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선생님의 ‘마음’은 안녕하십니까? [특파원보고]

김양순 2023. 8. 12. 0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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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레스를 견디다 못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초등학교 교사의 비극에 이어 '내 아이는 왕의 DNA를 가졌다'는 한 교육부 사무관의 망언이 공개되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그만큼 오랜 기간 꾹꾹 눌러왔던 교사들의 심리적 스트레스가 결국 터져나오고 있는 상황으로 읽힌다.

"미국의 사례를 취재해보라."
KBS 특파원들이 교권 침해에 대응하는 세계 각국의 해외 사례를 취재하는 와중에 미국에서의 사례 역시 주요하게 보도됐다. 핵심은 교사는 수업에 집중하고 교감과 교장, 학생 지도교사 등 행정팀이 학생 지도와 민원 대응, 각종 사건사고 발생에 대한 대처를 맡는다는 것(아이들이 싸웠다…미국 교사의 대응 방법은?

[연관 기사]
교사는 수업에 집중, 학생지도·행정은 교감·교장이
https://news.kbs.co.kr/news/view.do?ncd=7742199
[특파원 리포트] 아이들이 싸웠다…미국 교사의 대응 방법은?
https://news.kbs.co.kr/news/view.do?ncd=7741377

교사는 수업에 집중, 학생지도 행정은 교감 교장이 출처:KBS NEWS


■미국은 해마다 전국 단위로 '교사의 정신 건강'을 조사한다

다만 방송에서 보도하지 못한 것으로, 미국의 교사 '마음 건강' 실태 조사가 있었다. 미국에서 공공 사회정책으로 저명한 싱크탱크인 랜드연구소에서는 해마다 전국 단위로(미국에선 전국 단위의 조사가 드물다. 워낙 땅덩어리도 넓고, 주마다 법이 매우 다르기 때문이다), 현직 교사의 상태(State of Teachers)를 실시하고, 이에 따른 정책 입안이 이뤄지고 있었다.

교사의 상태(State) 조사라는 제목은, 사실 교사의 웰빙(정신 건강)에 집중된다. 우리 말로 하자면 '안녕'에 대한 조사다.
교사의 직무 관련 스트레스는 얼마나 되는 지, 주로 어디에서 발생하는 지 등의 현상에 대한 조사부터 스트레스를 해소할 만한 적절한 해법이 제공되고 있는 지, 심리 상담이나 휴식 같은 대처는 이뤄지고 있는 지 까지 '교사의 안녕'을 파악하고, 해결책을 모색하기 위한 문항들로 이뤄져 있다.

■교사 스트레스 줄이려면... 최대 응답은?

특기할 만한 것은, 교사에 대한 설문과 교장에 대한 설문이 함께 이뤄진다는 점이다. 교사와 교장(행정팀)의 업무를 명확하게 분리하고, 업무 분담이 서로 간에 잘 이뤄지고 있는 지 역시 묻는다. 직무 스트레스를 줄이기 위해 학교에서 해 줬으면 하는 설문 문항에는 다른 교직원들의 도움(67%), 학교 교감, 교장 등 리더들의 지원(40%), 교실에서의 수업 자율권 보장 (39%), 동료들과의 활발한 협업(36%) 순으로 응답이 많았다.



■코로나19 국면에서 '교사 정신건강' 실태 조사 필요성 대두돼

엘리자베스 스타인/미 랜드연구소 연구원. 교직원 마음 건강 실태조사 프로젝트 책임자 (KBS 인터뷰 갈무리)


연구를 주도해 온 랜드연구소의 엘리자베스 스타인 연구원은 "미국 역시 그동안 교사들의 안녕을 제대로 묻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교사들의 안녕이 문제가 된 것은 코로나19가 닥치면서였다고 한다. 전세계에서 가장 크게 코로나의 타격을 받은 국가인 미국에선 상점과 공장은 멈춰져도 학교는 멈출 수 없었고, 줌(ZOOM) 수업 등 재택으로 곧바로 전환됐다. 이는 교사들에게 엄청난 스트레스를 가중시켰고, 코로나를 겪으며 일반 성인 중 직무 관련 스트레스를 호소한 이들은 40%였지만, 교사는 그 2배에 가까운 78%였다.우울증 증상에 대한 보고도 높았다. 교사 4명 중 1명은 퇴직을 고려하고 있다고 답했다(2022년 Elizabeth et al). 이는 해마다 전국 단위로 교사들의 정신건강을 조사하는 프로젝트로 이어졌고, 4년 째 계속되고 있다.

■'교사의 안녕' 조사 결과 반영하는 정책 당국

미국 연방정부는 이에 교사의 안녕을 증진하기 위해 각 지역 교육 당국과 학교 관리자들에게 5가지 항목을 반영하도록 했다.

1)교육청과 각급 학교 교장은 학교 관리자-교사 간 지원 시스템을 마련하도록 했다.
가령 교장, 교감은 주중 일정한 시간을 지정해 교사에게 연락하지 않는 등 블랙아웃 시간을 주도록 했다.
2)동료교사들 간에 지원시스템을 마련해 멘토링 시간, 다른 학교 교사들과의 만남 등을 시스템으로 구축하도록 했다.
3)교사의 업무 부담을 줄일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고민한다. 불필요한 전체 회의 시간을 줄이라는 거다.
4)교사의 정신건강을 위해 학교와 교육청에서 제공하는 자원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사용을 독려한다.
5) 학교 관리자는 교직원이 쉴 수 있는 공간을 의도적으로 만들어야 한다.

미국에서도 교사는 극한 직업이다. 적은 보수에 높은 직업적 소명을 요구받는다. 다만, 교사를 보호하기 위한 조처에도 열심이다. 랜드연구소의 엘리자베스 스타인 연구원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마법의 은탄환은 존재하지 않는다. 다만 우리는 할 수 있고, 해야만 하는 일을 하는 것"이라고 답했다. 해마다 교사들의 안녕을 조사하고, 한땀한땀 보완해나간다는 거다.
얼마 전 우리나라 교육부 역시 학부모 민원 대응과 행정 업무는 행정 전담팀을 만들어 대응하도록 하겠다는 대책을 내놨다. 미국처럼 교사와 관리자 간의 업무 분담이 명확히 이뤄지려면 관련 데이터 확보가 우선이다. 지금까지 '대책'이 없어 이 지경에 이른 건 아닐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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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양순 기자 (ysooni@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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