흉기난동에 놀란 정부, "처벌 강화" "영구 격리"…근본 대책 될까
가석방 없는 무기징역 신설…"영구격리"
사회적 고립, 묻지마 범죄 원인으로 지목
[서울=뉴시스] 김남희 기자 = '묻지마 흉기 난동'이 잇달아 일어나고 '살인예고 글' 문제까지 등장하면서 정부가 제도 강화에 나섰다.
12일 법조계에 따르면 법무부는 최근 ▲중증 정신질환자 사법입원제 검토 ▲살인예고·공공장소 흉기소지 처벌 규정 신설 ▲가석방 없는 종신형 도입 등을 잇따라 발표했다. 모두 사회로부터의 격리와 처벌 강화를 골자로 한다.
다만, 일명 '묻지마 범죄'의 가장 큰 동기인 사회적 고립, 은둔형 외톨이(히키코모리) 청년 문제에 대한 대책은 미비한 실정이라는 점에서 이 같은 제도들이 능사는 될 수 없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가석방 없는 종신형 도입부터 추진
우리나라는 무기징역을 선고 받아도 20년을 복역하면 가석방 될 수 있다. '상대적 종신형'만 존재하는 것이다. 헌법재판소가 사형제 위헌 여부를 심리 중인 가운데, 위헌 결정에 대비해 제도 정비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제기돼 온 것이 기본적 배경이다.
최근 대법원도 무기징역 수감 중 다른 수형자를 살해한 피고인에게 사형을 선고한 원심에 대해 "법에 없는 절대적 종신형의 효과를 달성하기 위해 사형을 선고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며 "가석방 없는 무기형의 도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사형제 반대론의 주요 근거로 오판 가능성이 있는데, 가석방이 허용되지 않는 종신형의 경우 오판이 사후에 드러나면 재심, 감형도 가능해 위험성이 없다는 것이 법무부 입장이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가석방이 허용되지 않는 무기형이 도입되면 흉악범을 사회로부터 영구히 격리하는 실효적인 제도로 운영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살인예고 글 등 공중협박 행위와 공공장소에서의 정당한 이유 없는 흉기 소지에 대한 처벌 규정 신설도 추진한다.
중증 정신질환자 사법입원제는 '검토'
사법입원제는 중증 정신질환자를 법관 결정에 따라 입원시키는 제도다.
분당 서현역 '묻지마 칼부림' 사건 피의자 최원종이 2020년 '분열성 성격장애'로 진단 받고도 치료를 받지 않은 것이 알려지며 "강제입원을 강화해서라도 정신질환을 치료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그런데 강제입원제 부활은 '역행'으로 받아들여지기도 한다. 2016년 헌법재판소가 본인 동의 없는 정신병원 강제입원을 위헌으로 판결했기 때문이다.
한국정신장애인연합회는 지난 9일 성명문을 내고 "법원이 입원을 결정하는 제도는 정신질환자를 잠재적 범죄자로 낙인찍을 수 있다"며 "소수의 판사가 법원을 순환하는 한국 사법체계 특성상 정신질환자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지는 점도 우려되는 대목"이라고 밝혔다.
김용구 장애인정책모니터링센터 소장은 "그동안 의료 전문가 손에만 맡겼던 입원제도를 보완하는 창구가 하나 더 생겼다는 점에서 긍정적 측면이 있다"면서도, "범죄 예방 차원에서만 접근하면 환자를 잠재적 범죄자로 규정해 인권 침해가 될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사회적 고립 '묻지마 범죄'로 이어질 가능성
신림동 흉기난동 피의자 조선의 경우 8개월 간 대부분의 시간을 게임만 하며 또래 남성들에 대한 열등감을 키워온 것으로 조사됐다. 살인예고 글을 올려 살인예비 등 혐의로 기소된 20대 남성 역시 무직 상태로 게임과 인터넷에 빠져 지낸 것으로 파악됐다.
2000년대 초부터 묻지마 범죄가 빈발했던 일본에서는 이에 대한 가장 큰 동기로 사회적 고립이 지목돼 왔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아직 일명 '히키코모리'로 알려진 은둔형 외톨이에 대한 현황 파악도 제대로 되지 않은 실정이다.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은 지난 2019년 은둔 청년이 37만여명에 달할 것으로 추산한 바 있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범죄를 저질렀을 때 엄벌주의 기조로 처벌하는 건 쉽게 할 수 있지만 사회적 고립 문제는 계층 양극화, 청년문제와 긴밀히 연결돼 있어 손쉬운 대응책이 나오기 어렵다"며 "중장기적으로 사회적 안전망을 강화하는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nam@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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