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고수, 청경채 잘 팔려요"…돌아온 외국인에 조선업 도시 '방긋'
울산 동구 외국인 68% 급증…관계기관 협의체도 결성해 각종 지원 나서
(울산=연합뉴스) 장지현 기자 = "외국인 손님들이 많이 늘면서 고수랑 청경채가 가장 잘 팔리고 있어요."
지난 10일 오후 6시 40분께 울산 동구 방어동 한 식자재 마트는 저녁 재료를 사러 온 이국적인 외모의 외국인들로 북적였다.
장바구니를 들고 채소 코너를 기웃거리다가 청경채 두 단을 집어 들거나, 두세 명이 와서 컵라면과 캔맥주를 들고 계산대로 향하는 모습도 보였다.
이곳에서 만난 마트 직원 김모(30) 씨는 "최근 울산 동구에 외국인 손님들이 많아진 걸 체감한다"며 "근처 조선소 기숙사에 들어오신 분들 같다"고 말했다.
그는 "한 달 동안에만 고수와 청경채 판매량이 30% 정도 늘었다"고 했다.
고수와 청경채는 대부분 동남아시아와 중국, 인도 음식에 빠지지 않고 들어가는 식재료다.
고수는 향을 내기 위한 재료로, 청경채는 볶거나 데쳐 고기에 곁들이는 방식으로 자주 소비된다.
본국에서 먹던 식재료를 찾는 발길에 지역에 있는 마트 뿐만 아니라, 외국인을 위한 마트도 붐비고 있다.
현대미포조선 기숙사 근처에 있는 수입식품 전문 마트에는 예전보다 손님이 크게 늘었다고 한다.
출입문에 '채소, 할랄, 해산물'이라고 적힌 이 마트에는 제각기 입맛에 맞는 식재료를 구매하려는 외국인들이 많았다.
이 마트를 10년 동안 운영해 온 파키스탄인 자만 우마르(41) 씨는 "할랄 식품을 팔기 때문에 근처에 사는 외국인, 특히 무슬림들에게 인기가 있다"고 했다.
우마르 씨는 "작년에 비해 최근 몇 달 새 손님이 엄청나게 늘었다"며 "대부분 자기 나라에서 먹는 음식과 똑같은 재료를 구하기 위해 찾는다"고 덧붙였다.
한국으로 이사 온 지 얼마 되지 않은 외국인 근로자들은 저렴한 가격에 생필품을 마련하느라 바빴다.
인근에 있는 저가형 생활용품 마트 앞에서는 외국인들이 구입한 물건을 갈색 종이봉투에 담아 한 손에 들고 기숙사로 돌아가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마트에서 "두 달쯤 전 한국에 와 조선소에서 용접 일을 하고 있다"는 인도네시아인 A(34)씨를 만났다.
그는 "이사 온 지 얼마 되지 않아 아직 필요한 게 많다"며 "오늘은 같이 사는 친구와 함께 벨트를 사려고 왔다"며 봉투에서 물건을 꺼내 보이기도 했다.
근처에서 철물점을 운영하는 임모(67) 씨는 "요즘 조선소에 들어온 외국인들 덕에 상황이 좀 나아진 것 같다"며 "빗자루, 전기 콘센트, 샤워기 같은 소모품이 많이 나간다"고 했다.
동구는 HD현대중공업과 현대미포조선 조선소가 함께 자리 잡은 국내 최대 조선업 도시로 꼽힌다.
한때 닥쳤던 극심한 조선업 침체로 지역 상권도 비슷한 운명을 맞는 듯했다.
그러나, 최근 수주 호황으로 외국인 인구가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HD현대중공업은 올해 들어 7월 말까지 1천100여 명의 외국인 근로자를 조선소에 신규 채용했다.
중국, 베트남, 우즈베키스탄, 태국, 스리랑카, 러시아 등 다양한 국가에서 온 근로자들이 조선소 현장의 인력난을 메우고 있다.
현대미포조선도 같은 기간 850여 명의 외국인 근로자를 추가 채용했다.
HD현대중공업과 현대미포조선은 올해 연말까지 각각 400명, 500명가량의 외국인 근로자를 추가로 고용한다는 방침이다.
올해 6월 말 기준 동구 인구는 15만7천346명.
울산시 5개 구군 중 유일하게 전년 동월 대비 증가(0.8%)했다.
동구 내국인 인구는 1천135명(0.7%) 줄어든 반면 외국인 인구는 2천347명(68.2%)이나 늘어난 덕이다.
늘어난 외국인 인구에 지자체도 대응에 분주하다.
동구는 최근 경찰, 출입국외국인사무소 등 관계 기관과 협의체를 결성하고, 외국인 근로자들이 지역사회에 융화될 수 있도록 지원하기 위한 방안을 논의 중이다.
HD현대중공업과 현대미포조선은 외국인지원센터를 통해 민원 상담, 통역 지원, 한국어 교육 등을 하고 있다.
경찰은 조선소 전체 외국인 근로자를 대상으로 마약·성범죄 등 강력범죄 예방 교육도 한다.
jjang23@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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