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로즈업 북한] 월북 킹 이병 미래는?…북 활용할 듯
[앵커]
북한의 군사 도발이 이어지며 한반도에 긴장감이 여전한 가운데 북미 관계의 새로운 변수로 떠오른 사건이 최근 있었죠.
1982년 이후 41 년 만에 미군 병사가 지난달 자진 월북했는데요.
미 국방부의 접촉 시도에 시종 무응답으로 일관하던 북한이 이달 초 월북 사실을 유엔군에 알렸습니다.
아직 본격적인 협의는 이뤄지지 않고 있지만 북한이 미군 병사를 협상 카드로 이용할 수도 있고, 북한 체제선전에 적극적으로 활용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이번 사태가 어떻게 흘러갈지 <클로즈업 북한>에서 지난 사례들을 바탕으로 분석해 봤습니다.
[리포트]
한국을 찾는 외국인들에겐 남북 분단의 상징으로 손꼽히는 판문점.
지난달 18일, 이곳을 견학 중이던 미국인 한 명이 돌연 군사분계선을 넘어 북한으로 향했습니다.
[사라 레즐리/월북 미국인 목격자 : "사람들은 사진만 찍고 별다른 행동을 하지 않고 있었는데 갑자기 검은 옷을 입은 한 남자가 북한 국경을 향해 곡선을 그리며 매우 빠르게 달리고 있는 것을 발견 했습니다."]
JSA 파란색 건물 앞에서 갑자기 뛰기 시작해 순식간에 북쪽으로 15에서 20미터를 내달린 남성.
깜짝 놀란 미군이 잡으라고 소리치며 쫓았지만 따라잡을 수 없었습니다.
[사라 레즐리/월북 미국인 목격자 : "처음엔 이게 무슨 일이야? 장난이겠지 SNS에 올릴 영상을 찍고 있나 생각했죠. 모든 일이 순식간에 일어났어요. 사람들이 충격과 두려움에 떨었던 것 같아요."]
군사분계선을 넘은 미국인은 23살 주한미군 이등병, 트레비스 킹으로 확인됐는데요.
킹은 지난해 10월, 폭행 신고를 받고 출동한 순찰차 문을 걷어차 벌금 500만 원을 선고 받았습니다.
이후 수용시설에 구금됐고 본국으로 송환될 예정이었지만 송환 당일 공항을 빠져나와 월북한 겁니다.
[김종대/연세대 통일연구원 객원교수 : "2018년에 남북 간 4.27 판문점회담이 있고 9.19 공동성명이 남북 간에 진행된 뒤로 판문점 공동경비구역의 경비가 많이 완화됐습니다. 그러다 보니까 경계가 소홀해진 건 사실이고 두 번째는 코로나19로 인해 북한 측이 우리 측과 근접거리에 오는 걸 꺼렸습니다. 그러다 보니까 과거에는 공동경비구역 안에서 무장병력이 근접거리에서 대치했는데 지금은 북쪽이 다 사라졌거든요. 그래서 한쪽이 다 뻥 뚫려있는 거나 마찬가지인데 이점을 킹 이병은 정확하게 간파했던 것 같습니다."]
킹 이병의 북한에서의 신병 안전은 아직 확인되지 않고 있습니다.
북한은 월북 사실만 확인했을 뿐, 추가 협의에는 응하지 않고 있는 겁니다.
[패트릭 라이더/미 국방부 대변인/현지 시각 8월 1일 : "제가 알기로 이번 연락은 기본적으로 북한이 (유엔사의) 정보 요청 연락을 받았다'고 확인해 준 답변이었습니다."]
킹 이병이 체제 선전에 적합하게 적응했을 때, 북한은 입장을 밝힐 거란 전망입니다.
[고영환/전 북한 외교관 : "킹 이병이 공화국(북한)에 완전히 적응하고 그 어떤 기자가 질문해도 제대로 대답할 수 있을 정도까지는 아무런 답변도 안 할 겁니다. 그러니까 이 사람이 기자회견 같은 데서 북한이 의도하는 대로 이야기를 할 수 있을 때까지 계속해서 교육과 강화와 여러 가지 수단들이 동원된다고 보면 됩니다."]
뚜렷한 이목구비와 흰 피부, 누가 봐도 서양 사람이지만 이들은 북한 주민입니다.
[홍순철/북한군관학교 교원 : "저는 1980년 12월 13일 평양산원에서 태어났습니다."]
형은 군관학교 교원, 동생은 북한군 군관, 이름은 각각 홍순철과 홍철입니다.
이들의 아버지는 1962년, DMZ, 비무장지대를 넘어 월북한 주한미군, ‘제임스 드레스녹’입니다.
드레스녹은 상사의 서명을 위조한 혐의로 군사법정에 설 위기에 처하자 북한행을 결심한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월북 뒤 루마니아 여성과 결혼해 형제를 낳은 겁니다.
[홍순철/월북 미군 드레스녹 아들 : "우리 아버님이 살아오신 경력에 관한 이야기를 많이 듣곤 합니다. 들으면 들을수록 내가 느끼는 것은 아버님이 옳은 길을 택했다. 대단히 감사하게 생각되고 또 만약 아버지가 미국에 있어서 내가 미국 땅에 태어났더라면 내 자신의 운명 상태가 어떻게 되겠는가 하는 이것을 나는 많이 생각해 보곤 합니다."]
드레스녹은 2016년 뇌졸중으로 숨지기 전까지 북한 정권을 찬양하는 영화배우로 활동했습니다.
2006년엔 다큐멘터리 영화에 출연해 북한에서의 생활이 공개됐습니다.
[제임스 드레스녹/영화 ‘푸른 눈의 평양 시민’ : "인민의 인민에 의한 인민을 위한 평양의 모든 것은 위대한 수령님의 가르침에 따라 세워지고 이루어지죠."]
지금은 아버지에 이어 두 아들도 북한과 전쟁을 벌인 미군 역할 등 영화배우로도 얼굴을 보이고 있습니다.
그리고 북한은 이들을 통해 월북한 미군 병사들이 사회주의 낙원을 택했다고 주장합니다.
[홍순철/월북 미군 드레스녹 아들 : "정말 공화국의 품에 안겨 공화국의 품의 따뜻한 사랑 속에서 살았기에 우리 아버지 지금까지 모든 것이 설사 작은 성과라 하더라도 크게 대우받았고."]
하지만 이들의 삶은 정보 수집과 외국어 강사, 체제 선전용 배우로 활용되는 게 전부라는 지적입니다.
[고영환/전 북한 외교관 : "어떤 기지들이 있었고 어떤 장비들이 있었고 네가 하던 일은 뭐냐. 이런 구체적인 주한미군에 대한 동향을 알려고 하고 미국에 있던 기지 생활에 대한 것을 아주 구체적으로 심문한다고 해요. 그것도 동이 나면 영어 교육하는 일을 맡을 수도 있고 미국을 향한 방송의 방송원으로 쓸 수도 있고 영화배우로도 쓸 수 있고. 이제까지 북한이 항상 그랬거든요."]
또 상당 시간을 자아비판과 사상 주입으로 보내며 평생을 감시 속에 살아야 합니다.
[고영환/전 북한 외교관 : "세뇌작업이라고 하는 그런 작업에 들어가는 거죠. 사실은 (미군이) 들어와서 북한에 있으면서 후회하는 경우들이 대다수예요."]
실제 1965년, 베트남 파병이 두려워 월북했던 미군 찰스 로버트 젠킨스는 월북을“내가 저지른 가장 큰 실수였다”고 회고했습니다.
젠킨스는 2004년 납북 일본인이었던 아내가 귀국한 뒤, 일본 정부의 요청으로 북한을 빠져나올 수 있었습니다.
젠킨스는 현재까지 유일하게 탈북한 미군입니다.
그렇다면 이번에 월북한 트래비스 킹 이병은 어떻게 될까?
현재 킹 이병의 어머니는 아들의 송환을 호소하고 있는데요.
[클로딘 게이츠/월북 킹 이병 어머니 : "저는 그저 제 아들을 돌려주시기만을 바랍니다. 아들이 돌아오기만 하면 됩니다. 집에 오게 해주세요. 기도하고 있어요. 집으로 돌아오게 기도하고 있습니다."]
미국 바이든 행정부도 킹 이병의 안위와 조속한 송환을 위해 북한과 접촉가능한 모든 채널을 동원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카린 장 피에르/미 백악관 대변인/현지 시각 7월 19일 : "우리의 최우선 목표는 킹 이병이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안위를 확인하는 겁니다. 동시에 우리는 그를 집으로 데리고 돌아오는 것에도 전념하고 있습니다."]
현재 미국과의 관계를 보면 북한이 칼자루를 쥐고 있다는 분석입니다.
[김종대/연세대 통일연구원 객원교수 : "지금 북한으로서는 킹 이병은 아주 넝쿨째 굴러들어 온 복덩어리예요. 예를 들어 웜비어라는 대학생이 북한에 가서 억류되어 있다가 계속 미국에 송환 요구가 있었지만 북한은 일절 응하지 않다가 트럼프 대통령이 2018년에 북한과의 대화를 재개하면서 싱가포르 선언이 나오고 하니까 송환이 되지 않습니까? 그러면은 이런 킹 이병과 같은 사건도 어떤 그런 대화의 물꼬를 틀 때 처리를 하는 것이죠."]
한편으론 북한이 이 카드를 쉽게 사용하지는 않을 거란 전망이고, 킹 이병 사태가 장기화 될 가능성도 큽니다.
[김종대/연세대 통일연구원 객원교수 : "북한은 중국 러시아에 집중하는 상황입니다. 이럴 때 미국하고 어떤 계기에 대화에 나설 수 있을까 이 점이 불확실해진다면 당분간 이 사건은 그냥 현 상태로 관리만 하다가 잊힐 가능성도 높습니다. 이 문제는 끈기를 갖고 길게 보고 접근하지 않으면 안 되는 사건입니다."]
트래비스 킹 이병을 포함해 자진 월북한 미군은 지금까지 모두 7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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