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서 살인 예고글 300여건…예고만 해도 징역 처벌될 수도
11일 오전 9시 기준 전국에서 살인 예고 게시물 315건이 적발돼 작성자 119명이 검거된 가운데 이들에게 적용될 처벌 수위가 주목된다. 대부분이 10∼20대로, 순간의 잘못된 클릭 한번이 인생 전체를 뒤바꿀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사법계에 따르면 게시글이 국가의 치안 유지에 낭비를 유발하고 시민들에게 불안감을 조성하는 등 중대한 사안이라고 판단되면 실형까지 선고한 사례가 있다. 각 사안의 심각성을 따져서 유·무죄 여부와 형량이 정해진다. 허위 범죄 예고로 기소된 이들은 협박죄·위계공무집행방해죄·살인예비죄 등을 적용받는다.
다만 범죄가 유죄로 인정받으려면 구체적인 내용이 입증돼야 한다. 위계공무집행방해죄가 적용되려면 거짓말로 경찰·소방의 업무에 방해를 줬음이 입증돼야 한다. 협박죄는 피해자가 특정되고 공포심을 불러일으켰을 때 인정된다. 실제로 범행을 준비했다면 살인예비죄가 적용된다.
피해자를 특정한 경우 협박죄가 인정되기도 한다.
분열성 인격장애를 앓던 A씨는 2015년 1월 트위터에 "박근혜 대통령 삼성동 자택을 폭파하겠다", "대통령과 홍보수석실 비서관 전원, 민정수석실 비서관 전원을 저격하겠다"는 등 여러 차례 위협적인 글을 올려 박 전 대통령과 자택 관리인을 협박한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1심 법원은 A씨의 협박 혐의를 유죄로 인정해 2015년 5월 징역 8개월에 치료감호 명령을 선고했다. 2심에서는 게시글 중 일부가 피해자에게 도달했다는 점이 증명되지 않아 협박미수 혐의로 변경되면서 징역 6개월로 감형됐다.
불특정 다수에 대한 범행을 예고한 경우 가장 많이 적용되는 혐의가 위계공무집행방해인데, 이 역시 죄질이 나쁠 경우 실형을 받은 사례도 있다.
B씨는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민원을 들어주지 않자 "2019년 8월21일 정오 동대문에 화염병을 던지겠다"는 글을 국민신문고에 올렸다가 위계공무집행방해 혐의로 기소됐다. 그는 수사기관과 법정에서도 반성하는 기색 없이 경찰관 등을 상대로 모욕적인 언행을 이어갔다. 서울중앙지법은 2021년 1월 경범죄 혐의까지 더해 징역 6개월의 실형과 벌금 10만원을 선고했다.
C씨는 작년 8월7일 네이버 지식인 게시판에 "이슬람국가(IS) 전사다. 잠실 운동장에 폭탄을 설치했다. 자살테러 폭탄이 터질 것"이라는 글을 올렸다. 당시 경찰특공대와 소방이 출동해 운동장에서 연습 중이던 LG 트윈스 선수단을 포함한 시민 400여명을 대피시켰으나 폭발물은 발견되지 않았다.
의정부지법 고양지원은 지난달 11일 위계공무집행방해 혐의를 인정해 벌금 500만원에 집행유예 2년과 보호관찰 명령을 선고했다. 정신질환을 앓고 있던 점이 참작됐다.
D씨는 2014년 9월4일 한 인터넷 사이트 게시판에 "오늘 부산 센텀시티 근처에서 50명을 칼로 죽이겠다"는 등 여러 건의 글을 올렸다. 사이트 이용자들이 경찰에 신고해 경찰관 등 200명이 해운대구 일대를 4시간 동안 수색했지만 그는 범행 예고 시각 주거지에 있었다.
울산지법은 위계공무집행방해·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D씨에게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과 사회봉사명령 40시간을 선고했다.
대학생 E씨는 작년 11월 조별 과제 중 다른 조원의 지적에 화가 나 대학교 커뮤니티에 "단과대 건물에 폭탄을 설치했다. 돈을 가져오라"고 글을 올려 경찰·소방 252명이 출동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그는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실제로 범행을 준비했을 경우는 살인예비 혐의가 적용돼 더 무거운 형이 선고됐다.
F씨는 애청하던 인터넷방송 BJ에게 병적으로 집착하다 살인예비·협박 등 혐의로 2021년 8월 의정부지법에서 징역 3년을 선고받았다. 그는 BJ의 어머니를 살해하기로 마음먹고 2021년 1∼2월 인터넷 게시판에 범행을 구체적으로 예고하는 글을 27회 이상 게시했다. 이어 실제로 흉기를 챙겨 BJ의 모친이 운영하는 카페에 손님인 척 들어갔다가 체포돼 재판에 넘겨졌다. 1심에서는 징역 3년, 2심에서는 징역 2년6개월이 선고됐다.
최근 온라인 살인 예고 범죄가 잇따르자 법무부는 공중협박 행위에 대한 별도의 처벌 규정을 신설하는 법률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김성준기자 illust76@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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