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영의 사회심리학] 금연·다이어트, 의지력만으로 안되는 이유

박진영 심리학 칼럼니스트 2023. 8. 12. 08:01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수년 째 다이어트 실패를 반복하고 있는 지인이 자주 하는 이야기다.

자신이 실패하는 이유는 다름 아닌 의지력 부족 때문이라고 한다.

의지력이라는 것은 고등한 인지 기능을 요하는 일종의 필살기이기 때문에 매번 쓸 수 없고 자주 쓰는 만큼 우리를 지치게 만든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자기통제에 성공하는 사람은 의지력을 사용할 상황을 만들지 않는 사람이다.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결국엔 다 의지력이야.” 

수년 째 다이어트 실패를 반복하고 있는 지인이 자주 하는 이야기다. 자신이 실패하는 이유는 다름 아닌 의지력 부족 때문이라고 한다. 하지만 옆에서 지켜보는 입장에서는 의구심이 든다. 

이 사람은 외향적인 성격 특성상 각종 모임에 자주 참석하고 나가기만 하면 음식과 술, 안주 등 다이어트의 적이라고 할 만한 것들은 모두 거나하게 즐기고 온다. 이런 모임을 반으로 줄이기만 해도 많은 것이 개선될 것 같은데 거대한 문제 요소를 놔두고 애꿎은 의지력 탓만 하는 것은 아닌가 싶기도 하다. 의지력만 탓하는 일이 반복 되면 정작 중요한 문제들을 방치하게 되어 목표 달성과 더욱 멀어지는 것은 아닐까.

캐나다 칼턴대의 심리학자 애너마리 잰나라(Anamarie Gennara)와 동료들은 실제로 의지력으로 모든 것을 극복할 수 있다는 의지력 신화가 실제 행동으로 옮길 수 있는 다양한 자기 통제 전략들(유혹을 일으키는 자극 자체를 멀리하기, 좋은 습관 만들기 등)을 쓰지 못하게 만들 수 있다고 보았다. 

실제로 조사 결과 많은 사람들이 자기통제 전략보다는 의지력이 더 중요하다는 믿음을 보였다. 또한 전략을 주로 사용하는 사람들은 의지력이 약한 사람이라는 편견을 보이기도 했다. 이렇게 의지력을 추앙하는 반면 행동 전략들을 과소평가하는 믿음은 충분히 효과적인 전략을 사용하지 않는 모습을 예측하기도 했다.

모든 것은 다 의지력! 의지력 하나면 된다는 믿음이 강할수록 정작 목표 달성에 도움을 주는 이로운 환경개선이나 행동 전략들을 사용하지 않으려는 편이었다. 반대로 목표 달성에도 똑똑한 전략이 필요하다며 전략의 가치를 인정하는 사람들은 전략을 적극 활용할 의사를 보였다. 

기존의 연구들에서도 자기통제에 성공하는 사람들은 항상 의지력을 사용하는 사람이기보다는 ‘의지력을 사용할 상황을 가급적 만들지 않는’ 사람들이었다는 발견이 있었다. 의지력이라는 것은 고등한 인지 기능을 요하는 일종의 필살기이기 때문에 매번 쓸 수 없고 자주 쓰는 만큼 우리를 지치게 만든다.

물론 살다보면 의지력을 꼭 꺼내들어야 하는 순간들이 찾아온다(다이어트 중인데 생일파티에 초대되었다든가 시험 공부를 해야 하는데 친구가 놀자고 전화를 한다든가). 이렇게 피할 수 없는 싸움이라면 어쩔 수 없지만, 자기통제의 세계에서 피할 수 있는 싸움은 가급적 피하는 게 좋다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만약 자신의 의지력만을 탓해왔다면 정말 의지력의 문제인지, 아니면 시도때도 없이 의지력에만 기대고 있었던 것은 아닌지 생각해보는 것도 좋겠다. 나의 목표 달성을 방해하는 가장 큰 환경적, 심리적 요소에는 무엇이 있는지 쭉 적어보고 각각을 해결하기 위한 ‘실천가능한 방안’을 적어보자. 주변 사람들의 협조나 도움을 구하는 것도 좋다. 작은 문제해결 팁과 경험들이 모여 목표 달성으로 가는 다리가 되어 줄 것이다. 

Gennara, A., Peetz, J., & Milyavskaya, M. (2023). When more is less: Self-control strategies are seen as less indicative of self-control than just willpower. Journal of Experimental Social Psychology, 106, 104457.

※필자소개

박진영. 《나, 지금 이대로 괜찮은 사람》, 《나를 사랑하지 않는 나에게》를 썼다. 삶에 도움이 되는 심리학 연구를 알기 쉽고 공감 가도록 풀어낸 책을 통해 독자와 꾸준히 소통하고 있다. 온라인에서 '지뇽뇽'이라는 필명으로 활동하고 있다. 현재 미국 듀크대에서 사회심리학 박사 과정을 밟고 있다

[박진영 심리학 칼럼니스트 parkjy0217@gmail.com]

Copyright © 동아사이언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