니다. 또한 다우 존스 지수를 만든 것 뿐 아니라 현재 전 세계를 대표하는 경제 미디어 월스트리트저널의 창업자이기도 합니다. 어떻게 이들은 월스트리트저널과 다우존스 지수를 만들게 된 것일까요.
다우는 지역의 산업 발전과 미래에 대한 선견지명이 있었습니다. 다양하고 풍부한 취재를 바탕으로 뉴욕과 프로비던스간의 경제 관계에 대한 흥미로운 기사를 작성했습니다. 또한 지역의 역사와 경제에 대한 다양한 저술활동도 활발히 펼쳤습니다.
경제와 투자에 대한 눈이 뜨이는 기회가 그에게 찾아왔습니다. 다름 아닌 은광 채굴 현장 탐사였습니다. 풍부한 지식과 뛰어난 글솜씨로 이름을 알린 그는 1879년 국회의원, 투자자 등과 함께 콜로라도에 위치한 은광 채굴 현장을 살펴볼 수 있었습니다. 4일간의 기차여행 동안 그는 돈과 부와 관련된 신세계를 접했고 성공을 거둔 금융인들과 월스트리트에서 돈을 벌기 위해 어떤 정보가 필요한지에 대해서 습득할 수 있었습니다. 4일간의 취재를 마치고 돌아온 그는 로키 산맥, 광산회사, 신흥 도시의 도박장, 술집, 댄스홀 등 그가 보고 경험하고 느낀 다양한 것들을 정리해 ‘리드빌 레터스’라는 정보지로 만들었습니다. 이를 통해 자본주의와 투자, 그리고 백만장자가 되는 법에 대한 정보를 잔뜩 담았습니다. 그렇게 돈과 경제, 그리고 부에 눈을 뜬 다우는 1879년 프로비던스를 떠나 미국 경제의 심장부 뉴욕으로 향했습니다. 에드워드 존스와 함께였습니다.
당시 뉴욕에는 많은 돈이 돌아다녔고 그만큼 비리와 부정도 많았습니다. 당시 주가를 올리기 위한 조작된 뉴스나 호의적인 기사가 나오는 것도 일상이었습니다. 기자들 역시 이러한 기업들로부터 뇌물을 받아 기사를 작성하고 막대한 부를 쌓는 일도 비일비재했습니다. 하지만 다우와 존스의 생각은 달랐습니다. 믿을 수 있는 양질의 정보를 보도하고 이를 기반으로 자신들의 명성을 쌓고 싶다는 욕심이 컸습니다. 주식 시장에 대한 부정부패와 조작에 대한 회의감도 컸습니다.
이 둘은 월가에 새롭고 혁신적인 금융 뉴스가 필요하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렇게 1882년 11월 그들은 회사 이름을 다우존스앤컴퍼니라 짓고 뉴욕증권거래소 지하에 조그마한 사무실을 차립니다. 그리고 당시 키르난 뉴스에 근무하고 있던 찰스 버그스트레서도 함께 퇴사해 함께 새로운 인생을 시작합니다.
당시엔 12개 기업으로 시작했지만 현재는 30개 기업으로 바뀌었습니다. 1900년 이전 두 자릿수에 불과했던 지수는 1972년 처음으로 1000포인트를 돌파한 이래 현재 3만5000포인트를 오르내리고 있습니다. 포함기업엔 대표적으로 나이키, 맥도날드, 마이크로소프트, 비자, 인텔, 3M 등 국내서도 모르는 사람이 없는 세계적인 글로벌 기업들이 포진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13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다우존스 지수는 현재 그 상징성만큼 영향력이 크지는 않습니다. S&P500 지수가 사실상 대표지수의 자리를 꿰차고 있으며 기술기업 중심의 글로벌 경제구도로 인해 나스닥에도 밀리는 분위기입니다. 하지만 여전히 100년이 넘는 월가의 상징이자 터줏대감으로서 다우존스 지수의 존재감은 쉽게 사라지진 못할 것 같습니다.
창업 당시 현금이 부족했던 찰스 다우에게 자금을 주로 지원한 사람이 다름 아닌 버그스트레서입니다. 또한 키르난 뉴스에서 일하며 자신의 역량을 인정해주지 않자 회사를 떠날 계획을 세운 그는 가장 적극적으로 다우와 존스의 퇴사를 설득했던 사람이기도 합니다. 사실 그가 없었다면 지금의 월스트리트 저널도, 다우 존스 지수도 없었을 수 있다는 뜻입니다. 그리고 그는 월스트리트 저널이라는 회사명을 지은 작명가이기도 합니다. 그의 이름은 잊혔지만 그의 희생과 공헌은 전 세계를 대표하는 경제 미디어의 이름으로 남겨져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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