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하성은 단장 최고 업적” “다른 KBO 스타 올 징조” 미국은 지금 ‘김하성 앓이’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A.J 프렐러 샌디에이고 단장은 메이저리그 30개 구단 단장 중 가장 속을 이해하기 어려운 인사로 손꼽힌다. 필라델피아, LA 다저스, 텍사스를 거쳐 2014년 샌디에이고의 단장으로 부임한 프렐러 단장은 어지러운 팀 로스터 정비 과정에서 팬과 안티팬을 동시에 양산했다. ‘매드맨’이라는 별명도 그렇게 붙었다.
때로는 슈퍼스타들을 영입해 제대로 달려보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가, 성적이 안 나오면 바로 팔아버리고 로스터를 정비하는 패턴이 꽤 오래 이어졌다. 사실 그 과정에서 성적이 뒷받침되지 않은 부분도 있었다. 실제 프렐러 단장은 부임 이후 단 한 번도 지구 우승을 차지하지 못했다. 물론 절대 강자인 LA 다저스의 아성이 만만치 않은 것은 사실이지만, 그래도 핑계를 대기 어려운 부진이 이어진 해도 제법 많았다.
프렐러 단장은 구단의 전폭적인 지원 하에 최근에는 ‘대권 도전’을 위해 달리겠다는 뜻을 숨기지 않고 있다. 프랜차이즈 규모나 TV 중계권료 규모가 그렇게 크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현재 샌디에이고의 팀 페이롤은 리그 최정상권 수준이다. 2019년 매니 마차도에 10년 3억 달러를 쓴 것을 시작으로, 2021년 페르난도 타티스 주니어의 14년 3억4000만 달러 연장 계약, 그리고 올 시즌을 앞두고 잰더 보가츠의 11년 2억8000만 달러 계약 등 대형 계약이 프렐러 단장 주도 하에 쏟아졌다.
그뿐만이 아니라 조 머스그로브, 다르빗슈 유, 제이크 크로넨워스와도 연장 계약을 하며 팀 연봉이 부풀렀다. 하지만 올해 5할 승률도 채 못 미치는 성적이 나오자 프렐러 단장은 사면초가에 몰려있다. 페르난도 타티스 주니어와 김하성이 있는 내야에 굳이 보가츠를 추가했어야 하는지 등등 숱한 의구심 속에 빠져 있다.
북미 스포츠전문매체 ‘디 애슬레틱’의 샌디에이고 담당기자 데니스 린도 11일(한국시간) 프렐러 단장의 지난 오프시즌 움직임에 대해 일견 이해할 만한 부분이 있었다고 일부는 옹호하면서도 ‘야구 운영과 관련된 모든 부분들을 조언하는 건 프렐러의 일이다. 그러나 (부임 후) 9년이 지난 지금, 프렐러는 정교한 로스터 구축보다는 화려한 거래로 더 관심을 끄는 단장으로 스포츠계에 남아있다’고 비판의 날도 세웠다.
막대한 금액을 투자한 선수들이 그만한 생산력을 뽑아내지 못하고 있으니 당연한 비판이다. 돈을 비효율적으로 쓴다는 비난에서 자유롭기 어렵다. 다만 그 가운데에서도 프렐러 단장이 유일하게 찬사를 받고 있는 계약이 있으니 바로 2021년 시즌을 앞두고 포스팅 금액 별도 4년 총액 2800만 달러에 계약한 김하성(28)이 그 주인공이다.
사실 이 계약 당시까지만 해도 이 거래를 이해하지 못하는 이들이 태반이었다. 당시 샌디에이고는 3루에 매니 마차도, 유격수에 페르난도 타티스 주니어, 2루수에 제이크 크로넨워스라는 확실한 주전 선수들이 있었다. ‘중복 투자’처럼 보인 게 사실이다. 김하성의 팬들로서도 굳이 주전 선수들이 있는 샌디에이고에 갈 필요가 있느냐는 의구심이 쏟아졌다. 하지만 2년 반이 지난 지금, 프렐러 단장의 선택을 비판할 이는 아무도 없다.
김하성은 능력을 제대로 과시했다. 세 포지션(유격수‧3루수‧2루수)을 모두 소화하며 리그 최정상급의 수비력, 그리고 정상급 공격력을 갖춘 중앙 내야수로 성장했다. 올해는 절정이다. 김하성은 11일 현재 110경기에서 타율 0.288, 15홈런, 41타점, 63득점, 27도루, OPS(출루율+장타율) 0.835라는 훌륭한 공격 성적을 거두고 있다. 후반기만 놓고 보면 리그 최고의 중앙 내야수 공격력이다.
통계전문사이트 ‘팬그래프’가 집계한 대체선수대비 승리기여도(WAR)에서도 11일 현재 4.4를 기록해 리그 야수 중 전체 8위에 올라있다. 아마 김하성의 영입을 주도한 프렐러 단장조차도 예상하지 못했을 정도의 깜짝 실적이다.
린 또한 프렐러 단장의 로스터 구성 능력을 비판하면서도 ‘팀의 여러 스타들이 저조한 시즌을 보내고 있는 상황에서 김하성은 샌디에이고의 가장 즐거운 놀라움이자 거의 틀림없이 가장 가치 있는 선수였다’면서 ‘2021년 시즌 전 체결한 그의 계약은 프렐러 단장의 최고 업적 중 하나였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팬그래프’의 통계전문 칼럼니스트인 제이 제프 또한 지난 9일 팬들과 질의응답 시간에서 ‘그의 주변이 무너지는 시기에 뛰어난 수비와 타자로서의 특출난 발전을 보여주고 있다’고 평가하면서 ‘다른 KBO리그 스타들이 (메이저리그에) 올 것이라는 좋은 징조이기 때문에 그 과정이 잘 진행되고 있다는 건 기쁜 일’이라고 김하성의 올 시즌 활약의 의미를 평가했다.
류현진의 성공은 KBO리그를 보는 메이저리그의 인식을 완전히 바꿨고, 강정호의 성공은 동양인 내야수도 메이저리그에서 성공할 수 있다는 하나의 기준점을 만들었다. 그렇다면 김하성의 성공은 KBO리그 최고 레벨의 선수는 메이저리그에서도 최고 레벨로 발전할 수 있다는 하나의 가능성을 주기에 충분하다. 당장 팀 후배 이정후(키움)가 수혜를 받을 가능성이 큰 가운데, 향후 KBO리그의 어린 스타들을 더 면밀하게 관찰하려는 메이저리그 구단들의 발걸음이 이어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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