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숙하지만 새로운 한국의 맛… 나만의 ‘한스푼’ 넣는다 [유한나가 만난 셰프들]

2023. 8. 12. 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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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주아’ 문병철 셰프
고3 해외 취업 프로그램서 요리에 빠져
미슐랭 2스타 김호영 셰프의 오픈 도와
현재 함께 일하며 김 셰프의 색깔 배워
반찬·죽 등 친숙한 한국의 맛에 색 가미
김부각·육회 접목 ‘캐비아 김’ 시그니처
“남들과 다른 새로운 맛 전달하려 노력”
뉴욕 주아의 문병철 셰프를 만났다. 문 셰프는 고등학교 3학년 때 호주 브리즈번시와 대전시의 자매결연 10주년을 기념해 고등학생들에게 대학 진학이 아닌 해외 취업의 기회를 주는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요리와 가까워졌다. 이 프로그램으로 고등학교 졸업을 앞두고 호주 호텔 인턴 기회가 생겨 3주간의 인턴 과정을 마치고 같은 호텔에 워홀 비자로 첫 요리사로 근무했다.
문병철 셰프
일년을 호주에서 일하고 막연한 해외 양식 음식이라는 방향성을 잡고 한국에 귀국 후 군대를 가려 했다. 보통 대학에 진학한 친구들은 전역 후 돌아갈 학교가 있지만 바로 군대를 가버리면 한국에서 아무 기반 없이 시작해야 해서 장진모 셰프의 앤드 다이닝의 오픈 멤버로 일한 뒤 일년 후에 군에 입대했다. 군 전역 후 손종원 셰프의 라망시크레 오픈 멤버로 합류했고 요리사로서 기본과 셰프로서의 나아갈 방향성을 확립했다.

이 레스토랑이 리뉴얼한 뒤에는 수셰프를 맡아 본격적으로 메뉴를 선보이며 개인의 방향성을 다져 나갔다. 이후 미국 주아 김호영 셰프의 새 레스토랑 오픈 준비 기회를 얻었다. 10년 전부터 꼭 한 번 와서 도전해보고 싶었던 뉴욕 주아에서 김 셰프의 색깔을 배우면서 새 레스토랑 오픈을 기다리는 중이다.

뉴욕의 주아 레스토랑은 뉴욕 정식당에서 미슐랭 가이드 2스타를 받은 김호영 셰프가 미슐랭 1스타를 받은 코리안 다이닝으로 7코스 단일 메뉴를 선보이고 있다. 반찬이나 죽 같은 한국인들에게 친숙한 음식에 우드 파이어를 접목, 숯과 나무로 훈연을 가미하여 새롭게 선보이는 코리안 다이닝이다. 반찬이나 죽은 한국 사람들에게는 흔하게 인식될 수 있는 아이템이지만 외국인들에겐 새롭게 제안하는 메뉴라고 할 수 있다.
캐비아 김
현재 주아에서 선보이는 첫 번째 시그니처 메뉴는 캐비아 김이다. 흔히 일식에서 많이 보던 군함말이와 비슷한 형태를 지니고 있지만 맛이나 먹었을 때 느껴지는 식감은 일식의 그것과는 확연히 다르다. 바삭하게 만들어낸 김부각으로 원통을 만들고 그 안에 트뤼프 라이스, 김치, 차이브, 아보카도 육회와 캐비아를 얹어서 제공하고 있다.

전체적으로 플레이팅 비주얼은 굉장히 모던하고 팝아트와 같은 느낌을 전달하고 있다. 맛 자체도 입안에 들어찼을 때 꽉 차게 느껴지는 균형감과 동시에 한식만이 지니고 있는 향을 즐길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다. 한국인, 외국인 모두가 진짜 맛있는 맛이라고 얘기할 정도로 인기 있는 메뉴이다.

두 번째 시그니처 메뉴는 죽이다. 푸아그라와 리소토처럼 익힌 쌀에 들깨로 만든 육수를 넣고 만든 죽이라고 할 수 있다. 한국에서 먹는 일반적인 죽을 연상하면 그 형태가 다르지만 그렇다고 죽이 아니라고 할 수 없는 묘한 지점을 형성한다. 밥알이 완전히 으깨지지 않고 살아 있는 상태로 국물에 넣어서 제공하는데 훈연한 가리비, 잎새 버섯 시금치, 씻은 김치가 들어가서 그 맛이 일반적인 죽처럼 밋밋하지 않고 다채롭고 재밌는 조화를 만들어 낸다.
한국인으로서 꼭 한국 음식을 하지 않더라도 한국의 기억을 바탕으로 메뉴를 짜는 이상 문 셰프나 같이 일하는 한국 요리사들에게도 새로울 것 없는 하루하루이지만 재밌는 메뉴를 만들어서 고객들에게 제공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세계에서 제일 맛있는 초코타르트를 만들 수 없다면 왜 나도 굳이 수많은 초코타르트 중 하나를 만들어야 하는가, 굳이 다 같은 음식을 만드는데 왜 나까지 만들어야 하는지를 고민했다. 내가 만드는 음식엔 내가 만들어야만 하는 이유가 있을 것이고 그 이유를 찾아내고 만들어야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일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이러한 고민 과정 도중 현재에 다다르게 되었는데, 문 셰프는 결국 같은 아이디어와 경험을 토대로 하지만 남들과 다른 새로움을 전달하려고 무던히 노력하고 있다.
유한나 푸드칼럼니스트
대표적인 예로 레스토랑 묘미에서 만든 메뉴 중 첫 번째 프링글스에서 영감받아 만든 스낵 메뉴가 있었는데 감자칩, 사워크림, 젤리, 캐러멜라이즈드 어니언 칩으로 만든 스낵이었다. 묘미에 근무할 당시 오늘날의 서울 음식에 대해서 고민을 많이 했는데 언제부턴가 한국적이라는 말을 할 때마다 외국인들에게 소개하는 한식에만 너무 치중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 나의 오늘날의 한국 음식은 무엇일까라는 고민을 많이 하게 되었다.

이러한 고민 끝에 배워온 한식이 아닌 문 셰프 스스로의 눈높이와 문 셰프가 보고 있는 오늘날의 서울 음식에 문 셰프만의 색을 입혀서 선보이는 것에 집중하고 있다. 나에게는 매일 같은 반복이지만 손님에게는 그저 한 번의 기회일 뿐이니 나의 100번 중 한 번의 실수는 누군가에겐 전부다.

유한나 푸드칼럼니스트 hannah@food-fantas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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