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임 고소가 무기? 막장 코스닥 바이오주... 주주들 "대표가 할 짓이냐"

정혜윤 기자 2023. 8. 12. 0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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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간 경영권 분쟁으로 시끄러운 제일바이오에 횡령·배임 고소 건이 추가로 발생했다.지난달 배임 고소 건으로 이미 주식이 거래정지된 상태에서 추가 배임 고소가 이어지자 소액주주들은 분노를 쏟아냈다.


"주주들만 다 죽는다. 주주한테 할 짓이냐."

가족 간 경영권 분쟁으로 시끄러운 제일바이오에 횡령·배임 고소 건이 추가로 발생했다. 지난 6월부터 세 달간 심윤정 제일바이오 현 대표 측이 전임 임원을 상대로 고소한 건수만 5건이다. 지난달 배임 고소 건으로 주식이 거래정지된 상태에서 추가 배임 고소가 이어지면서 거래 정지 기간이 길어지고 있다. 소액주주들은 분노를 쏟아낸다.

1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전날 심 대표 등 3인은 전 임원 심씨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배임)으로 고소했다. 공시에 따르면 횡령 등 발생 금액은 46억원으로 자기자본(330억원) 대비 13.9%에 해당한다.

한국거래소 코스닥시장본부는 제일바이오에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사유가 추가로 발생했다고 공시했다. 이미 제일바이오는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대상 여부를 심사받고 있어 거래가 정지된 상태인데 추가 사유가 또 발생한 것이다.

앞서 지난 20일 심 대표와 제일바이오 측은 전 임원 심씨 측을 배임 혐의(29억원, 자기자본 대비 8.83%)로 고소했다.

이에 거래소가 실질심사 대상 여부에 해당하는지 검토 중이었다. 거래소 심사 기한은 지난 10일까지였는데 거래소는 추가조사 필요성을 감안해 조사 기간을 15일(영업일 기준) 연장했다. 거래소는 오는 9월 1일까지 제일바이오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대상 여부를 결정하고 매매 정지 지속 또는 해제를 결정하기로 했다.
창업주 vs 장녀, 경영권 분쟁에 골병든 제일바이오
제일바이오는 동물용의약품을 전문 생산하는 기업이다. 전신은 제일화학공업사로 2000년 상호를 제일바이오로 변경했다. 코스닥시장엔 2002년 상장했다.

제일바이오 경영권 분쟁은 지난 4월 임시주주총회 이후 드러났다. 대결 구도는 창업주 심광경 회장과 장녀 심윤정 대표로 그려진다. 심윤정 대표가 돌연 아버지이자 창업주인 심광경 회장을 밀어내고 대표이사로 선임됐다. 심 대표가 1년 전 회사 지분을 증여받고 사내이사로 선임된 지 1년 만이다.

심광경 회장측은 아내 김문자씨, 차녀 심의정씨 등과 대응에 나섰다. 지난 5월 심 회장은 심윤정 대표의 직무집행을 정지해달라며 경영권 분쟁을 제기했다. 아내 김문자씨도 잇따라 주주총회 소집 허가, 의안 상정 가처분 소송을 제기했다. 주총 안건 내용은 △사내이사 심윤정, 사외이사 김재윤 해임 건 △사내이사 심의정, 이병창, 사외이사 신남식, 박상민 선임 건이다.
현 대표, 전 임원 배임 고소만 5번째
심윤정 대표 해임안건 등이 담긴 임시주주총회가 오는 17일 개최될 예정이다.

심윤정 대표 해임안건이 논의될 임시 주총은 당초 6월 15일에 열릴 뻔 했다. 하지만 당시 주총 공시 후 일주일 뒤 횡령·배임 혐의가 발생해 주총은 철회됐다. 똑같은 안건의 임시 주총이 오는 17일 개최될 예정인데 심 대표가 배임 규모를 키워 또 한 번 고소에 나섰다.

예정대로 주총이 열린다면 심윤정 대표는 경영권을 빼앗길 가능성이 크다. 심광경 회장측 지분이 심 대표 보유 지분에 비해 압도적으로 많다. 심 회장과 김문자씨 등은 분쟁 속에 꾸준히 주식을 매집했다. 현재 심 회장측 주식 보유 비율은 25.30%(737만290주)에 달한다. 심 회장 12.26%(357만1903주), 아내 김문자씨 7.77%(226만7769주), 차녀 심의정씨 5.23%(152만3175주), 장남 심승규씨 0.03%(7443주) 등이다.

반면 심윤정 대표 지분율은 심 회장이 지난 3월 증여한 5.23%(152만3175주)뿐이다. 만약 표 대결로 간다면 심 대표측이 질 게 뻔하다.

이 때문에 심 대표는 위기 때마다 전 임원 심씨(심의정 전 대표)측을 고소했다. 지난 △6월7일 1억원(자기자본 대비 0.33%) △6월8일 6500만원(자기자본 대비 0.20%) △7월10일 5억원(자기자본 대비 1.51%) △7월20일 29억원(자기자본 대비 8.83%), 이번 고소건까지 총 다섯차례 업무상 배임 혐의로 고소했다.
주주들 "거래 재개 막으려고 발악" 비판
그 사이 제일바이오는 누더기가 됐다. 거래정지 이전에 주가는 상한가를 기록하며 날뛰었다. 지난 4월 초 종가 기준 1290원이었던 주가는 경영권 분쟁 과정에서 2395원까지 78% 뛰었다. 또 거래소로부터 지연공시, 공시불이행 등 불성실공시법인으로 지정받아 위반 제재금과 벌점도 부과받았다.

제일바이오 사태를 바라보는 주주들은 속이 타들어 간다. 1분기 보고서에 따르면 제일바이오 소액주주 비율 63.69%(1854만7332주)에 달한다. 온라인 종목토론방에서 기존 주주들은 "주주들 다 죽일 작정이냐, 이러다 주주들만 다 죽는다"고 현 대표를 비판했다.

한 주주는 "이제 와서 횡령배임이라도 들춰서 상장 폐지되더라도 대표 자리 차지하려고 난리 치는 거 아니냐?"고 지적했다. 그는 "어차피 주식으로는 안 되니 거래 재개 안 되게 하려고 발악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또 다른 주주도 "거래소 일정에 딱딱 맞춰 고소하는 게 징그럽다"며 "반드시 경영권을 되찾고 고소 건을 해결하기를 바란다"고 적었다.

이와 관련 제일바이오 관계자는 "다음주 주총은 열린다"면서 "공시 이외 다른 사항에 대해 말씀드릴 수 있는게 없다"고 말했다.

정혜윤 기자 hyeyoon12@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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