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데믹 특수 빠진 자리 꿰찬 '게임주 악재' [視리즈]
팬데믹 후 업종별 분석-게임
코로나19 수혜 톡톡히 본 게임 산업
임직원 대우도 덩달아 좋아져
중국 유통망 뚫린 것도 희소식
장밋빛 미래만 있는 건 아냐
일부 게임사 직원 수 줄이고 있어
코로나19 국면에서 게임 산업은 수혜를 톡톡히 입었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집에 머무는 시간이 늘어난 소비자들에게 게임은 딱 좋은 놀잇감이었다. 그 덕분에 산업은 호황기를 맞았고, 일감이 늘자 게임사들은 '개발자 모셔가기'에 여념이 없었다. 이 훈풍은 게임 업종 종사자들의 근무여건을 어떻게 바꿔놨을까.
게임 산업은 지난 3년간의 코로나19 사태 속에서 꽃핀 몇 안 되는 산업 중 하나다. '집에서 비대면으로 손쉽게 즐길 수 있는 여가문화'란 게임의 특징과 사회적 거리두기가 맞물리면서 시장 규모가 가파르게 성장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국내 게임 시장 규모는 코로나19 국면이 본격화한 2020년 18조8855억원을 기록해 전년(15조5750억원) 대비 21.3% 증가했다. 2019년 게임 시장 성장률이 9.0%였다는 점을 생각하면 놀랄 만한 성적이다. 2021년에도 11.2% 성장한 20조9913억원을 기록, 처음으로 시장 규모가 20조원을 돌파했다.
이같은 훈훈한 분위기는 게임 업계에 종사하는 직원들의 근무여건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한 듯하다. 더스쿠프가 코스닥 시총 300대 기업(2019년 말 기준) 중 게임 관련 업종을 영위하는 기업 9곳의 2022년 근무여건을 2019년과 비교해본 결과를 보자.
일단 평균연봉이 5666만원에서 7398만원으로 30.5%나 증가했다. 300대 기업의 2022년 평균연봉(6043만원)과 증가율(14.0%)을 모두 앞선 수치다. 코로나19 당시 개발자 수요가 급증하면서 국내 게임사들이 잇달아 연봉을 인상한 게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직원들의 평균근속연수는 3.14년(2019년)에서 3.64년(2022년)으로 0.5년 늘었다. 300대 기업 평균치(0.44년)보단 높지만, 앞서 언급한 호재들을 생각하면 근무여건이 그다지 개선되지 않은 것처럼 보일 수 있다.
하지만 통계를 하나씩 살펴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일례로, 위메이드는 58명이었던 임직원 수가 433명으로 3년 새 7.4배나 늘었다. 그로 인해 평균근속연수가 3.88년에서 1.54년으로 줄면서 게임사 전체 평균치를 끌어내렸다. 그럼에도 이 회사의 평균급여는 1045만원 올랐다. 직원을 많이 뽑았다고 해서 처우를 소홀히 한 게 아니란 얘기다.
그럼 올해는 어떨까. 최근 '호재'가 생겼다. 굳게 닫혀 있던 중국 게임 시장의 빗장이 조금씩 풀리고 있다. 중국 정부는 지난해 말 국내 게임 7개에 판호를 발급했다. 판호는 중국 내에서 게임을 서비스할 수 있는 일종의 허가권이다.
이후 3개월 만인 지난 4월 국내 게임 5개에 판호를 부여했다. 중국 시장은 국내 게임사의 전체 수출액(86억7286만 달러·2021년 기준) 중 34.1%를 차지하는 최대 수출국인 만큼, 판호 발급이 게임 업계의 활력을 불어넣을 것으로 보인다.
물론 좋은 소식만 있는 건 아니다. 올해 들어 게임사들이 하나둘씩 인력을 줄이고 있다. '코로나19 특수'가 끝나고 경기 침체가 더해지면서 지난해 기대 이하의 성적을 거뒀기 때문이다. 일례로, 지난 2월 엔씨소프트는 북미 법인 엔씨웨스트의 전체 임직원 중 20%를 감원했다.
시프트업도 지난 7월 20일 '데스티니 차일드'의 서비스 종료를 선언하고 개발팀 구조조정을 진행 중이다. 중국 시장이란 '호재'와 경기 침체란 '악재'가 게임 업계에 공존하는 셈이다. 올해 게임사 직원들은 예년처럼 웃을 수 있을까.
이혁기 더스쿠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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