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쓸 일 없길 바라지만”…호신용품 찾는 사람들, 자제 목소리 나오는 이유
업계서도 “공포 마케팅 과하다” 지적
100% 신뢰할 순 없어…역효과 우려
비상시에 신뢰할 수 있겠느냐고 묻자 A씨는 웃으며 “파는 사람한테 물어보면 당연히 좋다고 하지 않겠느냐”고 답했다. 그러면서도 “불발될 수도 있으니 100% 의존할 순 없다. 도망가는 게 우선이고, 무엇보다 쓸 일이 없기만 기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서울 신림동과 경기도 성남 서현역 일대에서 흉기난동이 벌어진 뒤 전국에서 ‘살인예고’ 게시물이 315건(11일 오전 기준)이나 게재됐다. 경찰이 119명을 검거한 결과 10대들의 장난이 과반이었던 것으로 확인됐지만, 사회적 공포가 호신용품 구매로 지속 확대되는 분위기다.
12일 인터파크쇼핑에 따르면 흉기난동범 조선(33·구속)이 신림동에서 범행을 저지른 다음 날인 지난달 22일부터 이달 3일까지 호신용품 거래액이 전년 동기보다 123%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한 달 전 같은 기간과 견줘도 399% 급증한 수준이다.
호신용품은 오프라인에서 취급하는 판매처가 흔치 않아 주로 온라인에서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 이 때문에 소비자로서는 삼단봉이나 후추 스프레이, 비허가 전기충격기 등 구매하려는 제품의 위력을 사전에 제대로 확인하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다.
보안업계 관계자들은 이 점을 악용한 ‘공포 마케팅’이 최근 심화하는 분위기라고 입을 모아 지적했다. 실제 호신용품으로 활용되기에 적합하지 않거나 미흡한 제품들을 판매하고자 자극적인 문구나 그래픽, 영상 등으로 소비자들의 불안을 유도하고 있다는 것이다.
경기도의 한 호신용품 전문점 대표 B씨는 “총포·분사기 소지 허가를 받아야 구매할 수 있는 가스분사기는 성능을 신뢰할 수 있지만, 가격이 비싸다”며 “새 상품은 대체로 30만~60만원이고 중고 제품이 40만원 이상 가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한 총포사의 대표 C씨는 “가스분사기도 기본적으로 총을 조금 다룰 줄 알아야 제대로 쓸 수 있다. 삼단봉이나 전기충격기도 마찬가지”라며 “나도 판매자 입장이지만, 요즘 다들 과하다고 본다. 업계 사람들이 사회 불안을 더 부추기는 모습”이라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유사시를 대비해 소비자들이 가스분사기나 전기충격기, 삼단봉 등을 대거 사들이는 것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일부 나온다. 위급상황에서 목숨을 지켜줄 수는 있지만, 도리어 일상에서 우발적으로 사용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한 30대 직장인은 “흉기를 들고 다니는 사람은 당연히 무섭지만, 수십명이 가방에 삼단봉이나 가스총 등을 넣어 다니는 것도 정상적이라 보기는 어렵다”며 “심리는 십분 이해하지만, 경찰 등을 믿고 조금 자중할 필요가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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