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몽골과 ‘희토류 동맹’ 맺고 중국 뒤통수 때렸다
한때 세계를 제패했던 칭기즈칸의 나라 몽골이 다시 국제사회의 주목을 끌고 있다. 몽골의 광활한 대초원 밑에 엄청난 천연자원이 매장돼 있기 때문이다. 몽골은 인구가 300만 명밖에 되지 않지만 국토 면적은 156만4000㎢로 한반도의 7.5배에 달한다.
자원부국 몽골의 지리적 약점
몽골은 세계 10위 자원부국으로 전체 보유 광물은 80여 종이며 구리, 석탄, 형석을 비롯해 금, 철, 납, 몰리브덴, 은, 텅스텐, 우라늄, 아연 등이 풍부하게 매장돼 있다. 구리 생산량은 세계 2위이고, 강철과 알루미늄을 제작할 때 쓰이는 형석은 세계에서 세 번째로 생산량이 많다. 철의 강도를 높이는 몰리브덴 생산량도 세계 9위다. 첨단 제품 소재인 희토류의 경우 전 세계 매장량의 16%를 보유하고 있다. 몽골 국토의 25%밖에 지질조사가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에 앞으로 더 많은 천연자원을 확보할 가능성이 크다. 몽골은 과거 유목 생활을 했지만, 현재는 광업이 주력 산업이다. 광업이 국내총생산(GDP)의 25.4%, 총수출의 81.3%를 차지하고 있다. 땅속 천연자원이 몽골을 먹여 살리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몽골은 지리적으로 큰 약점이 있다. 북쪽으로는 러시아와 3000㎞, 남쪽으로는 중국과 4670㎞나 되는 국경을 접한 내륙 국가인 것이다. 몽골이 광물을 수출하려면 중국이나 러시아를 통해야만 한다. 문제는 몽골이 과거부터 중국과 러시아에 상당한 반감을 갖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몽골 역사와 맞닿아 있다. 몽골은 14세기 중엽까지 광대한 영토를 가진 제국이었지만 내분으로 해체된 이후 지리멸렬한 모습을 보였고, 1688년부터 청나라 지배를 받았다. 청나라는 몽골을 고비사막을 경계로 남쪽은 막남(漠南), 북쪽은 막북(漠北)으로 나눠 통치했다. 막남은 내몽골, 막북은 외몽골(현 몽골)이다. 외몽골은 1921년 소련의 지원을 받아 중국으로부터 독립을 쟁취하면서 소련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공산주의국가가 됐다. '소련의 위성국가'라는 말을 들었던 몽골은 1990년 소련 붕괴와 함께 민주주의공화국이 됐다.
게다가 몽골 국민은 중국을 가장 싫어한다. 몽골 국민에게는 청나라가 오랜 기간 자국을 점령한 데 대한 역사적 앙금이 남아 있다. 중국은 몽골 영토라고 할 수 있는 내몽골(네이멍구·內蒙古)을 지배하고 있다. 몽골 국민은 대부분 중국의 네이멍구를 다시 자국 영토로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몽골은 권위주의 체제인 러시아, 공산당 1당 독재 체제인 중국 사이에 낀, 말 그대로 '민주주의의 오아시스'인 셈이다.
미국이 몽골의 지리적 약점을 극복할 수 있는 방안을 통해 몽골과 전략적 협력 관계에 적극 나서고 있다. 이 방안은 미국과 몽골이 오픈 스카이 협정을 맺는 것이다. 오픈 스카이 협정이란 국가 간 항공편을 개설할 때 항공사가 정부의 사전 승인 없이 신고만 하면 취항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미국과 몽골은 현재 양국을 잇는 직항 노선이 없다.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은 8월 2일 워싱턴을 방문한 롭상남스라이 어용에르덴 몽골 총리와 회담을 갖고 내년 2분기부터 양국 직항 노선을 개설하는 내용의 오픈 스카이 협정에 합의했다. 이 협정으로 양국은 승객은 물론, 화물을 운송하는 데 상당한 도움이 될 것이 분명하다.
미국-몽골 직항 노선 개설
몽골 총리가 미국을 방문한 것도 2018년 이후 처음이다. 어용에르덴 총리의 방미는 지난해 11월 1일 자담바 엥흐바야르 몽골 국가안보위원회 서기가 미국을 방문해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 보좌관과 만나 경제·기후·안보 문제에 관한 양국의 협력 강화를 약속한 데 따른 것이다.몽골 입장에서 미국 직항 노선 개설은 경제적으로나 정치적으로나 매우 중요하다. 몽골은 광물 대부분을 중국으로 수출하고 있어 최악의 경우 중국이 국경을 폐쇄하면 수출길이 막힌다. 실제로 중국은 2006년 티베트의 정신적 지도자 달라이 라마 14세가 몽골을 방문하자 보복 조치로 철도 운행 중단 등 국경을 폐쇄한 바 있다. 몽골 국민의 90%는 티베트 불교를 믿는다. 몽골 유목민의 전통가옥 게르를 방문하면 중앙에 놓인 달라이 라마 14세의 사진이나 초상화, 티베트 불교 탱화를 쉽게 볼 수 있다.
중국은 2016년에도 달라이 라마 14세가 몽골을 방문하자 국경 폐쇄는 물론, 경제적 보복 조치까지 내렸다. 중국은 석탄 등 몽골 광물 수출량의 84%를 점유하고 있다. 결국 몽골 정부는 달라이 라마 14세의 자국 방문을 영구히 허가하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이런 맥락에서 볼 때 몽골은 '제3의 이웃'인 미국과 관계 강화를 통해 중국의 압력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게 됐다. 어용에르덴 총리는 "오픈 스카이 협정이 양국 간 관광과 무역, 사업과 투자를 증진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세계 2위 희토류 부국 몽골
미국도 몽골과 협력을 통해 중국을 견제하는 전략을 적극 추진할 수 있게 됐다. '중국의 뒷마당'이라 할 수 있는 몽골의 지정학적 위치를 감안할 때 미국은 몽골을 교두보 삼아 군사·안보 측면에서 상당한 전략적 우위를 점할 수 있다.더욱 중요한 점은 미국이 오픈 스카이 협정에 따라 몽골로부터 희토류를 대거 수입할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 해리스 부통령과 어용에르덴 총리가 희토류를 비롯해 핵심 광물 개발 및 생산에서 양국 협력을 강화하기로 합의했기 때문이다. 어용에르덴 총리는 "희토류와 구리를 비롯해 핵심 광물 개발에서 미국과 이미 협력 중"이라며 "양국은 앞으로 협력을 더욱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은 그동안 희토류와 핵심 광물 수입에서 중국 의존도가 크다는 점을 상당히 우려해왔다. 실제로 중국은 8월 1일부터 핵심 광물인 갈륨과 게르마늄의 수출을 통제하는 조치를 내렸다. 따라서 몽골의 희토류 등 광물 자원을 직접 공수해올 길이 열린다면 미국 입장에서는 천군만마를 얻은 것이나 다름없다. 몽골은 중국에 이어 두 번째로 희토류를 많이 보유한 나라다. 말 그대로 미국이 중국 뒤통수를 때린 격이다.
미국과 몽골은 6월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주요 광물 공급망 강화를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바 있다. 미국, 몽골, 한국 등 3개국은 같은 달 몽골 수도 울란바토르에서 3자 핵심 광물 협의체를 출범하고 글로벌 공급망 안정을 위한 협력 체제를 구축하기로 합의했다.
게다가 몽골 정부는 세계 최대 전기차업체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가 창업한 우주탐사기업 스페이스X의 위성 기반 초고속 인터넷 서비스 '스타링크'를 도입하기로 했다. 국토 대부분이 광활한 초원인 몽골에서 인터넷을 자유롭게 이용하려면 위성 통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머스크 CEO는 전기차 배터리 제조 공정의 필수 소재인 희토류와 구리가 상당량 매장된 몽골에 대한 투자도 검토하고 있다. 울란바토르 북동부에 자리한 오유톨고이 광산은 전 세계에서 네 번째로 구리 매장량이 많은 곳이다. 2030년이면 이곳에서 매년 50만t의 구리가 생산될 것으로 보인다. 이는 전기차 600만 대를 만들 수 있는 양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몽골은 미국 등 서방 각국과 기업들이 자국의 풍부한 광물 자원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주기를 원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몽골, 미국과 안보협력 강화
미국과 몽골의 군사협력도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장관은 8월 3일 워싱턴 국방부 청사 펜타곤을 방문한 어용에르덴 총리를 맞아 의장대 사열식을 하는 등 극진하게 환대했다. 몽골 총리가 펜타곤을 찾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오스틴 장관은 "양국은 민주주의 가치를 공유한다"면서 "앞으로 양국은 국방협력을 확대해 인도·태평양 지역의 평화와 안전에 기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어용에르덴 총리도 "미국은 우리에게 제3의 전략적 이웃일 뿐 아니라, 몽골의 민주주의 여정을 인도하는 북극성이나 마찬가지"라고 밝혔다.몽골은 그동안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 자청해 파병하면서 미국과의 군사협력 관계를 돈독히 유지해왔다. 양국은 지난해 8월 울란바토르에서 첫 전략 대화를 갖고 안보협력을 강화하기로 합의했다. 미국과 몽골은 2003년부터 유엔 평화유지활동(PKO) 연합훈련인 '칸 퀘스트'(왕의 원정)를 실시해왔다. 6월 19일부터 7월 2일까지 몽골에서 실시된 이 훈련에는 한국 등 35개국 군 병력 1100여 명이 참가했다. 해리스 부통령은 "몽골은 지난 30여 년간 인도·태평양의 든든한 민주주의 국가이자 친구였다"며 "양국의 동반자 관계는 지역 안정과 번영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미국과 몽골이 앞으로 전략적으로 협력 관계를 더욱 강화할 경우 중국 입장에선 상당한 부담이 될 것이 분명하다.
이장훈 국제문제 애널리스트 truth21c@emp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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