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 예고글' 법원 판단은…실행 안했어도 최대 실형

황윤기 2023. 8. 12.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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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력 낭비·불안감 조성하면 공무집행방해 등 처벌
피해자 특정·범행 준비 등 입증돼야…정부 '공중협박죄' 신설 추진
'살인 예고'에 전국이 불안 (대구=연합뉴스) 윤관식 기자 = 삼성과 LG의 프로야구 경기가 열리는 대구 야구장에서 '흉기 난동'을 부리겠다는 예고 글이 올라온 이달 5일 오후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경찰이 만일의 상황에 대비하는 모습 [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뉴스) 황윤기 기자 = 10∼20대를 중심으로 유행처럼 번지는 '온라인 살인예고 글'의 작성자들이 연달아 구속되면서, 실제 처벌 수위에도 관심이 쏠린다.

법원은 게시글을 올린 것 자체가 범죄 혐의를 구성할 수 있는지 사안별로 따져 유·무죄와 형량을 정한다.

국가의 치안 유지 역량을 낭비하고 시민들에게 불안감을 조성하는 등 범죄가 중대한 경우 실형까지도 선고받을 수 있다.

12일 연합뉴스가 대법원 판결문 열람 시스템을 통해 확인한 결과 허위로 범죄를 예고했다가 기소된 이들은 협박죄·위계공무집행방해죄·살인예비죄 등이 적용돼 상당수가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다만 각각의 범죄가 유죄로 인정받으려면 조건이 필요하다. 위계공무집행방해죄가 성립하려면 거짓말로 경찰·소방의 업무가 방해됐다는 점이 입증돼야 하고, 협박죄는 피해자가 특정되고 공포심을 불러일으켰을 때 인정된다. 구체적으로 범행을 준비하기까지 했을 경우 살인예비죄가 적용됐다.

불특정 다수에 대한 범행을 예고한 경우 가장 많이 적용되는 혐의는 위계공무집행방해다. 죄질에 따라서는 실형까지도 선고된 사례가 있다.

A씨는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민원을 들어주지 않는 데 불만을 품고 "2019년 8월21일 정오 동대문에 화염병을 던지겠다"는 글을 국민신문고에 올렸다가 위계공무집행방해 혐의로 기소됐다.

그는 수사기관과 법정에서도 반성하지 않고 경찰관 등을 상대로 모욕적인 언행을 반복했다고 한다. 서울중앙지법은 2021년 1월 그에게 별도 경범죄 혐의까지 더해 징역 6개월의 실형과 벌금 10만원을 선고했다.

20대 남성 B씨는 작년 8월7일 네이버 지식인 게시판에 "이슬람국가(IS) 전사다. 잠실 운동장에 폭탄을 설치했다. 자살테러 폭탄이 터질 것이다"라고 올렸다.

경찰특공대와 소방이 출동해 운동장에서 연습 중이던 LG 트윈스 선수단을 포함한 시민 400여명을 대피시켰다. 폭발물은 발견되지 않았다.

의정부지법 고양지원은 지난달 11일 위계공무집행방해 혐의를 인정해 벌금 500만원에 집행유예 2년과 보호관찰 명령을 선고했다. 그가 정신질환을 앓고 있던 점이 참작됐다.

한 대학생은 작년 11월 조별 과제 중 다른 조원의 지적에 화가 나 대학교 커뮤니티에 "단과대 건물에 폭탄을 설치했다. 돈을 가져오라"고 글을 올려 경찰·소방 252명을 출동시켰다가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영장심사 마친 '신림역 살인예고' 20대 남성 (서울=연합뉴스) 김인철 기자 = 신림역에서 여성을 살해하겠다고 예고하는 글을 인터넷에 올린 20대 남성 A씨가 지난달 27일 오후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친 뒤 법원을 나서는 모습 [연합뉴스 자료사진]

울산지법은 2015년 1월 위계공무집행방해·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C씨에게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과 사회봉사명령 40시간을 선고했다.

그는 2014년 9월4일 한 인터넷 사이트 게시판에 "오늘 부산 센텀시티 근처에서 50명을 칼로 죽이겠다"는 등 여러 건의 글을 올렸다. 사이트 이용자들이 경찰에 신고해 경찰관 등 200명이 해운대구 일대를 4시간 동안 수색했지만 그는 범행 예고 시각 주거지에 있었다.

C씨의 경우 범행 대상으로 여성·청소년을 지목했지만 검찰은 협박 혐의는 적용하지 않았다.

더 구체적으로 피해자가 특정된 경우에는 협박죄가 인정된 사례도 있다.

분열성 인격장애를 앓던 D씨는 2015년 1월 트위터에 "박근혜 대통령 삼성동 자택을 폭파하겠다", "대통령과 홍보수석실 비서관 전원, 민정수석실 비서관 전원을 저격하겠다"는 등 여러 차례 위협적인 글을 올려 박 전 대통령과 자택 관리인을 협박한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1심 법원은 D씨의 협박 혐의를 유죄로 인정해 2015년 5월 징역 8개월에 치료감호 명령을 선고했다. 다만 2심에서는 게시글 중 일부가 피해자에게 도달했다는 점이 증명되지 않아 협박미수 혐의로 변경되면서 징역 6개월로 감형됐다.

이들은 실제 범행으로 나아가지는 않아 비교적 가벼운 형을 선고받았다. 그러나 실제로 범행을 준비했다면 살인예비 혐의가 적용돼 더 무거운 형이 선고됐다.

E씨는 애청하던 인터넷방송 BJ에게 병적으로 집착하다 살인예비·협박 등 혐의로 2021년 8월 의정부지법에서 징역 3년을 선고받았다.

그는 BJ의 어머니를 살해하기로 마음먹고 2021년 1∼2월 인터넷 게시판에 범행을 구체적으로 예고하는 글을 27회 이상 게시했다.

이어 실제로 흉기를 챙겨 BJ의 모친이 운영하는 카페에 손님인 척 들어갔다가 체포돼 재판에 넘겨졌다. 1심에서는 징역 3년, 2심에서는 징역 2년6개월이 선고됐다.

최근 온라인 살인 예고 범죄가 잇따르면서 법무부는 공중협박 행위에 대한 별도의 처벌 규정을 신설하는 법률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11일 오전 9시 기준 전국에서 살인 예고 게시물 315건이 적발됐고 작성자 119명이 검거됐다.

칼부림 예고된 밤 (대구=연합뉴스) 윤관식 기자 = 삼성과 LG의 프로야구 경기가 열리는 대구 야구장에서 '흉기 난동'을 부리겠다는 예고 글이 올라온 이달 5일 오후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경찰이 만일의 상황에 대비하는 모습 [연합뉴스 자료사진]

water@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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