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한 걸음걸이 본 베테랑 경찰의 촉… 뇌출혈 직전 60대 살렸다

이봉준 경위가 경찰서에 온 60대 남성에게 "똑바로 걸어보시라"고 한 뒤 남성의 걸음걸이를 지켜보고 있는 모습. /경찰청 유튜브

한 베테랑 경찰관이 뛰어난 눈썰미 하나로 뇌출혈 전조증상을 앓던 60대 남성의 생명을 구했다.

사연의 주인공은 경기도 파주경찰서 탄현파출소에 근무하는 형사 출신의 이봉준 경위다. 지난 9일 경찰청 유튜브에 공개된 영상에 따르면 당시 이 경위는 역주행 교통사고를 내고 조사받던 60대 남성 A씨를 바라보다 수상한 점을 발견하게 된다. 바로 그의 비틀대는 걸음걸이다.

바로 직전 A씨는 운전 중 도로 한가운데서 역주행하다 교통사고를 낸 상황이었다. 현장에 출동한 경찰은 A씨의 음주 여부를 측정했지만 술을 마시지는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다만 말투가 어눌하고 차 안에서 다량의 약이 발견되는 등 마약 의심 정황이 있어 파출소로 동행한 것이었다.

마약 검사 결과는 미검출. 차 안에 있던 약도 평소 복용하던 혈압약으로 확인됐다. 술을 마신 것도, 약물을 복용한 것도 아니었지만 A씨의 모습은 어딘가 이상했다. 이때 이 경위는 홀로 그런 A씨를 천천히 꼼꼼하게 관찰하기 시작했다. 그러다 귀가하려던 A씨를 다시 불러 세웠다.

이봉준 경위가 경찰서에 온 60대 남성을 유심히 관찰하는 모습. /경찰청 유튜브

이 경위는 A씨 앞에 서 “똑바로 한 번 걸어보시겠냐”고 말했다. A씨는 옆에 있던 책상에 손을 짚은 채로 조금씩 움직였고 다리를 심하게 절뚝였다. 이를 본 이 경위는 확신에 찬 듯 수화기를 들어 119에 신고했고 잠시 후 도착한 구급대원들에게 A씨의 증상을 설명했다.

당시 이 경위가 의심한 건 뇌출혈 전조 증상이었다. 그는 “형사 시절에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 부검을 갔을 때 ‘뇌출혈 증상이 있으면 뇌에 피가 고이기 때문에 눈이 앞으로 튀어나오는 현상이 나타난다’는 얘기를 들었는데, A씨의 눈을 보니 조금 나와 있는 게 느껴졌다”며 “걸을 때도 한쪽으로 쏠리는 현상이 나타났다”고 말했다.

실제로 병원에 후송된 A씨는 뇌출혈 판정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말초 혈관에 피가 고여 위급했던 상태였다. 그러나 이번 일로 조기에 발견해 빨리 입원 치료를 받을 수 있었고, 현재는 다행히 건강을 되찾았다고 한다. 이 경위는 “(의사가) 가족분들에게 ‘그 경찰관이 사람을 살렸다’고 말씀하셨다더라”며 “A씨와 가족분들에게 감사하다는 인사를 받았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