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로 보는 세상] 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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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카로스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비극의 주인공이다.
아버지의 경고를 잊은 이카로스는 하늘을 나는 기분에 취해 점점 높이 솟아오르다 추락해 죽는다.
이카로스의 추락이 막 시작되는 장면을 그렸다.
아래에 모인 군중들이 이카로스의 추락을 구경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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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도광환 기자 = 이카로스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비극의 주인공이다.
아버지는 뛰어난 조각가이자 발명가였던 다이달로스다. 크레타섬 미노스 왕의 부탁으로 누구도 빠져나올 수 없는 미궁(迷宮)을 만든 이다. 하지만 그도 아들과 함께 미궁에 갇히는 신세가 된다.
"아들아 내가 만든 새의 깃털을 네게 붙여줄 테니 날아서 탈출하자꾸나. 다만 너무 높이 날아서는 안 된다. 밀랍이 태양열에 녹을 수 있기 때문이다."
아버지의 경고를 잊은 이카로스는 하늘을 나는 기분에 취해 점점 높이 솟아오르다 추락해 죽는다.
이런 비극의 이야기는 예술가들의 창작 욕구를 북돋운다. 서양미술에서 가장 역동적으로 그린 작품은 페테르 파울 루벤스의 것이다(1636).
이카로스의 추락이 막 시작되는 장면을 그렸다. 놀란 아들과 당황한 아버지의 표정이 사실적이며, 화면을 지배하는 노란 색 톤은 헛된 욕망에 대한 '경고'를 뜻하는 듯하다.
신화를 소재로 한 작품을 즐겨 그린 영국 화가 허버트 제임스 드레이퍼의 작품은 꽤 감성적이다. 이카로스가 죽은 후의 안타까움을 그렸다.
날개를 매우 크고 아름답게 묘사했으며, 그의 죽음을 슬퍼하는 님프들을 연인들처럼 참여시켰다. 제목도 '이카로스를 위한 애도'(1898)다.
'색채의 마술사', 마르크 샤갈이 그린 이카로스(1975) 그림은 마치 축제의 한 장면 같다. 아래에 모인 군중들이 이카로스의 추락을 구경하고 있다. 샤갈은 두둥실 하늘을 나는 인물을 자주 그렸다. 대부분 행복에 겨운 자기 모습을 대입시킨 비행이었지만, 이 그림은 예외다.
그런데 수많은 화가가 그린 이카로스 그림 중 정체를 알기 힘든 작품이 하나 있다.
이카로스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것인지는 제목을 보기 전에는 알 수 없다. 네덜란드 풍속화의 대가인 피터르 브뤼헐이 그린 '이카로스의 추락'(1560년 전후)이다.
그림을 일별하면, 바다를 접한 어떤 평화로운 마을의 풍경화다. 밭을 가는 농부, 양을 이끄는 목자, 고기 잡는 어부 등이 자연과 어우러져 평화롭기 이를 데 없다.
다시 제목을 본 뒤, 그림을 샅샅이 뒤진다. 이카로스는 어디에 있을까? 16세기 판 '숨은그림찾기'다. 한때 어린이들에게 인기 높았던 시리즈, '월리를 찾아라'보다는 쉽다. 그는 그림 오른쪽 아래에 있다. 바다에 빠지는 두 다리만 겨우 보인다.
중요한 점은 농부든, 목자든, 어부든, 아무도 관심 없다는 사실이다. 제 할 일에 열중할 뿐이다.
서양 회화에서 이카로스가 '누구나 아닌 아무개'로 그려진 것은 이 작품이 유일하다. 그래서 여러 해석이 논의된다. 제일 유력한 해설은 다음과 같다.
스페인의 압제를 받던 16세기 네덜란드 민중들에겐 독립과 자유가 꿈이었다. 브뤼헐은 조국 네덜란드의 민중을 깨우치기 위해 풍속화와 속담화를 많이 그렸는데, 이 그림에도 노골적으로 드러내지 못한 메시지를 담았다고 본다.
'누가 추락하든 관심 없어. 신화가 무슨 소용이야. 우리는 다만 이런 평화로운 현실을 원할 뿐이야.'
이런 '열망'을 농부의 큰 몸체와 새빨간 옷에 담은 건 아닐까? 평화의 상징일까? 희망의 반영일까? 투쟁의 선언일까?
이런 점에서 앙리 마티스가 색종이를 오려 붙여 만든 작품(절지화) '이카로스'(1944)도 눈여겨볼 만하다. 특히 심장 부위에 찍은 붉은 점의 의미에 대해 각자 생각해 볼 일이다.
그림이 내포한 의도는 브뤼헐과 마티스만이 알 것이다. 후세의 우리들은 각자의 상상과 해석으로 그림을 즐기면 된다. 작품에 하나의 답만 있는 건 아니다.
이카로스의 비극 이야기가 시사하는 바가 무엇인지 찾는 일도 마찬가지다. '교훈'이라는 틀에 가두지 않고, 다양성과 유연함을 함양하는 창의성이 필요하다.
'추락'하지 않으려면, '창의성'이라는 날개를 단단히 붙여야 한다. 높이 나는 자만 우러러서도 안 될 일이다.
doh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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