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택배 없는 날’ 불참…택배기사들과 연일 불협화음 [사사건건]

김나현 2023. 8. 12. 0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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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이 연속 4개 분기 흑자를 기록하면서 역대 최고 실적을 쏘아올린 가운데 택배노동자들의 휴식권을 보장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택배 없는 날(8월14일)’에 쿠팡은 동참하지 않으면서 택배기사들이 연일 거리투쟁에 나서며 쿠팡과 택배노동자들 사이 불협화음이 계속되는 모양새다.
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위원회 관계자들이 지난 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인사동 통합물류협회 앞에서 택배 없는 날(8월 14일) 쿠팡 동참 대책 마련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1
◆‘택배 없는 날’ 안 쉬는 쿠팡

택배노동자 과로사대책위원회(위원회)는 지난 8일 서울 종로구 통합물류협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쿠팡의 ‘택배 없는 날’ 동참을 촉구했다. ‘택배 없는 날’은 장시간 노동을 하는 택배노동자들이 단 하루 배송을 멈추고 여름 휴가를 보내자는 의미에서 2020년 고용노동부(노동부)와 통합물류협회 및 민간 택배사들이 합의한 휴일이다. 다음주 월요일인 14일 CJ대한통운, 한진택배, 롯데글로벌로지스 등 주요 택배사들은 배송을 멈춘다. 반면 쿠팡로지스틱스서비스(CLS) 택배 없는 날에 불참 입장을 밝힌 상태다.

위원회는 “모두가 쉴 때 함께 쉬어야 공정한 부담이 가능하다”며 “택배 없는 날에도 ‘쿠팡은 안 쉰다’는 인식이 생기면 해당 연휴에 모든 물량이 쿠팡에 몰려 쿠팡 물류를 배송하는 택배노동자들은 극한의 과로에 내몰리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노동부와 통합물류협회는 2020년 택배없는날을 합의했던 택배종사자 휴식보장을 위한 공동선언의 서명 당사자”라며 “통합물류협회 회원인 쿠팡CLS가 택배없는 날에 동참하게 할 책임이 있다”고 촉구했다.

이에 쿠팡은 CLS가 여타 택배사들과 시스템이 달라 쿠팡 물류를 배송하는 기사들이 자유롭게 휴가를 갈 수 있어 택배 없는 날에 동참하지 않아도 된다는 입장이다. CLS 관계자는 “일반 택배업계는 독점 노선을 책임져야 하기 때문에 쉬고 싶으면 하루 25만원 수준의 외부 택배기사(용차)를 투입해야 한다”며 “CLS는 대리점과 계약을 맺을 때 ‘백업기사’를 두게 해 택배기사들이 원하면 365일 언제든 쉴 수 있다”고 밝혔다.
태풍으로 빗줄기가 거센 가운데 택배노동자들이 ‘쿠팡기사도 쉬고 싶다’가 적힌 현수막을 들고 행진하고 있다. 김나현 기자
◆택배노조 “자유롭게 쉬면 해고” vs 쿠팡 “허위 사실 법적 조치”

반면 쿠팡 택배기사들은 자유로운 휴가 사용 시, ‘클렌징(배달 구역 회수)’을 당할 수 있다고 반발하고 있다. 민주노총 전국택배노동조합(택배노조)에 따르면 CLS가 대리점에 택배 노동자가 달성하기 어려운 배송업무 수행률을 제시하고, 이를 달성하지 못하면 ‘클렌징’이라 불리는 배달 구역 회수를 통해 일할 수 없게 만든다는 설명이다.

지난 9일 택배노조는 CLS가 위탁 대리점으로부터 배달 구역을 회수할 수 있는 ‘클렌징’ 제도를 폐기하라고 촉구하는 오체투지 행진을 진행했다. 택배노조는 9일 오전 서울 강남구 CLS 본사 앞 기자회견에서 “지난 4월24일 노동조합 창립 이후 석 달 동안 강남지회에서 5명, 일산지회에서 3명, 분당지회에서 9명 등이 클렌징과 출입제한 등을 통해 사실상 해고됐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CLS가 클렌징 기준으로 삼는 ‘수행률’은 일종의 ‘당일배송’으로 타 택배사에서도 이를 관리하지만, 구역 회수나 해고의 기준으로 삼지 않는다”며 “극심한 고용불안을 낳는 클렌징을 폐지하고, 적절한 수준의 서비스평가제도를 시행하라”고 요구했다.
지난 9일 150여명의 택배노동자들이 서울 강남역에서 선릉역까지 ‘쿠팡 부당해고 중단 및 택배 없는 날 촉구’ 도보 행진에 나섰다. 김나현 기자
이어 10일에는 150여명의 택배기사들이 서울 강남역부터 선릉역까지 ‘쿠팡 부당해고 중단 및 택배 없는 날 촉구’ 도보 행진에 나섰다. 이날 태풍으로 폭우가 쏟아지는 가운데 행진에 참여한 송모씨는 “쿠팡은 95%의 수행률을 요구하는데 하루만 쉬어도 수행률 14% 정도가 깎인다. 어떻게 자유롭게 쉬겠나”라며 “백업기사가 있는 대리점은 규모가 큰 곳들뿐이다”라고 말했다.

이에 CLS 관계자는 “택배노조는 대리점주가 노선을 계속 유지하기 어렵다고 인정해 CLS와 협의 하에 노선을 조정한 사례 등을 CLS가 해고했다고 허위주장을 하고 있다”며 “해당 대리점은 조정된 노선에서 배송하던 택배기사를 다른 노선에 배치하여 여전히 배송하고 있다”고 대응했다. 이어 “건조물침입 및 CLS 직원에 대한 폭력행위를 저질러 캠프 출입이 제한된 사례도 해고됐다고 주장하고 있다”며 “허위 주장에 대해 법적 조치 등 엄정하게 대응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김나현 기자 lapiz@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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