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흉기 든 딸, 죽으려 해요" 다급한 신고…출동한 순경이 한 행동

김지은 기자 2023. 8. 12.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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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테랑] 전북 군산경찰서 은파지구대 김유성 순경
[편집자주] [편집자주] 한 번 걸리면 끝까지 간다. 한국에서 한 해 검거되는 범죄 사건은 113만건(2021년 기준). 사라진 범죄자를 잡기 위해 물불 가리지 않는 이 시대의 진정한 경찰 베테랑을 만났다.

전북 군산경찰서 은파지구대 김유성 순경. /사진=본인제공

"우리 딸이 흉기 들고 죽으려고 해요. 제발 도와주세요."

지난달 17일 오후 11시쯤, 전북 군산경찰서 은파지구대에 다급한 112 신고가 접수됐다. 신고자는 20대 딸과 금전적인 문제로 다퉜는데 딸이 갑자기 "내가 죽는 걸 보여주겠다"면서 흉기를 들었다고 했다. 당황한 신고자는 어떻게 대처할지 몰라 안방에 들어가 급하게 경찰에 신고했다.

은파지구대 소속 김유성 순경을 포함한 4명의 경찰관이 신고 접수 2분 만에 현장에 도착했다. 김 순경은 신고자인 어머니가 알려준 현관 비밀번호를 누르고 문을 열었다. 그러자 앳된 얼굴의 20대 딸 A씨가 방문 앞에 힘 없이 서 있었다. 그는 오른쪽 손에 흉기를 든 채로 목을 짓누르고 있었다. 어머니는 방 안에서 나오지 못하고 눈물만 흘리고 있었다.

김 순경은 당황했다. 그러나 최대한 성급하게 행동하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경찰관들이 다가갈수록 A씨는 방으로 뒷걸음질 치며 더 이상 다가오지 말라는 제스처를 보였다. 김 순경은 조심스럽게 입을 뗐다. A씨를 진정시키는 것이 우선이었다.

"무슨 일 때문에 힘든 거예요? 경찰관이 도와줄게요. 우리 대화로 이야기해요. 칼 내려놓고, 소중한 목숨 그렇게 하면 안돼요. 딱 봐도 나이가 어려 보이는데 오빠, 언니 관계로 얘기를 해봐요. 충분히 힘든 거 알아요. 나도 취업 준비할 때 스트레스도 많이 받았고 금전적인 문제도 있었거든요. 그런 생각 들 수 있는데 시간 지나고 나면 별일 아닐 수 있어요."

A씨는 어떤 대답도 하지 않았다. 초점 없는 눈으로 계속해서 흉기로 목을 짓누르고 있었다. 김 순경은 목에 피가 흐르진 않을지 유심히 쳐다봤다. 그렇게 대치한 지 10분이 지났을 무렵, A씨는 갑자기 반대 손으로 칼등을 눌러 목에 흉기를 꽂으려는 돌발 행동을 했다. 찰나의 순간, 김 순경은 등 뒤에 숨겨놓은 테이저건(전기충격기)을 꺼내 들고 A씨 복부 쪽에 발사했다. A씨는 방 안에 있던 침대 위로 그대로 쓰러졌다. 손에 움켜쥐고 있던 흉기는 바닥에 툭 떨어졌다.

김 순경은 "평소 뉴스나 경찰 영상을 보면서 자살 기도자들을 구조할 때 최후의 수단으로 테이저건을 사용하는 것을 봤다"며 "함께 출동한 팀장님도 테이저건이 필요할 수 있으니 미리 준비해놓으라고 했다. 등 뒤에서 테이저건을 꺼내 들고 쏠 때는 '무조건 살려야 한다'는 생각뿐이었다"고 말했다.

이후 김 순경은 지구대로 A씨를 데려가 보호 조치했다. 어머니와 다툼이 있었기 때문에 두 사람을 분리하는 게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A씨는 지구대에 도착했을 때도 어떤 말도 하지 않았다. 김 순경은 "계속 대답을 안 하니까 나중에는 '말하기 싫으면 안 해도 좋으니 고개만이라도 끄덕여달라'고 부탁했다"며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물 갖다줄까' 물어봤는데 A씨가 그제야 마음을 열고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고 말했다.

김 순경은 A씨를 보며 동생 같은 마음이 들었다고 했다. 그는 "'이런 순간은 살다 보면 언제든 있을 수 있는 일이다' '오늘을 잊고 다시 힘내서 살아보자'라는 말을 많이 해줬다"며 "A씨가 나중에 고개를 다시 한번 끄덕였는데 그때 안도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김 순경은 다른 지역에 거주하고 있던 A씨 친언니에게 연락을 취한 뒤 사건을 마무리했다.

김 순경은 "자살 신고는 많은 편이지만 이렇게 흉기를 목에 들이대고 죽으려는 경우는 없었다"며 "당시에는 너무 긴박하고 걱정도 됐지만 이렇게 결과적으로 누군가의 생명을 구하게 돼서 뿌듯함을 느낀다"고 말했다.

김 순경은 올해 2년 차인 새내기 경찰관이다. 그는 "어렸을 때부터 사람들을 도와주는 일을 하고 싶었다"며 "사람들과 여럿이서 어울리며 봉사할 수 있는 일이 경찰이라고 생각했고 그렇게 1년간 열심히 준비했다"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 시민들을 가족처럼 돕는 경찰이 되겠다고 했다. 그는 "평소 지구대장님이 '시민들을 가족처럼 대하라'는 말을 많이 한다"며 "물론 힘들고 화가 나는 순간도 있지만 그들 역시 누군가의 가족이라고 생각하면 열심히 돕게 되는 것 같다. 부족한 부분들은 계속 채워나가면서 힘들고 어려운 분들을 도와주고 싶다"고 말했다.

전북 군산경찰서 은파지구대 김유성 순경. /사진=본인제공


김지은 기자 running7@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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