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은 최고, 적금은 최저…금리 적용의 진실은
‘전국 누구나 당일’, ‘무직자도 걱정 없이’, ‘5분 OK’ 등 빚을 지는 게 한결 쉬워진 시대다.
서민의 대출 수요는 카드와 캐피탈 업계로 몰려들었고, 특히 코로나19 발병 이후 3년 동안 20·30대의 빚이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경기일보는 100만원을 ‘대출’ 받았을 때와 ‘적금’ 들었을 때의 상황을 각각 계산해 봤다. 최종적으로 1년이 지났을 때 이자들이 얼마나 붙었을까.
■ 수많은 대출·적금 상품…가입요건·최고금리 ‘천차만별’
12일 온라인 포털사이트에 ‘대출’을 검색하자 3.9%대의 금리부터 19.9%대의 금리까지 수많은 상품이 쏟아지고 있었다.
이 중 무작위로 A신용대출과 B신용대출을 클릭했다.
A신용대출은 연 소득 2천만원 이상의 소득 증빙이 가능한 만 25세 이상 직장인이라면 신용 점수 상관 없이 최대 1억원 한도로 대출을 받을 수 있고, 모바일 자동(비대면) 대출이 특징이며 연 금리는 최저 11.36%에서 최고 19.99%까지 상이하다.
B신용대출은 만 20세 이상 급여소득자나 주부를 대상으로 최대 1억5천만원을 지원해 주고, 연 금리는 최저 7.4%에서 최고 18.9%(고정금리)다.
반대로 ‘적금’을 검색하면 광주은행의 ‘행운적금’이 최고 13.50%로 최고금리가 가장 높았다. 다음으로는 우리은행의 ‘데일리 워킹 적금’(최고 11.00%)이었다.
최고금리가 아닌 기본금리가 높은 상품은 IBK기업은행의 ‘IBK사랑나눔적금’(5.30%·12개월)이었으며, ▲우리종합금융 ‘The조은 정기적금’(4.90%·12개월) ▲경남은행 ‘장병내일준비적금’(4.90%·12개월) ▲KB국민은행 ‘KB청년도약계좌’(4.50%·60개월) ▲NH농협은행 ‘NH청년도약계좌’(4.50%·60개월) 등이 뒤를 이었다.
■ 100만원 빚지면 이자만 11만원…적금도 비슷하나 수혜자 적어
각각 금리가 가장 높게 검색된 상품을 기준으로 19.99%의 대출(A신용대출)을 받았을 때와, 13.50%의 적금(행운적금)을 들었을 때를 가정해 봤다.
이때 가상 대출 및 적금 금액은 실제 상품 가입 조건과는 무관하게 100만원으로 통일했으며, 산출된 결과 역시 실제 상품과는 차이가 있다.
먼저 '대출' 기간은 12개월, 원(리)금 균등분할 상환 방식, 중도상환수수료는 2%다.
당초 100만원(대출원금)을 빌렸다면 12개월 뒤 상환금액은 모두 111만1천557원이 된다. 1회차 상환금액은 9만2천630원, 중도상환수수료는 2만원이다. 1년 만에 순수한 대출이자만 11만1천557원 늘어나며 원금보다 11.15%를 더 내야 한다.
이어 '적금'은 12개월, 단리 13.50%, 일반과세다.
100만원을 한번에 예치하고 추가 월 적립액이 없다면 1년 뒤 세후 수령액은 111만4천210원이다. 이자과세(15.4%) 2만790원이 제외된 수치다. 1년 만에 11만4천210원(11.42%)이 늘며 대출 이자보다 더 큰 금액이 붙었다.
하지만 문제는 ‘대출’에서 최고금리가 적용될 가능성보다 ‘적금’에선 최고금리를 적용받을 가능성이 더 낮다는 점이다.
행운적금만 봐도 최대금리를 적용받기 위해선 가입기간 매주 회차별로 배정된 행운번호(6개의 숫자 조합)가 해당 회차에 추첨되는 당첨 번호와 일치해야 한다는 등의 조건이 있다.
이 조건 등을 채우지 못하면 정액적립식 가입자는 기본금리 3.70%에, 자유적립식 가입자는 기본금리 3.40%에 상품을 이용해야 하는데, 그 경우 ‘100만원’의 원금은 1년 뒤 각각 103만1천302원, 102만8천764원이 된다.
■ 급전 찾아 카드·캐피탈로
단순히 산술적으로만 따진다면 100만원을 대출 받았을 때 생기는 빚이나, 100만원을 적금 들었을 때 늘어나는 이자나 ‘최고금리’에 따른 금액대는 비슷하다.
다만 대출은 상대적으로 가입의 폭이 넓고 가입 방식이 쉬운 반면, 적금은 소득·연령 등에 따라 가입 요건이 제각각 다르다는 점이 차이다. 적금보다 대출에 손대는 게 빠르다는 의미다.
결국 ‘급전’이 필요한 서민들은 적금을 넣기보단 카드·캐피탈 업계로 몰릴 수밖에 없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카드·캐피탈 업계의 중금리 신용대출 취급액은 2조1천891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말(8천752억원)과 비교해 약 150% 증가한 규모다.
같은 기간 카드론 잔액도 증가세를 보였다. 신한·삼성·KB국민·현대·롯데·하나·우리카드 등 카드사 7곳의 6월 말 기준 카드론 잔액(34조8천326억원)은 지난해 말(33조6천404억원) 1조1천922억여원 뛰었다.
중금리 대출은 물론, 고금리 대출의 일환인 카드론 잔액이 함께 증가했다는 건 서민 경제가 흔들리고 있음을 방증한다.
통상 중·저신용자를 대상으로 하는 '중금리 대출'의 경우 카드사보단 저축은행 등에서 공급을 주도해 왔는데, 최근 저축은행 등 여타 업권이 대출 규모를 줄임에 따라 대출받고자 하는 이들이 카드론으로 몰렸기 때문이다.
■ 쉬워진 대출에 2030 빚 연체율 ↑
더욱이 주목할 부분은 소득 기반 등이 취약한 30대 이하의 ‘빚 연체율’이 최근 들어 특히 높아졌다는 점이다.
부동산 급등·저금리 상황 속에서 경제 취약계층인 청년층의 전세보증금·월세 등을 지원하는 상품이 많아졌고, ‘20세 미만’의 ‘무소득자’도 모바일이나 PC 등으로 대출을 받을 수 있는 상품들이 늘어난 데 따른 영향이다.
국내 19개 은행(시중·지방·인터넷은행)이 금융감독원을 통해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양경숙 의원(더불어민주당)에게 제출한 ‘연령별 주택담보대출 연체율 현황’ 자료만 봐도, 올 2분기 말 기준 만 20대 이하 연령층의 연체율(1개월 이상 원리금 연체 기준)은 0.44%로 집계됐다. 역대 최고 수준이다.
30대·40대·50대·60세 이상 연령층의 연체율은 2분기 말 기준 각 0.17%, 0.21%, 0.20%, 0.21%였던 것을 보면 20대 이하의 연체율이 소폭 높은 수치다.
경기도의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전세 대출, 자동차 담보 대출뿐만 아니라 신용 대출, 사업자 대출 등을 찾는 20~30대 이용자가 과거보다 많아졌고, 일부 금융권 상품의 경우 가입 요건 허들이 낮아진 것도 사실”이라며 “빚 연체율이 높아진다는 건 사회적으로 금융 시스템의 불안 요소가 커진다는 의미인데 더욱이 연체 대상이 청년 계층이라면 금융계에서도 대출 대상과 요건 등을 좀 더 섬세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한편 한국은행도 20·30대 청년층의 부실 대출 문제에 주목한 바 있다.
한은은 지난 6월 발표한 ‘금융안정 보고서’에서 “2020년 이후 취급된 가계대출 가운데 30대 이하 차주(대출자)의 비중이 과거보다 높은 점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면서 “해당 차주들의 소득 기반이 여타 연령에 비해 취약한 만큼, 한동안 30대 이하를 중심으로 2020년 이후 취급된 가계대출의 연체율이 예상보다 높게 상승할 가능성을 염두에 둬야 한다”고 진단했다.
이연우 기자 27yw@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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