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릇이 깨졌다고요? 붙여 쓰면 됩니다 킨츠키의 세계 [지구용]
깨진 그릇 어떻게 버리는지 알고 계신가요? 도자기류는 불연성(타지 않는) 쓰레기를 담는 마대자루를 구매해서 버려야 합니다. 일반 종량제 봉투에 넣어서도 안되고 같은 그릇이라고 해서 유리로 분리배출하는 것도 안돼요. 이렇게 분리 배출해도 마지막 종착지는 매립. 수백년 전 도자기가 아직도 멀쩡하게 발굴되는 경우에서 보듯, 아무리 아름다운 도자기도 일단 버려지면 잘 썩지 않는 쓰레기죠.
그렇다고 깨진 그릇을 계속 쓸 수 없는 일이지 않느냐고요? 붙여쓰면 됩니다. 심지어 집에서 뚝딱 내 손으로 붙여서 사용할 수 있답니다. 게다가 붙이고 다면 깨지기 전보다 더 예뻐지는 그야말로 마법 같은 수리법이 있는데요. 옻칠과 금가루를 활용해 그릇을 붙이는 일본 전통 공예 '킨츠키'입니다. 지난 7월 28일 서울시 중구 서울역에 위치한 알맹상점 리스테이션에서 킨츠키 강사 박혜윤 선생님이 진행하는 킨츠키 워크숍에 다녀왔어요. 생각보다 간단해서 놀랐던 킨츠키 과정과 예상보다 예뻐서 놀랐던 완성작들 지금부터 하나하나 전해드리겠습니다.
킨츠키 할 때 필요한 재료 먼저 소개해드릴게요. 순간접착제, 옻칠과 테라핀유(소나무 줄기에서 얻은 수지로 만든 식물성 기름), 금가루(or은가루), 스포이드, 옻을 담을 작은 접시 등. 대부분 호미화방 같은 큰 화방에서 구하기 쉬운 재료들이래요. 재료는 다양하지만 그릇 하나를 붙이는데 필요한 재료의 양 자체는 많지 않아요. 여럿이 같이 하면 재료를 나눠서 사용할 수 있어 훨씬 경제적일 것 같더라고요. 그럼 본격적으로 킨츠키 어떻게 하는지 과정을 알려드릴게요. 먼저 접착제가 잘 붙도록 그릇의 깨진 단면을 줄로 살짝 갈아낸 뒤 순간 접착제로 파편을 붙여 1분 정도 꾹 눌러 고정시킵니다. 접착면에 이가 나가 패인 부분에 퍼티(메꾸미)를 밀어넣어 평평하게 하고, 물 묻힌 사포로 튀어나온 퍼티나 접착제 등을 갈아 제거합니다. 주칠(옻칠)에 테라핀유를 조금 섞어 금이 간 부분을 따라 바르고 주칠이 마르기 전, 금이나 은가루를 뿌려 마감합니다. 2~3일 정도 말리면 완성!
참고로 워크숍에서 함께한 방식은 현대식 킨츠키입니다. 이보다 전통적인 방식(밀가루와 옻칠을 섞어 퍼티를 대체한다든가)도 있지만 말리는 시간이 훨씬 오래 걸린다고. 충분한 시일이 있는 분이라면 전통 킨츠키에 도전해봐도 좋을 것 같아요.
이날 워크샵에는 다양한 사연을 가진 그릇들이 총출동했어요. 가장 기억에 남는 그릇은 전주리님이 가져오신 하늘색 찻잔. 어머님이 남기신 유품이라고 해요. 주리님은 "찻잔이 깨진 지 2년 정도 됐다"며 "눈이 닿지 않는 찬장 높은 곳에 올려둬도 찬장 문을 열 때마다 마음이 무거웠다. 예쁘게 수리된 것 같아 너무 좋다. 앞으로 다른 그릇이 깨져도 킨츠키로 수선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고 했습니다.
이 외에도 차를 우릴 때 사용하는 중국식 다구인 '개완'을 가져온 분도 두 분이나 됐어요. 차를 좋아하기 시작하면서 자신을 위해 개완을 선물했는데, 그 첫 개완이 깨져서 속상했다는 참가자는 위의 사진처럼 예쁘고 말끔하게 개완을 붙여서 돌아가셨죠. 미니멀라이프를 추구하시는 한 참여자분은 남편과 커플로 사용하는 하나 뿐인 밥 그릇을 틈도 없이 딱 붙여 가셨고요. 와장창 깨져버려서 회생하기 어려워보였던 그릇조차 붙이면 붙더라고요. 그렇게 한 조각 한 조각 집중해서 붙이니 마음이 평온해졌습니다. 정말 여러모로 훌륭한 취미 아닌가요?
"하다하다 그릇까지 붙여써야 하나" "이거 한다고 환경에 얼마나 큰 도움이 될까"하는 분도 분명 계실 겁니다. 하지만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환경에 상당한 도움이 됩니다. 현재는 타는 쓰레기와 타지 않는 쓰레기 모두 일단 소각장에 넣고 태웁니다. 이후에 남은 재+타지 않는 쓰레기를 매립하죠. 그런데 타지 않는 쓰레기가 너무 많아서 소각장 용량을 엄청 잡아먹고 있다고 합니다. 불에 타지 않는 쓰레기 때문에 수도권 민간 소각장에서만 하루 910톤 가량 소각 용량 손실이 발생하고 있다고. 이는 서울시가 마포구 상암동에 새로 지으려고 하는 소각장 처리량(하루 1000톤)에 육박하는 규모죠.
이런 문제 때문에 정부에서도 폐기물을 태우기 전 불에 타지 않는 물질을 미리 골라내도록 최근 법을 개정했습니다. 하지만 타지 않는 폐기물을 솎아 낼 선별 시스템이 없어 당분간은 제대로 작동이 어려울 겁니다. 선별을 한다고 해도 타지 않는 쓰레기는 결국 매립지에 묻히니 이렇든 저렇든 간에 줄이는 게 최고란 얘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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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윤선 기자 sepys@sedaily.com팀지구용 기자 use4us@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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