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스크 vs 저커버그 ‘세기의 현피’는 이탈리아 유적지에서?

머스크, 로마 ‘콜로세움’ 암시했지만
반발에 문화부 장관 “로마선 안 열려”

마크 저커버그(왼쪽 사진) 메타 최고경영자와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 AP 연합뉴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와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 간 격투기 대결이 이탈리아의 고대 로마 유적지에서 열릴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런 소식이 알려지자, 이탈리아 내에서 “적절하지 않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어 실제 성사 여부는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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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스크 "이탈리아 측, '장엄한 장소'에 합의"

머스크 CEO는 11일(현지시간)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이탈리아 총리, 그리고 문화부 장관과 (격투 장소와 관련해) 이야기를 나눴다”며 “그들은 장엄한(epic) 장소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이어 ‘검투사(Gladiator)'라는 단어를 거론하며 두 사람의 대결이 로마 콜로세움에서 열릴 것임을 암시했다. 또, 대결이 X와 메타를 통해 생중계될 것이라면서 “카메라에 담기는 모든 장면이 고대 로마일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콜로세움은 과거 검투사들이 맹수들과 결투를 벌인 고대 로마의 원형 경기장이다. 이탈리아의 대표 유적지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지정되기도 했다.

경기장 바닥 복원 공사에 들어간 이탈리아 로마 유적지 콜로세움의 예상도. 전직 이탈리아 문화장관 다리오 프란체시니 트위터 캡처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젠나로 산줄리아노 이탈리아 문화부 장관은 머스크 CEO와 격투 장소 논의를 했던 사실을 인정했다. 산줄리아노 장관은 이날 성명을 내고 “(대결을 이탈리아에서 개최하면) 수백만 유로에 달하는 막대한 금액이 모일 것”이라며 “(이 금액은) 이탈리아의 중요한 소아 병원 두 곳에 기부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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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 존엄, 못 팔아” 이탈리아서 반발

그러나 이탈리아 정치권에서는 야권을 중심으로 거센 반발이 일고 있다. 중도 정당 아지오네의 대표 카를로 칼렌다는 “이탈리아 문화유산이 어리석은 청소년처럼 응석을 부리는 두 억만장자에게 제공되려고 한다”고 일침을 날렸다. 그러면서 “돈에 팔 수 없는 것들이 있다. 그중 하나가 위대한 국가의 존엄과 역사”라고 강조했다.

다만 산줄리아노 장관은 “머스크와 역사를 환기하는 훌륭한 자선 행사를 개최하는 방안을 논의했지만, 경기가 로마에서 열리진 않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이 때문에 실제로 콜로세움에서 ‘머스크 대 저커버그’라는 세기의 격투기 대결이 벌어질지는 여전히 불투명한 상황이다.

전혼잎 기자 hoihoi@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