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자금 8조, 여러 차례 나눠 이미 스위스 계좌로… 송금 과정 입 닫은 정부

박경담 2023. 8. 12.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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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미국-이란 간 수감자 맞교환 협상에 따라 국내에 묶여 있던 이란 자금 60억 달러(약 8조 원)를 수차례에 걸쳐 나눠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원화로 국내 은행에 있던 이란 자금을 보내기 위해 유로화를 매입·환전해 나눠 송금한 것으로 추정된다.

문정희 KB국민은행 연구원은 "연초부터 이란 자금 송금 문제가 시장에 돌았는데 자금 이체 완료는 불확실성이 오히려 해소됐다는 의미"라며 "최근 환율 상승은 미국 신용등급 강등, 전반적인 아시아 통화 약세에서 비롯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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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내 이란 자금 60억 달러, 동결 해제
환율 영향 큰 뭉칫돈 유출, 불투명 진행
수차례 나눠 송금, 환율 여파 미미 반론도
미국 백악관이 10일(현지시간) 이란 교도소에 수감 중이던 미국인 5명이 가택연금으로 전환됐다고 밝혔다. 이란은 한국에 묶여 있는 자국 자금의 동결 해제를 조건으로 이들을 최종 석방하는 데 합의했다. 사진은 2015년부터 이란에 억류 중인 시아마크 나마지(왼쪽)의 모습을 그린 2022년 7월 20일 미국 워싱턴 조지타운 인근 벽화. 연합뉴스

정부가 미국-이란 간 수감자 맞교환 협상에 따라 국내에 묶여 있던 이란 자금 60억 달러(약 8조 원)를 수차례에 걸쳐 나눠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정부는 외교적 문제로 비화할 가능성을 우려해 그 과정을 함구하고 있다. 일각에선 '뭉칫돈'이 빠져나가는 과정에서 자칫 외환시장이 출렁일 수 있었던 사안이라, 정부가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미-이란 협상 수단 된 한국 내 이란 자금

11일 한국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한국 내 이란 자금 60억 달러가 최근 스위스의 한 은행에 수차례에 걸쳐 유로화로 이체됐다. 이 돈이 이란 측에서 지정한 계좌로 옮겨지면 양 측 수감자 교환도 최종 완료된다.

당초 이란은 한국에 원유를 팔고 받아야 할 대금을 우리은행, IBK기업은행 내 원화결제계좌에 넣어 놨다. 미국이 2018년 11월 이란의 핵 개발을 이유로 이란 제재를 복원하면서 이 돈은 이듬해 5월부터 묶였다.

외교부, 기획재정부 등 정부와 해당 은행 측은 이란 자금을 언제, 어떤 경로로 송금했는지 말을 아끼고 있다. 자금이 이체됐다는 스위스 계좌의 소유주가 누구인지도 알려지지 않고 있다. 미국과 이란 간 협상 타결안 중 핵심인 한국 내 동결 자금 송금을 대외적으로 공개했다간, 외교적 문제로 커질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한 정부 당국자는 "정부는 미국, 이란과 긴밀히 협의해왔고 구체적으로 확인해 줄 수 있는 건 없다"고 말했다.

정부 입장을 거꾸로 보면 이란 자금 송금 과정에서 우리 측이 관여할 수 있는 부분은 제한적이었다는 뜻으로도 해석된다. 수감자 맞교환을 성사시키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된 이란 자금 동결 해제를 정부로선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처지이기 때문이다. 정부가 송금 과정을 알리기 어려운 이유도 미국, 이란처럼 이번 협상의 주연이 아닌 데서 비롯한다.

하지만 정부가 외환시장 파급력이 큰 거액의 외화 송금을 불투명하게 진행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정부는 원화로 국내 은행에 있던 이란 자금을 보내기 위해 유로화를 매입·환전해 나눠 송금한 것으로 추정된다. 외환시장 일일 거래량 100억 달러 중 절반인 50억 달러를 매입액으로 본다면, 이란을 향한 송금이 환율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외환거래를 맡고 있는 한 은행 관계자는 "지난달 중순 1,260원대로 떨어졌던 원·달러 환율이 최근 빠르게 상승한 것이 이상했는데, 이제 설명이 되는 것 같다"고 귀띔했다. 이날 기준 원·달러 환율은 약 두 달 만에 가장 높은 1,324.9원에 마감했다.

게티이미지뱅크

"이란 자금 송금, 오히려 불확실성 해소"

김득의 금융정의연대 상임대표는 "이란 자금이 국내 은행에 있으면서 이자가 얼마나 붙었는지, 인출 과정 때 금융시장 파장은 없었는지 등 정부가 관련 내용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한국과의 무역 거래에서 발생한 이란 원유 대금 지급 여부를 미국에 의해 좌지우지당하는 건 주권 침해라는 비판도 있다. 국제통상전문가인 송기호 변호사는 "정상적인 상품 무역거래에 따라 생긴 이란 자금을 미국 결정으로 동결하고 푸는 건 우리 통상 정책을 대단히 침해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란 자금 60억 달러 송금에 따른 국내 외환시장 파급력을 실제 따져 보면 미미하다는 반론도 나온다. 60억 달러를 한 번에 보냈다면 환율 변동성이 컸겠지만, 분산 송금으로 이런 위험을 최소화했다는 뜻이다. 이 때문에 최근 원·달러 환율 상승을 이란 송금과 연관 짓긴 어렵다는 시각도 있다. 문정희 KB국민은행 연구원은 "연초부터 이란 자금 송금 문제가 시장에 돌았는데 자금 이체 완료는 불확실성이 오히려 해소됐다는 의미"라며 "최근 환율 상승은 미국 신용등급 강등, 전반적인 아시아 통화 약세에서 비롯한다"고 말했다.

세종= 박경담 기자 wall@hankookilbo.com
세종= 조소진 기자 sojin@hankookilbo.com
강유빈 기자 yub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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