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6각형 무늬가 말해준다…화성에도 우기-건기가 있었다고

곽노필 2023. 8. 12.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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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억년 전 진흙층서 6각형 균열 발견
습윤-건조 시기 반복하며 만들어진 것
주기적 건기가 생체 분자 진화 촉매로
화성의 로봇탐사차 큐리오시티가 게일 충돌구에서 찾아낸 퇴적암의 육각형 균열. 미 항공우주국(나사) 제공

수십억년 전 화성은 지구처럼 우기와 건기가 서로 번갈아 나타나는 계절적 변화를 보였음을 나타내는 토양 증거가 발견됐다. 오늘날 지구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건조지대의 육각형 균열이다. 이는 생명체 출현에 유리한 환경이 고대 화성에도 조성됐을 수 있음을 시사한다.

프랑스 연구진을 주축으로 한 국제공동연구진은 화성에서 11년째 활동 중인 로봇탐사차 큐리오시티가 게일 충돌구의 36억년 전 퇴적지형에서 발견한 육각형 진흙 무늬를 분석한 결과를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발표했다. 게일 충돌구는 수십억년 전 호수가 있었을 것으로 추정되는 곳이다.

연구진에 따르면 육각형 균열은 건조 환경과 습윤 환경이 번갈아 나타날 때만 형성될 수 있다. 연구를 이끈 윌리엄 라핀 박사(프랑스 천체물리학 및 행성학 연구소)는 “기후가 계절적 변화를 보여야 진흙에 균열이 만들어질 수 있다”며 “이제 우리는 화성에도 계절이 있었다는 걸 알게 됐다”고 말했다.

큐리오시티가 게일 충돌구에서 찾아낸 진흙 균열층. 나사 제공

건기는 길고 우기는 짧았을 듯

큐리오시티가 발견한 화성 토양의 육각형 균열은 폭이 약 4cm에 이른다. 연구진은 당시 수심은 약 2cm로 얕았을 것이며, 건기-우기 순환은 화성 1년(687일)을 주기로 수백만년 동안 지속됐을 것으로 추정했다.

1년의 대부분은 마른 호수였다가 우기에 수심이 얕은 호수를 형성하는 미국 캘리포니아의 ‘레이스트랙 플라야’(Racetrack Playa)와 환경이 비슷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연구진에 따르면 이 지역의 퇴적암은 약 36억년 전 형성된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지구에 생명체가 처음 출현한 시기와 비슷하다. 영국 임페리얼칼리지런던의 마크 세프턴 교수는 ‘뉴사이언티스트’에 “지구에 생명체가 존재하고 두 행성의 환경이 거의 같다면 화성에도 생명체가 존재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계절 날씨는 아미노산, 뉴클레오티드 같은 유기물질로부터 RNA, 단백질 등 생명체에 필수적인 분자가 형성되는 데 촉진제 역할을 할 수 있다. 과학자들의 실험에 따르면 이런 물질을 만드는 데 필요한 중합, 응축 같은 화학반응이 일어나려면 보통 수분이 빠지는 조건이 필요하다. 세프턴 교수는 “원시 수프에서 수분이 빠지면, 방사선이나 산화에 의해 분해되지 않는 한 물질들이 서로 엉겨붙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큐리오시티가 화성 3154일째 되는 날인 2021년 6월20일 게일 충돌구에서 찍은 파노라마 사진. 143개의 이미지를 합친 사진이다. 나사 제공

처음엔 T자로 갈라졌다 점차 Y자형으로

큐리오시티가 게일 충돌구에서 육각형 균열을 발견한 장소는 2021년 게일 충돌구의 높이 5000m 샤프산 능선을 타고 오르던 중 점토층과 그 바로 위 황산염층 사이의 전이구역(transitional zone)에서 퐁투르(Pontours)라는 이름의 암석 시료를 채취한 곳이었다.

점토는 일반적으로 물에서 형성되지만, 황산염은 물이 마르면서 형성되는 경향이 있다. 전이구역은 긴 건기가 시작되고 한때 충돌구를 가득 채웠던 호수와 강이 마르기 시작했던 시기의 기록을 갖고 있다.

연구진에 따르면 진흙이 말라 쪼그라들면 우선 T자 모양으로 갈라진다. 큐리오시티는 이전에 샤프산 아래쪽 ‘올드 소커’에서 이런 모양의 균열을 발견한 바 있다. 이는 올드 소커의 진흙층이 한 번 형성됐다가 말라버렸다는 걸 뜻한다. 반면 퐁투르 진흙층은 물에 반복적으로 노출되면서 T자형 균열의 날선 각이 점차 무뎌져 Y자형으로 바뀌었고, 이 Y자 균열이 모여 육각형 무늬를 형성하게 됐다는 것이다.

진흙이 갈라진 모양은 화성이 습윤-건조 순환주기를 갖고 있었음을 시사한다. 왼쪽은 큐리오시티가 현재 탐사 중인 게일 충돌구의 지형. 오른쪽은 습윤-건조 순환이 만든 지구의 육각형 진흙 균열. 네이처 (2023). DOI: 10.1038/s41586-023-06220-3

지각판 없는 화성, 수십억년 전 모습 그대로

큐리오시티의 정밀 레이저장비인 쳄캠(ChemCam)은 육각형 균열의 가장자리를 따라 단단한 황산염층이 형성된 걸 확인했다. 이 염분 덩어리가 진흙의 균열층이 침식되는 걸 막아 수십억년이 지난 오늘날 과거의 역사를 우리에게 알려주는 역할을 했다고 연구진은 밝혔다.

전이구역의 육각형 균열은 새로운 퇴적물이 쌓이는 동안에도 계속 형성됐다. 이는 습윤-건조 순환이 오랜 기간 이어졌음을 가리킨다.

라핀 박사는 “이번 발견은 고대 화성의 기후가 지구와 같은 규칙적인 습윤-건조 순환주기를 갖고 있었다는 걸 보여주는 최초의 가시적 증거라는 점에서 중요하다”며 “그러나 더 중요한 사실은 습-건 순환주기는 생명체로 이어질 수 있는 분자 진화를 도울 뿐 아니라 어쩌면 필수적일 수도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지구에선 지각판이 서로 충돌하면서 과거의 역사적 증거들이 땅속에 묻혀 버리고 만다. 하지만 화성에는 지각판이 없어 과거의 모습이 오늘날에도 그대로 남아 있는 경우가 많다.

라핀 박사는 “생명체로 이어질 수도 있는 자연사의 기억을 간직한 화성같은 행성이 근처에 있다는 것은 우리에게 큰 행운”이라고 말했다.

시카고대 에드윈 카이트 교수(행성과학)는 ‘사이언스’에 “그러나 무엇이 초기 화성에 습윤-건조 기후를 반복하는 따뜻한 기후를 만들었는지는 아직 모른다”며 “이번 발견은 답보다 더 많은 질문을 만들어냈다”고 말했다.

*논문 정보

https://doi.org/10.1038/s41586-023-06220-3

Sustained wet–dry cycling on early Mars.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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