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엿새 치료비 1,400만 원”…최원종 피해자 부모는 미안함에 울었다 [주말엔]
그제(10일) 검찰에 송치된 분당 백화점 흉기난동 피의자 최원종. 신상공개 이후 처음으로 취재진 앞에 얼굴을 드러내고는 "피해자분들께 정말 죄송하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최원종이 저지른 무차별 범행에 피해자들과 그 가족의 일상은 그대로 멈춰있습니다. 14명의 피해자 중 60대 여성 1명이 사망했고, 또 다른 20대 여성은 위중한 상태입니다.
이 20대 여성 피해자 A 씨의 가족이 어렵게 KBS 취재진에게 입을 열었습니다. 딸에게만 집중해야 할 상황에서 소중한 시간을 내어준 건, 꼭 하고 싶은 말이 있어서였습니다.
■"사랑을 다 준 스무 살 외동딸 …우리 아이는 아니길"
이제 갓 스무 살 대학생, 가족에게 A 씨는 줄 수 있는 사랑을 다 준 외동딸이었습니다. 가족들은 A 씨를 '밝고, 장난기 많았던 아이'로 기억했습니다. '착실하고, 책임감이 강했던 아이'라고도 말합니다.
집과 학교, 아르바이트를 하는 학원만 오갈 만큼 성실한 대학생이었다는 A 씨, 그날은 여느 때처럼 학원에서 아르바이트를 마치고 집으로 오는 길이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저녁을 먹다 우연히 보게 된 뉴스는 가족들의 심장을 내려앉게 했습니다. A 씨가 항상 다니는 길에서 사건이 벌어졌기 때문입니다. '설마'하는 마음에 급히 가족들이 A 씨에게 연락해봤지만 닿지 않았습니다.
불안한 마음으로 부랴부랴 서현역으로 달려갔을 때, 가족들은 저 멀리서 보이는 닥터헬기에 탄 사람이 '우리 아이는 아니길' 하고 간절히 기도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몇십 분 뒤 'A 씨가 사건의 피해자가 맞다'는 연락이 왔고, 그 닥터헬기를 타고 병원으로 이송됐다는 소식을 접했습니다. 그리고 가족들은 병원에서 의식이 없는 상태로 누워있는 A 씨를 마주해야만 했습니다.
■"얼굴 더 보고 싶은데…치료비 부담이라는 현실"
A 씨는 지금까지 수술조차 어려울 정도로 위중한 상태입니다. 가족들은 "이미 병원에 왔을 때부터 의사는 '뇌사가 진행되고 있다'고 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A 씨 얼굴을 조금이라도 더 보고 싶은 마음, 그리고 어쩌면 스스로 힘을 내서 눈을 뜰 수도 있겠다는 희망에 가족들은 우선 A 씨의 연명치료를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내 경제적인 현실이 가족들을 절망하게 했습니다.
엿새 만에 청구된 치료비만 1,400만 원. 인터뷰 내내 가족들이 손에 꼭 쥐고 있던 서류들에는, 어떻게 하면 조금이라도 더 지원을 받을 수 있을지 알아보던 흔적들로 가득했습니다.
가족들은 "현재 최원종 쪽에 가입된 보험으로 받을 수 있는 최대치가 1,500만 원인데, 이미 지금 치료비와 맞먹는다"며 "경기도나 성남시 등 지자체에서 받을 수 있는 지원책은 중복 지급이 안 되거나, 재산과 소득 수준을 따져야 하는 것도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가족들은 사랑하는 딸을 두고 돈을 생각해야 하는 상황을 미안해하며 눈물만 흘렸습니다.
"결국에는 지원하는 한도가 끝나면 저희가 그것 때문에 포기할까 봐, 돈이 없어가지고 저희가 딸을 포기할까 봐 그게 더 걱정이에요. 지금 해줄 수 있는 건 '힘을 내서 좀 돌아와 달라' 하는 거밖에 없는데 그것마저도 지금 할 수 없는 현실이 지금 다가오고 있어서 너무 딸한테 미안하고…."
■ "단순 교통사고가 아닌 테러...국가가 대책 마련해야"
KBS 보도로 A 씨 가족의 이야기가 알려진 뒤 "범죄 피해자에 대한 국가 지원을 늘려야 한다", "돈으로 메꿀 수 없는 게 사람 생명이다" 등 국가의 지원과 대책 마련을 요구하는 댓글들이 잇따랐습니다.
현재 대검찰청의 '범죄피해자에 대한 경제적 지원 업무처리지침'을 보면 '피해자에 대한 치료비는 연 1,500만 원, 총 5,000만 원의 한도에서 지원한다'고 되어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법무부는 "추가 지원이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경우 '경제적 지원 심의회 특별결의'를 거쳐 추가 지원이 가능하다"고 설명했습니다.
A 씨 가족들의 호소에 한동훈 법무부 장관도 어제(11일) " '분당 백화점 흉기 난동' 사건으로 뇌사 상태인 피해자 등의 입원비 등을 지원하기 위해, 일선 검찰청과 범죄피해자지원센터에 '경제적 지원 심의회 특별결의' 등 가능한 모든 방법을 동원해 피해자 지원을 제공하라"고 지시했습니다.
여기에 A 씨 가족은 무엇보다 최원종이 저지른 범행이 '단순 교통사고가 아닌 테러'라고도 강조했습니다.
앞으로 무방비한 상태에서 불특정 다수를 향한 범행에 또 다른 피해자가 생기지 않도록, 관련 법과 제도가 하루라도 빨리 마련되길 간곡히 바랐습니다.
"후속 조치가 잘 돼가지고 저희 딸처럼 똑같은 사고가 재발 안 됐으면 하는 게 제 바람이고요. 그리고 딸이 힘을 내서 다시 일어났으면, 국민분들이 많이 응원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영상편집: 노철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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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화영 기자 (hwa0@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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