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 계약 대신 4년 계약, 김하성의 모험과 도박은 대성공…이제 대박계약이 기다린다
[OSEN=조형래 기자] 김하성과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의 계약이 발표되던 2021년 1월, 4+1년 최대 3900만 달러의 계약 규모는 현지의 예상보다도 작다는 평가가 주를 이뤘다.
보장 계약으로 따지면 4년 2800만 달러였다. 그리고 4년차 시즌이 끝나고 5년 차에 800만 달러의 뮤추얼 옵션이 책정되어 있다. 선수와 구단 모두가 동의해야 계약이 연장될 수 있다. 바이아웃은 200만 달러.
현지의 예상보다 계약 규모가 작아진 이유는 김하성 본인에게 있었다. 칼럼니스트이면서 이적시장에 능통했던 MLB네트워크의 존 헤이먼은 당시 ‘김하성은 최대 6년 짜리 계약을 제안 받았다. 하지만 김하성은 자신에게 모험을 걸었다. 김하성은 다음 FA 때도 젊은 나이’라고 설명했다. 김하성은 적은 계약 규모, 짧은 계약 기간을 택하고 추후 ‘잭팟’에 도전했다. 최고의 무대에 도전하면서 모험와 도박을 동시에 걸었다.
2021년 데뷔 시즌만 하더라도 김하성의 모험은 무모하게 느껴졌다. 도박은 실패로 돌아가는 듯 했다. 메이저리그의 강속구에 적응하지 못했고 KBO리그를 평정했던 타격은 김하성의 단점이 됐다. 내야 전포지션에서 수비력을 과시했지만 반대로 말하면 자신의 자리를 온전히 잡지 못했다고 봐야 했다. 김하성은 백업 선수였다. 고정된 포지션 없이 117경기(63선발) 타율 2할2리(267타수 54안타) 8홈런 34타점 OPS .622에 그쳤다.
김하성은 최근 강정호의 유튜브 채널에서 데뷔 시즌을 되돌아보며 “첫 해에 진짜 엄청나게 힘들었다. ‘다 포기하고 한국에 다시 가야 하나’ 이 생각도 엄청 했다”며 “그때 왜 포기를 못했냐면 너무 망가져서 한국에 돌아가도 제가 한국에서 했던 것처럼 야구를 못할 것 같았다. 그만큼 심리적으로 멘탈이 너무 무너져 있었다”고 마음고생을 털어놓았다.
하지만 이듬해부터 김하성은 절치부심 했고 자신에게 찾아온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페르난도 타티스 주니어의 부상과 금지약물 복용 징계로 시즌 아웃이 되자 유격수 자리를 꿰찼고 팀에 필요한 선수라는 것을 증명했다.
이제 올해, 김하성은 메이저리그에서도 내로라하는 팀 내 슈퍼스타들 사이에서 자신의 존재감을 확실하게 보여주고 있다. 데뷔 시즌부터 인정 받았던 수비력은 이제 리그 최정상급 데이터로 최상위권의 기량을 과시하고 있다. 2루수 주전이면서도 3루와 유격수를 채워야 하는 상황이면 자리를 옮겨서 빈틈없는 수비를 선보인다. 그리고 이제 타석에서도 잠재력을 터뜨리면서 KBO리그 시절의 위용을 과시하고 있다.
110경기 타율 2할8푼8리(368타수 106안타) 15홈런 41타점 63득점 27도루 OPS .835의 성적을 거두고 있다. 후반기로 범위를 좁힐 경우 김하성은 타율 3할7푼6리(93타수 30안타) 7홈런 12타점 19득점 11도루 OPS 1.064로 대활약 중이다.
후반기 타율 3할7푼6리는 메이저리그 전체 2위다. 1위는 프레디 프리먼(LA 다저스)으로 4할3푼4리를 기록 중이다. 3위는 로날드 아쿠냐 주니어(애틀랜타)로 3할7푼2리다. MVP 출신인 프리먼, 올해 MVP가 유력한 아쿠냐 사이에서 김하성도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후반기 OPS에서도 메이저리그 전체 9위다. 마차도 보가츠 타티스 주니어 등 올스타는 당연한 슈퍼스타들을 제치고 샌디에이고 팀내 1위의 생산력을 과시하고 있다.
지역 매체인 ‘샌디에이고 유니온-트리뷴’에서는 지난 11일(이하 한국시간), 최근 시애틀 원정 시리즈를 결산하면서 ‘김하성은 10일 개인 한 경기 최다인 3개를 기록하며 시즌 27도루로 내셔널리그 공동 4위에 올랐다. 2016년 트래비스 얀코스키(30게) 이후 단일 시즌 샌디에이고 선수 중 최다 기록이다’라며 ‘개인 통산 최장인 15경기 연속 안타 행진도 이어갔고 올 시즌 메이저리그에서 10번째로 긴 기록이다. 7월 9일 이후 25경기에서 타율 3할8푼3리 OPS 1.057을 기록 중인데 이 기간 팀 내 최고 타자’라면서 김하성의 후반기 폭발적인 활약상을 조명했다.
현지에서도 김하성의 연장계약 얘기가 솔솔 흘러나오고 있다. 북미스포츠매체 ‘디애슬레틱’의 샌디에이고 담당 기자 데니스 린은 팬들과의 Q&A 코너에서 이에 대해 린 기자는 ‘지금으로선 김하성이 다른 선수들보다 장기 계약의 가능성이 높다’라며 ‘샌디에이고는 소토, 스넬, 헤이더도 보유하고 싶어 하고, 그렇게 하기 위해 진지한 노력을 할 수 있다. 하지만 시장 상황이나 팀 연봉 총액, 로스터 조합 문제로 인해 어려움을 겪을 전망이다’고 설명했다.
이어 ‘김하성도 가치가 치솟고 있기 때문에 연장 계약이 쉽지 않을 수 있다. 그래도 김하성이 소토, 스넬, 헤이더만큼 많은 돈을 요구하진 않을 것이다’며 ‘팬들의 사랑을 한몸에 받는 생산적인 선수를 샌디에이고가 놓치는 것은 상상하기 어렵다’고 김하성과 재계약을 긍정적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계약 3년차에 접어든 김하성의 가치는 나날이 높아지고 있다. 지금의 가치가 가장 낮다고 봐도 무방하다. 가치를 평가하는 대체선수대비승리기여(WAR) 수치는 김하성의 위대함을 데이터로 나타내고 있다. bWAR(베이스볼 레퍼런스) 5.9로 야수 전체 2위, fWAR(팬그래프) 4.4로 야수 8위에 해당한다. 그리고 팬그래프 기준으로 현재 김하성의 현재 활약상을 연봉으로 환산하면 3520만 달러에 달한다고 평가한다.
이 기준대로 연봉이 책정되지는 않는다. 김하성이 이 정도의 가치있는 선수라고 평가하는 하나의 지표라고 생각하면 된다. 그래도 메이저리그 선수들 모두가 원하는 ‘잭팟’을 터뜨릴 수 있는 조건은 모두 갖춘 셈이다. 현지 언론에서는 김하성을 1억5000달러 계약을 맺을 수 있는 선수라고도 평가했다.
중요한 것은 김하성은 자신의 자신감을 계약 기간이 모두 끝나기 전에 증명했다. 3년 전 만약 모험보다 안정을 택하고 5~6년 기간의 계약을 받아들였다면 현재와 같은 활약에도 연장계약 논의는 덜했을 것이고 잭팟의 가능성도 현저히 떨어졌을 것이다. 지금 시점에서 김하성은 굳이 뮤추얼 옵션을 발동할 이유가 없다. 김하성은 자신감을 몸소 증명했고 모험의 끝에는 대박 계약이라는 결실이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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