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에서 제일 긴 강은…아마존강 vs 나일강
아마존강 VS 나일강. 과학자들이 세계에서 가장 긴 강을 찾기 위해 직접 카약을 타고 강의 길이를 잰다고 합니다. 과연 세계에서 가장 긴 강은 어디일까요.
○ 아마존강 도전장을 내밀다
기네스북과 영국 백과사전은 아프리카의 나일강을 세계에서 제일 긴 강으로 인정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브라질에 있는 아마존강이 제일 길다고 주장하는 과학자들도 있어요. 왜 서로 주장하는 강의 길이가 다른 걸까요.
● 강 길이 제각각 다른 이유는
세계에서 가장 긴 강은 어디일까요. 미국 지질조사국과 영국 브리태니커 백과사전에 따르면 나일강이 6650km로 세계에서 제일 깁니다. 그런데 브라질 국립우주연구소는 아마존강이 6992km로 가장 길다고 주장해요. 강의 길이가 제각각인 이유는 뭘까요.
강의 길이는 강이 시작되는 지점(수원)과 강이 끝나는 지점(하구) 간의 거리로 정해집니다. 그런데 강이 시작되는 수원을 정하는 과정은 복잡합니다. 강은 바다로 흘러가는 동안 여러 갈래(지류)로 나뉘어요.
중앙에 있는 크고 넓은 지류를 따를지, 측면의 작고 좁은 지류를 따를지 일 년 내내 물이 흐르는 지류만 인정할지 건기에 물이 마르는 지류도 포함할지에 대해 과학자마다 견해가 다르지요. 어떤 수원에서부터 어떤 지류를 따라 하구까지의 거리를 재느냐에 따라 강의 길이가 달라질 수밖에 없습니다.
연구자들은 오래전부터 나일강과 아마존강의 길이에 대해 논쟁을 벌여왔어요. 18세기 탐험가들과 지리학자들은 두 강을 직접 탐사하며 수원과 하구를 찾고 강의 길이를 추정했지요. 육분의(선박이 강이나 바다를 항해할 때 태양의 고도를 측정하여 현재 위치를 구하는 데 사용하는 기기) 등의 도구를 이용해 측정 위치에서의 위도와 경도를 알아내고 지도를 만들어 두 지점 간의 거리를 쟀어요. 하지만 지도마다 축척(지표 상의 실제 거리를 지도 상에 줄여 나타낸 비율)이 달라서 정확도가 매우 떨어졌고, 논쟁은 계속 이어졌습니다.
2000년대 들어서는 인공위성이 개발되면서 보다 쉽게 강의 길이를 잴 수 있게 되었어요. 지난 2008년 브라질 국립우주연구소 파울루 마르티니 박사팀은 위성 이미지를 분석해 아마존강이 6992km로 나일강보다 140km 더 길다고 밝혔습니다.
연구팀은 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랜드샛 인공위성이 관측한 이미지를 활용해 두 강의 경로를 표시한 뒤 수원에서부터 하구까지의 길이를 계산했어요. 하지만 바로 다음 해인 2009년 중국과학원 리우 샤오창 박사팀은 정반대의 연구 결과를 내놓습니다.
이들은 브라질 연구팀과 같은 인공위성이 관측한 이미지를 활용했지만 다른 조건으로 측정해 나일강이 7088km로 제일 길다고 분석했어요. 연구팀은 연중 내내 흐르는 지류만 인정하며 강물이 대부분 흐르는 늦가을에 동시에 두 강의 길이를 측정해야 한다고 주장했지요. 과학자들은 여전히 모두가 동의할 수 있는 기준을 찾지 못했습니다. 논쟁이 지금 이 순간에도 계속되고 있는 이유입니다.
○ 아마존강 머리를 찾아라
2012년 미국 캘리포니아버클리대 고고학과 연구팀은 아마존강의 ‘진짜’ 수원을 찾기 위해 모험을 떠났습니다. GPS를 장착한 카약을 타고 아마존의 숨겨진 작은 지류를 항해한 끝에 산등성이에서 흘러내리는 물줄기를 찾았습니다. 그가 찾은 수원은 어디일까요.
● 숨겨진 지류의 끝을 향해
아마존강에는 약 1100개의 지류가 있습니다. 지도를 보면, 페루 안데스 산맥에서부터 수백 개의 지류가 거미줄처럼 얽힌 채 열대우림을 거쳐 대서양으로 흐르는 것을 볼 수 있지요. 고려대 지리교육과 성영배 교수는 “아마존강은 나일강보다 지류가 훨씬 많고 나무가 적은 지역을 흐르는 나일강과 달리 열대우림 속을 흐르고 있어 수원을 찾기 까다롭다”고 말했습니다.
오랫동안 아마존강의 수원으로 손꼽힌 곳은 페루 중남부에 있는 아푸리막강의 끝에 위치한 네바도 미스미 산골짜기입니다. 그런데 2014년 미국 캘리포니아버클리대 고고학과 연구팀은 새로운 수원을 발견했다고 발표했어요. 연구팀은 아푸리막강보다 북쪽에 있는 지류인 만타로강에 주목했습니다. 만타로강은 아푸리막강과 합류해 에네강을 형성한 뒤 우카얄리강으로 흘러들어 대서양으로 빠져나가죠.
만타로강의 상류는 크게 세 개의 지류로 나뉩니다. 연구팀은 지도를 보며 각 지류가 시작되는 지점을 직접 거슬러 올라간 후 GPS를 장착한 카약을 타고 각 지류의 시작점에서 세 지류가 합류하는 지점까지 내려왔어요. 데이터 분석 결과 세 지점 중 가장 먼 곳인 ‘루미 크루즈 산’을 만타로강의 수원으로 정할 수 있었습니다.
제임스 콘토스 박사는 “위성 이미지는 시시각각 바뀌는 강의 실시간 모습을 반영하지 못한다”며 “현장에서 GPS 장치를 이용해 위성 이미지와 동시에 분석하면 강의 길이를 정확하게 측정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연구팀은 만타로강을 수원으로 해 아마존강의 길이를 측정하면 아마존강이 기존에 알려진 것보다 약 77km 길다는 사실을 발견했어요. 제임스 콘토스 박사는 “만타로강은 1년 중 5개월간의 건기에는 물이 흐르지 않아 이를 수원으로 인정하지 않는 견해도 있다”면서도 “강의 최대 길이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빗물이 한 방울이라도 강어귀로 흘러가는 가장 먼 지점을 수원으로 정의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 아마존강 탐험대 출격
내년 4월 브라질의 한 탐험대는 제임스 콘토스 박사가 찾은 수원에서 출발해 아마존강의 길이를 재는 탐험에 나설 계획입니다. 과연 탐험대는 세계에서 가장 긴 강을 찾는 논쟁의 종지부를 찍을 수 있을까요.
Q. 내년에 아마존강의 길이를 측정하러 직접 탐험을 떠나신다고요.
"저는 브라질의 탐험가이자 다이빙 강사, 작가, 프로듀서로 활동하는 유리 사나다입니다. 2024년 4월부터 10월까지 아마존강 전체를 탐험하기 위해 프로젝트 ‘아마존강 : 얼음에서 바다로’를 준비하고 있죠.
우리는 생태학자, 공학자 등 13명의 국제 연구원으로 구성된 탐험대로 아마존강의 길이를 측정하기 위해 페루 안데스 산맥의 깊은 골짜기에서 대서양까지 7개월간 원정을 떠날 예정이에요.
탐험을 통해 아마존강에 어떤 생물들이 사는지 생물다양성도 기록할 계획입니다. 탐험대가 살펴볼 대부분의 지역은 사람이 거주하지 않아요. 일부 지역은 사람이 한 번도 들른 적이 없을 정도로 오지입니다. 이번 기회에 전 세계 사람들에게 아마존의 현재 상황을 알리고, 아마존 생태계를 보전하는 데 보탬이 되고 싶습니다."
Q. 강 길이는 어떻게 측정할 계획인가요.
"우리는 아마존강의 수원이 있는 곳으로 알려진 아푸리막강과 만타로강을 모두 살펴볼 것입니다. 만타로강의 경우 2014년 만타로강의 가장 먼 수원을 발견한 제임스 콘토스 박사가 우리를 안내합니다.
빙하가 있는 페루 안데스 산맥을 등반하여 루미 크루즈산을 찾은 다음, 에네강에 도착할 때까지 급류를 래프팅할 것입니다. 기존에 수원이 있다고 알려진 아푸리막강은 프랑스 탐험가 셀린 쿠스토가 이끕니다.
두 팀은 만타로강과 아푸리막강이 모이는 지점인 에네강에서 만납니다. 이때부터 제가 합류해 수개월 동안 태양열로 움직이는 전기 보트를 타고 대서양의 하구까지 항해할 거예요. 이동 거리를 측정하는 센서로 이 모든 과정을 기록해 아마존강의 길이를 다시 잴 것입니다."
Q. 탐험을 결심하게 된 계기가 있나요.
"4000명이 넘는 사람들이 에베레스트 산을 등반했고, 1500명이 넘는 사람들이 작은 배를 타고 대서양을 횡단했습니다. 그런데 아마존 강 전체를 자력으로 여행한 사람은 10명도 채 되지 않습니다. 이번 탐험은 큰 도전이자 모험인 셈이죠. 마주칠지 모를 수많은 위험에 대비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 준비하고 있습니다."
Q. 어떤 위험이 있을까요.
"아마존강은 페루의 안데스 산맥 해발 약 5000m 지점에서 시작됩니다. 이곳은 공기가 매우 희박해 두통과 메스꺼움을 동반한 고산병을 앓을 확률이 높죠. 그리고 아마존강 상류의 급류를 카약을 타고 헤쳐 나가려면 전문적인 기술이 필요합니다.
제임스 콘토스 박사가 급류 구간을 안내하는 것도 그가 카약 선수이기 때문이죠. 아마존강 중류의 열대 우림으로 우거진 지역에는 아샤닌카 등 토착민들이 살고 있습니다. 이들에겐 100년 전 유럽인들에 의해 자원과 아이들을 강탈당한 역사가 있어 외부인에게 적대적이고 일부는 총구를 겨누기도 합니다."
Q. 탐험가로서 하고 싶은 말이 있나요.
"세상을 이해하고자 하는 호기심은 인간의 자연스러운 욕구입니다. 지금 여러분이 품고 있는 호기심을 유지하면서 좋아하는 분야를 배우고, 자기 통제력까지 갖춘다면 탐험가의 자질과 기술을 습득할 수 있을 거예요. 세상과 사물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이해하려고 노력하면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바꿀 수 있습니다. 내년에 있을 탐험이 그 본보기가 되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네요."
※관련기사
어린이과학동아 8월 1일호, 세계에서 제일 긴 강은? 아마존강 vs 나일강
[배하진 기자 haeil@donga.com]
Copyright © 동아사이언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