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6%' 최저…기시다 지지율 추락에 날개가 있을까[딥포커스]

권진영 기자 2023. 8. 12. 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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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오키율 47.6%…정권 유지 불가능 뜻하는 50% 아래로 떨어져
'마이넘버 카드' 등 핵심 현안 연말로 미루고 외교 일정 이어가
6월 13일 일본 도쿄 총리 집무실에서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가 기자회견을 마치고 떠나고 있다. 2023.06.13/ ⓒ 로이터=뉴스1 ⓒ News1 윤주영 기자

(서울=뉴스1) 권진영 기자 = 기시다 후미오 내각의 지지율이 또 한 번 바닥으로 치닫고 있다. 자신만만하게 추진했던 주요 7개국(G7) 개최 효과는 한 달도 채 지속되지 않았다. 근본적인 국내 정치 현안을 해결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지난 7일 발표된 지지통신 여론조사에 따르면 기시다 내각의 지지율은 26.6%. 재임 기간 중 역대 최저치를 기록한 지난 1월 26.5%와 거의 동률이다.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총리가 이끄는 자민당 지지율마저 동반 추락해 21.1%로 기시다 내각 출범 이래 최저치를 찍었다.

올가을 중의원을 해산하고 조기 총선으로 정책 추진에 탄력을 받으려던 계획은 정부 내부에서조차 "그럴 가망이 없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가운데, 과연 기시다 총리는 지지율을 반등시킬 수 있을지 일본 정치권의 관심이 집중된다.

◇20%대 지지율이 암시하는 '정권의 위기'

일본 정치권에는 '아오키의 법칙'이라는 것이 존재한다. 자민당 간사장 및 내각 관방장관 등을 역임한 아오키 미키오(青木幹雄)가 고안한 지표로 제1·2 법칙이 있다.

가장 널리 알려진 것은 제1 법칙은 현재 내각 지지율과 여당 지지율의 합을 계산해 산출한다. 이를 '아오키율(率)'이라 부르는데 만약 아오키율이 50%를 밑돌면 더 이상 정권 유지가 불가능하다는 의미다.

제2 법칙은 아오키율과 현재 중의원 내 여당 의석 수를 곱해서 결과를 낸다. 예를 들어 아오키율이 50%일 때, 제2 법칙 결과는 "여당이 현재 보유한 의석 수가 반으로 줄어들 것"이라는 의미로 해석된다.

그렇다면 2023년 8월 기시다 내각의 아오키율을 계산해 보자.

지지통신 여론조사 결과를 토대로 하면 아오키율은 47.6%. 정권 유지가 불가능한 수준이다. 지지통신은 선거인 명부와 주민기본대장 등에서 무작위 추출한 조사 대상자의 집을 조사원이 직접 방문해 의견을 묻는 방식으로 응답률이 60% 이상인 점을 감안하면 전화 응답 방식의 타사 여론조사와는 내포하는 무게감이 다르다.

아오키율에 현재 자민당 의석 수인 261을 곱하면 차기 중의원에서 자민당이 차지할 것으로 예상되는 의석은 124석이라는 셈이 나온다.

내각 지지율이 5개월 만에 30%대로 떨어진 TBS와 JNN의 공동 여론조사를 바탕으로 산출하면 아오키율은 67.6%, 차기 예상 의석 수는 176석이 나온다.

ⓒ News1 김지영 디자이너

선거 컨설턴트이자 정치 분석가인 오하마자키 다쿠마는 기시다 내각 총선거 당시 제2의 법칙은 적중했다며 "두 법칙 모두 정밀한 계산에 사용될 수준은 아니지만 현실과 동떨어진 수준은 아니므로 충분히 참고할 만하다"고 논평했다.

◇발목 잡는 '마이넘버 카드'…중의원 해산 물건너가나

기시다 내각의 발목을 잡고 있는 최대 현안은 '마이넘버 카드'다. 일본식 신분증인 이 카드를 디지털화하는 과정에서 행정 오류가 속출했다.

특히 개인정보 관리에 민감한 일본에서 개인의 정보가 타인의 정보와 섞이고 유출되는 사고는 정부에 대한 불신으로 직결됐다.

마이넘버 카드 논란으로 지지율에 직접적인 타격이 미치자 기시다 총리는 지난 6월과 7월에 이어 지난 4일 기자회견을 통해 "국민께 불안을 끼쳤다"고 3번째 사과를 전했다.

4일 일본 도쿄에서 기시다 후미오 총리가 마이넘버 카드 관련 기자회견을 열고 행정 오류에 대해 사과하고 있다. 2023.08.04/ ⓒ AFP=뉴스1 ⓒ News1 권진영 기자

기시다 총리는 "가을까지 관련 데이터를 총점검"하겠다는 기존 방침을 바꿔 11월까지로 점검 기간을 연장했다.

이 밖에 같은 당 소속 의원이 풍력발전 회사에서 뇌물 수수 혐의로 수사 대상이 되고 관방부 부장관의 아내는 전남편의 사망 사건에 연루되는 등 스캔들이 잇따르고 있다.

한 자민당 중진은 유칸 후지에 "국민에게는 모든 문제가 합쳐져서 보인다. 기시다 정권과 자민당 전체가 부패한 것으로 비칠 수 있다"며 "조기 중의원 해산 및 총선거는 필패할 것이므로 아예 논외다"고 말했다.

정치 평론가 아리마 하루미는 당내 의원의 뇌물 수수 의혹을 그냥 넘어간다면 "더한 지지율 추락에 직면할 수 있다"며 "연말에는 방위비 예산 및 저출생 정책 재원 마련 등 의제가 본격화돼 국회에서 논쟁이 격해질 전망이므로 연내 해산 전략은 곤란해진 셈"이라고 논평했다.

◇하반기에도 이어지는 외교 일정…내정 해결은 언제?

기시다 총리는 현재 9월 중순쯤 개각과 당내 임원 인사를 통해 체제를 쇄신할 계획을 세우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유력한 인사 교체 시기는 9월 11~13일. 이를 전후로 외교 일정이 빽빽이 들어차 있다.

9월 4~7일에는 인도네시아에서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정상회의가, 9~10일에는 인도에서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 참석하며 9월 14~15일에 진행되는 자민당 기시다 파벌의 연수회가 끝나면 17일부터는 한미일 정상회의를 위해 미국으로 떠난다. 19일 유엔총회 참석 가능성도 있다.

기시다 내각의 지지율을 좌지우지하는 숙제들은 연말에 모두 미뤄둔 상황. 과연 기시다 총리는 연말까지 국정 동력을 유지할 수 있을까. 당장 그의 눈 앞에는 한 달 안으로 후쿠시마 방사능 오염수 해양 방류에 반대하는 어민들을 설득해야 하는 난제가 놓여 있다.

realkwo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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