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여름 밤의 꿈’일까, ‘꿈의 물질’일까…‘LK-99’ 이달 중 검증 결론 [주말엔]

전현우 2023. 8. 12. 08:02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상온 초전도체(LK-99) 시료 시연 장면 (퀀텀에너지연구소 유튜브)


■ 전세계 과학계 뒤흔든 '상온 초전도체'…한국에서 꿈의 기술이?

지난 3주 동안 국내외 과학계와 주식 시장은 '상온 초전도체'에 폭발적으로 반응했습니다.

시작은 지난달 22일 논문 사전 공개 인터넷 사이트 '아카이브'에 올라온 '최초의 상온·상압 초전도체(The First Room-Temperature Ambient-Pressure Superconductor)' 라는 제목의 논문.

저자는 퀀텀에너지연구소라는 민간 연구기업의 대표를 비롯한 한국 연구진들이었습니다.

이 논문에서 연구진은 상온이나 대기압서도 초전도 현상을 구현할 수 있는 ‘LK-99’라는 물질을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고 밝혔습니다.

초전도 현상은 섭씨 영하 200도 정도의 극저온이나 초고압에서만 가능하다고 알려진 상태에서 '상온 초전도체' 개발 소식은 전 세계 과학계를 뒤흔들었습니다. "사실이라면 노벨상감"이라는 평가도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초전도체'는 전기 저항이 '0'인 상태로, 전기가 아무런 저항 없이 흐르기 때문에 에너지 손실 없이 전기 에너지를 사용할 수 있습니다.

이런 초전도 현상이 상온에서도 구현되면, 송전이나 초고속 슈퍼 컴퓨터, MRI 같은 의료장비 등 활용 분야의 효율을 획기적으로 끌어올리고, 비용도 크게 줄일 수 있습니다.

상온 초전도체가 '꿈의 물질'로 불리는 이유도 이 때문인데, 해외 연구자들은 'LK-99' 검증에 경쟁적으로 뛰어들었습니다.

미국 메릴랜드대 응집물리센터(CMTC) 공식 트위터(X)


■ 미 메릴랜드대 응집물리센터 "게임 끝났다"…'초전도체 테마주' 폭락

그리고 LK-99 공개 논문이 공개된 지 보름 남짓 지난 이달 8일, 미국 메릴랜드 대학교의 응집물리센터(CMTC)는 연구소 공식 트위터(X)를 통해 하나의 메시지를 올렸습니다.

"슬프게도 우리는 이제 게임이 끝났다고 믿는다. LK-99는 실온은 물론, 극저온에서도 초전도체가 아니었다."

연구소 측은 LK-99가 매우 높은 저항성을 가진 불량 품질의 물질이었다고 주장하면서, LK-99에 담긴 구리, 납, 인 등이 이미 반자성을 지니고 있는 만큼 LK-99가 상온 초전도체가 아닌 별도의 신물질일 가능성도 작다고 주장했습니다.

미국 프린스턴대와 스페인 도노스티아 국제물리센터(DIPC), 독일 막스플랑크 고체화학 물리연구소 등이 참여한 국제연구진 역시 논문에서 "LK-99는 상온·상압 초전도체라기보다는 자석일 가능성이 크다"라고 밝혔습니다.

아울러 대만국립대(NTU)와 중국 베이징대 국제양자물질센터(ICQM), 인도 국립물리연구소(NPL) 등 역시 'LK-99가 초전도체가 아닐 가능성이 크다'는 내용의 검증 연구 결과를 잇달아 공개했습니다.

‘초전도체 테마주’ 주가 급락 모습 (출처: 주식시장 투자전략.유안타증권.2023.8)


구체적인 검증 결과나 자료는 아직 공개되지 않았지만, 특히 미국 대학 연구소의 공식 SNS에 발표된 내용은 파급력이 컸습니다.

논문 공개 이후 국내 주식시장에서 3~4배 급등했던 일명 '초전도체 테마주'들의 주가는 연구소 발표 직후 급락했습니다.

초전도체 관련 기업으로 지목된 일부 종목의 주가는 하루 새 30% 가까이 하락하는 등 '초전도체 테마주' 11개 종목이 모두 폭락했습니다.

이후에도 테마주들의 주가는 올랐다 내렸다를 반복하면서 LK-99에 대한 기대와 우려를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습니다.

■ 국내 학계 검증 예고 "2주 내 재현 시료 제작... 검증 결과 공개할 것"

해외 연구자들이 논문 검토와 검증 결과를 잇달아 내놓는 사이, 국내 과학계도 검증을 예고했습니다.

한국초전도저온학회 내에서 꾸려진 '상온·상압 초전도체(LK-99) 검증위원회'는 어제(11일) 브리핑 자료를 내고 앞으로 2주 이내에 재현 시료 제작을 마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앞서 지난 5일엔 "현재까지 보고된 이론 연구 논문들은 LK-99에서 (상압 상온) 초전도체 증거를 제시하지 못했다."라고 밝혔는데, 구체적인 검증 작업에 들어가 결론을 내겠다는 겁니다.

검증위는 서울대와 고려대, 성균관대, 경희대 등 국내 6개 대학 연구실 등과 공유해 재현 시료를 제작한 뒤 'LK-99' 물질의 초전도성을 검증할 계획입니다.

아울러 'LK-99'를 개발했다는 퀀텀에너지연구소에서도 관련 시료를 전달받아 검증을 진행합니다.

검증위는 특정 물질의 초전도성을 입증하기 위해선 여러 가지 물리량을 측정하고, 상호 비교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검증위는 "검증 결과는 가능한 한 신속하게 발표할 예정"이라며 "공식적인 입장은 브리핑 문서를 통해 공개하겠다."라고 예고했습니다.

최근 발표된 LK-99 관련 해외 평가에 대해선 “전체적으로 LK-99의 상온 초전도체성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이지만, 검증위원회는 교차 측정 및 재현 실험이 완료될 때까지 결론을 내리지 않겠다.”라고 밝혔습니다.

arXiv(아카이브)에 올라온 초전도체 관련 논문 (출처:arXiv)


■ 꿈의 물질? 한여름 밤의 꿈?…"8월 말, 9월 초쯤 추가 자료 공개"

다양한 해외 검증 결과는 'LK-99'가 상온 초전도체가 아닐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고, 국내 학회 검증위 역시 '공개된 논문과 영상만 보면' 초전도체로 보기 어렵다고 평가했습니다.

하지만 'LK-99'를 개발한 퀀텀에너지연구소는 "지금도 실험을 계속하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부정적인 평가에는 "대외적으로 발표되는 결과들을 취합하고 있다"면서도 "지금 계획으로는 8월 말, 9월 초쯤 (연구소에서)갖고 있는 데이터를 공개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검증위와 개발 연구진 모두 이달 말쯤이면 검증 결과를 내놓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올 여름을 뜨겁게 달군 '상온 초전도체' 논란이 한여름 밤의 꿈으로 끝날지, '꿈의 물질' 개발의 실마기리가 될지 주목됩니다.

■ 제보하기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카카오 '마이뷰', 유튜브에서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전현우 기자 (kbsni@kbs.co.kr)

Copyright © K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이용(AI 학습 포함)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