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위상 디스카운트... 출구가 필요해 [창간 35주년, 지역의 힘]

이정민 기자 2023. 8. 12. 1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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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의 행정 수요는 복합화되고 있다. 지난 2018년 말 1천 307만명이었던 경기지역 인구는 약 1천 400만명으로 늘어났다. 더욱이 올해 7월까지 국민권익위원회에 접수된 경기지역 민원은 114만 6천 155건으로 타 지방자치단체에 비해 환경 등 다양한 분야의 민원이 더 많이 제기됐다. 이러한 복합 행정에 지역 특성에 맞는 자치분권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는 만큼 경기일보는 경기도의 힘 을 통해 지방자치 강화를 진단하고자 한다. 편집자주

윤석열 대통령이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경기도의회 제공

■ 국무회의 참석 못 하는 경기도지사

경기도지사가 전국 최다 인구와 현안을 보유한 지자체 수장임에도 정부 최고 정책 결정 기구인 국무회의에 참석하지 못하고 있다.

현행법상 서울시장을 제외한 시·도지사는 국무회의 참여 자격인 장관급 인사가 아니기 때문인데, 경기도는 범정부적 현안과 영향을 받는 주민 수가 전국에서 가장 많은 특성을 강조해 국무회의 참석을 끌어낼 방침이다.

12일 경기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 4월 기준 경기도내 주민등록인구는 등록외국인을 포함해 1천400만3천527명이다. 국내 총인구(5천264만5천711명)의 26.6%가 도내 거주하는 것으로, 서울시 인구(967만명)와 비교하면 1.4배 규모다.

지역 경제 규모를 가늠할 수 있는 지역내총생산(GRDP) 역시 경기도는 2021년 기준 전국 1위를 기록했다.

이와 함께 경기도는 도시 과밀과 지방소멸 문제를 동시에 안고 있는가 하면 전국에서 가장 많은 △노후 도시 정비 △광역교통망 확충 △사회 재난 및 복지 분야 정책 수요를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경기도지사는 지방공무원 보수 규정상 차관급으로 분류, 장관급으로 한정한 국무회의 참여 자격에 들지 못하는 실정이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정부 정책 결정을 필요로 하고 영향을 받는 지자체가 정작 아무런 발언권이 없는 셈이다. 경기도보다 인구가 훨씬 적은 서울시가 ‘재개발 조합원 지위 양도 시기 조정’, ‘외국인 돌봄 노동자 확충’ 등 정부에 굵직한 현안을 제시해 정책화를 유도하거나 실제 이끌어내는 것과 대비되는 양상이다.

도 관계자는 “도는 국무회의 참여 자격이 충분해진 만큼 경기도지사의 장관급 격상, 또는 국무회의 참여 자격 특례 부여 등을 정부에 적극 건의해 나갈 방침”이라고 말했다.

염종현 경기도의회 의장 (더불어민주당•부천1)을 비롯한 대한민국시도의회의장협의회 소속 의장들이 용산 대통령실을 방문해 지방의회 권한 확보를 건의하고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경기도의회 제공

■ 독립 기관임에도 더딘 지방의회 발전

1천400만 경기도민에 대한 행정을 감시하는 경기도의회가 예산·조직·감사권을 확보하지 못한 가운데, 이를 보완하기 위한 지방의회법 등 관련 법안은 국회에 계류 중이어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7일 경기도의회에 따르면 지난해 1월13일 지방자치법 전부 개정안의 시행으로 도의회는 인사권 독립이 이뤄졌다.

그러나 예산권과 조직권은 지방자치법 전부 개정안에 명시되지 않았다. 이 때문에 도의회는 예산을 편성하거나 조직을 구성할 때 도와 협의를 이어가야 하는 구조에 갇혔다. 이와 달리 국회는 현재 국회법을 적용받아 이러한 권한을 보유한 상태다.

이 같은 상황에 제21대 국회에선 예산·조직권 부여를 골자로 하는 지방의회법이 총 3건 발의됐으나 현재는 소관위 심사에 머물고 있다.

감사권 부재 역시 문제로 거론된다. 이에 도의회는 궁여지책으로 팀장 1명, 주무관 2명의 공직 윤리TF를 신설, 공직기강 확립을 도모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그러나 근본적으로 감사권이 없어 비위 공직자에 대한 조사를 진행할 수 없는 등 속 빈 강정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처럼 경기도의회가 반쪽짜리 독립기관으로 전락하면서 지방의회 권한 확대가 고려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지방의회의 주요 기능 중 하나는 도의원들의 의정활동 지원이다. 31개 시·군을 대표하는 도의원들은 정책토론회를 통해 민의를 수렴, 입법 활동을 이어가고 이는 지방자치의 초석이 된다.

도의회 관계자는 “권한 개선을 위해 정부에 지속적으로 건의하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인터뷰 박충훈 경기연구원 부원장

“전국 최대 지자체답게 정부에 목소리 키워야”

“경기도·도의회가 대도시와 농촌, 해양을 갖춘 전국 최대 규모 지방자치단체라는 이점을 살려 중앙정부를 향한 목소리를 키워야 합니다.”

박충훈 경기연구원 부원장이 도·도의회의 좋은 정책 발굴로 경기도의 힘을 보여줘야 한다고 조언했다. 경인행정학회 회장, 지방자치발전위원회 실무위원 등을 역임한 박 부원장은 ‘경기도 31개 시·군의 규제 실태 및 개선 방안’ 논문을 발간하는 등 지역 행정 전문가로 여겨진다.

박 부원장은 경기일보와의 인터뷰를 통해 “일례로 국책사업 추진 과정에서 지역 민원이 발생하는 이유는 정부가 현장의 목소리를 제대로 수용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이 과정의 가교 역할은 지방자치단체가 맡아야 한다”고 진단했다.

그러나 막강한 권한을 가진 중앙정부의 일방적인 정책 추진이라는 관행이 있어 지자체의 이러한 역할은 한계가 있다는 분석이다. 이 때문에 경기도가 선도적인 정책을 추진해 다른 지자체의 모범을 보이는 등 위상을 강화한다면 이러한 제약을 뛰어넘을 수 있다는 게 박 부원장의 판단이다.

그는 “경기도는 다양한 지역 특징을 갖고 있고 전국에서 가장 많은 인구가 살기에 좋은 정책을 만들면 전국으로 퍼질 가능성이 있다”며 “우수한 사업 성과는 주민들의 복리 증진으로 이어지며 이는 곧 지자체의 힘이 된다”고 강조했다.

박 부원장은 또 지방의회 권한에 대해선 지방의원 역량 강화가 선행돼야 한다고 판단했다.

그는 “생활임금조례와 같이 주민들의 삶과 밀접한 연관이 있는 사안을 지방의회가 만들거나 심의한다면 주민들은 저절로 지방자치의 필요성을 느낄 것”이라며 “이렇게 되면 지방의회는 현재 보유하지 않은 조직권과 예산권뿐만 아니라 자율성을 부여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정민 기자 jmpuhaha@kyeonggi.com
황호영기자 hozero@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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