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 쏘며 "국방경제" 김정은식 방산산업

김윤미 2023. 8. 12. 0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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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필국 앵커 ▶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떠들썩하게 이른바 전승절 행사를 치른 직후 다음 행보로 택한 곳은 군수공장이었습니다.

◀ 차미연 앵커 ▶

방사포나 소총, 미사일 발사대차 같이 주로 재래식 무기를 생산하는 곳이었다는데요.

김위원장은 이곳에서 국방경제사업이라는 표현을 꺼내들었습니다.

◀ 김필국 앵커 ▶

북한이 말하는 국방경제사업은 뭔지, 속내는 무엇인지 김윤미 기자가 살펴봤습니다.

◀ 리포트 ▶

흰색 인민복 차림에 빵모자를 쓴 북한 김정은 위원장이 소총을 집어들더니 목표물을 조준하고 시험 사격을 합니다.

바로 뒤 벽에 걸린 사진 속 김일성이 기관총을 시험 사격하는 모습을 의식한 듯 복장과 자세까지 비슷하게 연출했습니다.

김정은이 이달 초 군수 공장을 시찰하며 촬영한 것으로 보이는 이 사진에 나오는 소총은 북한이 최근 경량화와 성능 향상을 위해 개발하고 있는 저격 무기입니다.

[조선중앙TV/8월 7일] "우리 군인들의 체질적 특성과 전투적 성능을 만족시킬 수 있게 새로운 형식, 새로운 구경의 저격무기들을 만들어낼 데 대한‥"

총기 제원에 대한 설명은 없었지만 겉모습만 보면 첨단 기술이 접목됐다는 평가도 나왔습니다.

[홍민/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 "최근 개발된 첨단적 요소들이 들어간 소총이었고 저격용 총도 스웨덴이라든가 이런 데서 개발한 것을 똑같이 거의 재연하다시피 내놨거든요."

중국 러시아와의 밀착을 과시하며 대대적으로 이른바 전승절 행사를 치른 직후, 김정은이 찾아간 곳은 군수공장.

이달 3일부터 5일까지 사흘 동안 초대형 대구경방사포탄 생산공장과 저격무기 생산공장, 그리고 정보통신 부품 공장이라 할 수 있는 약전기구공장 발동기 생산공장 등을 잇따라 방문했습니다.

대부분 재래식 무기를 생산하는 곳입니다.

북한은 이들 재래식 군수품이 개발을 넘어 현대화하고 양산 체제에 들어간 단계라 밝혔습니다.

[조선중앙TV/8월 7일] "생산성을 높이기 위한 과학기술적 대책을 세운 것이 매우 기쁘다고 거듭 만족을 표시하셨습니다."

초대형 대구경방사포탄은 자동화 생산 실현을 완성했고, 저격무기는 경량화와 집중성 보장, 전략순항미사일과 무인공격기의 엔진은 급격한 생산량 확대를 추진 중이라고 부분별로 목표와 진척 상황을 소상히 설명했습니다.

또 미사일용 전자부품은 새 공장 건물을 착공했고, 발사대차 생산은 당의 최중대 사업인 만큼 생산량 제고에 총력을 다하고 있다고도 했습니다.

[류성엽/21세기군사연구소 전문연구위원] "계속 시험 발사했던 것들을 '실제로 양산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라는 걸 보여주는 데 좀 중점이 있었던 것 같아요."

북한이 이런 재래식 군수품의 생산 현황을 세밀하게 공개한 건 사실상 이번이 처음입니다.

마치 누군가에게 보고라도 하듯 일목요연하게 진척 상황을 공개한 이유는 뭘까?

전문가들은 이번 시찰에서 김정은이 언급한 국방경제사업이란 단어에 주목합니다.

[조선중앙TV/8월 7일] "새로운 탄종을 계열 생산하기 위한 능력조성사업 등 '국방경제사업'의 중요 방향을 제시하셨습니다."

표면적으로는 전쟁 준비를 내세웠지만 우크라이나와의 전쟁 이후 밀착을 한층 강화하고 있는 러시아에 대한 무기 수출을 염두에 둔 홍보일 수 있다는 겁니다.

실제로 지난달 말 북한을 방문했던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은 북한 무기에 큰 관심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신승기/국방연구원 연구위원] "특히 전방부대에서 쓸 수 있는 단거리용, 지대지 로켓이나 폭탄 이런 것들, 러시아가 당장 필요로 할 수 있는 무기를 북한이 제시해 주면서 서로가 윈윈하는 관계로‥"

쇼이구 장관이 귀국한 직후에는 러시아 공군기가 평양에 착륙했다가 이튿날 모스크바로 돌아간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러시아 군사대표단의 방북에 이어 북한과 러시아가 구체적인 군사협력, 기술 협력 조율을 이어가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입니다.

북한은 우크라이나와의 전쟁에 당장 사용할 수 있는 무기를 러시아에 공급하고, 러시아는 밀이나 가스, 원유 등을 댓가로 지불하거나 신무기 개발에 필요한 첨단 기술 등을 북한에 제공할 수도 있다는 말입니다.

[김동엽/북한대학원대 교수] "(북한 무기가) 솔직히 2% 부족하거든요. 원천 기술이 러시아 기술이에요. 사실은. 기술 협력이 더 의미가 있고 그걸 통해서 자신(북한)들이 새 무기를 채우고 나면 구닥다리 무기 재고는 필요하면 러시아한테 줄 수도 있고‥"

미국 국방부는 북한과 러시아간의 어떤 무기 거래도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이며 계속해서 이를 주시하고 있다고 경고했고, 우리 정부 역시 강도 높게 비판했습니다.

[구병삼/통일부 대변인] "북한이 주민 민생을 희생하면서 핵과 ICBM 개발은 물론이고 재래식무기 개발도 지속하는 데 대해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합니다."

하지만 북한은 당 중앙군사위원회 확대회의를 열어 공세적 전쟁준비를 언급하며 군수공장의 중요성을 한층 더 강조하고 나섰습니다.

지난해까지 북한 군부 서열 1위로 군림하다 올해 초 해임됐던 박정천 전 노동당 중앙군사위 부위원장의 복귀도 주목됩니다.

포병 사령관 출신의 박정천은 전략통으로 불리며, 포병 전술과 관련 무기 개발에 많은 기여를 한 것으로 알려진 인물입니다.

[홍민/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 "작전 개념이 굉장히 탁월한 인물입니다 포병 작전을 상당히 오랫동안 다뤄왔기 때문에 소위 재래식 작전 개념에 굉장히 능한 인물이라는 거죠."

어떤 직책을 맡았는지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지만 김정은의 군수공장 시찰을 수행한 만큼 다시 중요 직책을 맡았을 거란 관측이 나옵니다.

전략무기 생산과 관련한 모종의 역할을 담당할 거란 추정과 함께 러시아와의 군사협력 과정에서 특수 임무를 부여받았을 가능성도 거론됩니다.

[양무진/북한대학원대 총장] "복귀가 됐는데 정확한 직위가 없어요 부부장급인지 아니면 북러 군사협력이라는 특수 임무를 부여 받은 고문인지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봐야 된다."

강대강 대치가 이어지는 가운데 북한이 해임했던 전략통을 복귀시키고 재래식 무기들까지 대놓고 공개하고 나서면서 한반도 정세는 한층 더 복잡해지고 있습니다.

통일전망대 김윤미입니다.

김윤미 기자(yoong@mbc.co.kr)

기사 원문 - https://imnews.imbc.com/replay/unity/6513594_29114.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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