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만금'서 '코리아'로 갈아탄 잼버리..폭염·태풍 딛고 'K콘서트' 피날레

김지현 기자, 상암월드컵경기장(서울)=유동주 기자 2023. 8. 12.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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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중단 위기까지 몰렸지만 전국 8개 시·도로 대원들 분산해 대회 이어가
파행 직전까지 몰렸던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이하 잼버리)가 총 11일간의 여정을 마치고 폐영식과 K팝(K-POP) 콘서트로 피날레를 장식했다. 폭염과 태풍, 운영 미숙 등으로 혼란을 겪기도 했던 '새만금 잼버리'는 전국 8개 시도·로 대원들의 숙소를 옮기고 프로그램을 이어 나가며 '코리아 잼버리'로 변신했다. 정부는 참가국들이 한국을 떠나는 날까지 교통·문화 관광 등을 최대한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지난 9일 오후 서울 마포구 여의도한강공원 물빛무대에서 열린 웰컴 투 서울 댄스나이트에 참가한 세계 각국 잼버리 대원들이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사진=뉴스1
온열질환·부실준비에 사상 초유 '중단 위기'
지난 4일 전북 부안군 새만금 일대에서 열렸던 잼버리에서 더위에 지친 참가자들이 쉬고 있다 /사진=뉴스1
지난 1일 개막한 새만금 잼버리는 대회 첫날부터 난관에 봉착했다. 전북 부안군 일대에 폭염경보가 내려지며 온열 질환을 호소하는 참가자들이 쏟아졌고, 야영지 내 진료소는 벌레 물림으로 치료를 받는 참가자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지난 3일 하루에만 잼버리 병원 내원자는 1486명으로 집계됐으며, 그중 '온열 증상자'는 138명, '벌레 물림'은 383명에 달했다.

특히 화장실 위생과 식사 메뉴 부실, 대회장 내 유일한 이동수단인 셔틀버스 부족 등의 문제가 노출되면서 지난 4일 영국을 시작으로 미국과 싱가포르 등이 줄줄이 조기 퇴영을 발표하자 잼버리는 사상 초유의 '중단 위기'에 놓이게 됐다. 영국은 이번 행의 주요 참가국 중 한 곳으로 무려 4400여명이 새만금을 찾았고, 미국과 싱가포르도 각각 1200여명, 60여명이 참여했다.

사태 수습을 위해 주무 부처인 여성가족부와 행정안전부, 문화체육관광부는 물론 대통령실까지 나서 매일 오전 일일 브리핑을 개최했으며, 관련 대책들을 내놨다. 군의 협조를 받아 그늘막을 추가로 설치했고, 냉방시설이 갖춰진 쿨링버스를 104대 증차해 총 300여대를 배치했다. 화장실 청소인력은 70여명에서 540여명으로 늘렸고, 셔틀버스도 2배로 확대했다.
안정 찾았지만..태풍 '카눈'으로 숙소 이동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 야영장을 떠나는 잼버리 대원들을 태우기 위한 버스들이 지난 8일 전북 부안군 잼버리 대형 주차장에 집결했다 /사진=뉴스1
정부가 약 69억원의 예비비를 편성하고, 삼성·LG 등 기업들이 물품 기부 등에 동참하며 대회 중반쯤 잼버리는 초기보다 다소 안정을 찾는 모습을 보였다. 특히 정부와 잼버리 조직위원회가 영외프로그램을 늘렸고, 참가들은 더위를 피해 해수욕장이나 숲에서 야외 활동을 이어나갔다. 야영지 내에서도 쿨링버스와 물놀이 시설 등을 활용해 폭염을 이겨내기도 했다.

하지만 제6호 태풍 '카눈'이 북상하자 잼버리는 다시 위기를 맞았다. 한반도를 관통한다는 예보에 세계스카우트연맹과 정부는 결국 참가자들의 숙소를 전국 8개 시·도로 옮기고, 대회를 이어가기로 결정했다. 당초 지난 6일에서 11일 한 차례 미뤄지며, 전국 월드컵경기장에서 개최 예정이었던 K팝 콘서트도 서울 상암월드컵경기장으로 장소가 변경됐다.

전국 지방자치단체는 숙소 확보와 스카우트 대원들이 체험할 프로그램 마련에 총력을 기울였다. 서울시는 웰컴 투 서울 댄스나이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뷰티·패션 투어프로그램, e스포트 경기장으로 구성된 상암동 에스플렉스센터 견학 등을 제공했다. 경기도는 수원화성 투어, 예절체험 등을 운영했고, 충남도는 국립생태원 방문과 머드 프로그램 등을 지원했다. 기초자치단체 차원에서도 지역을 방문한 대원들을 위해 다양한 행사를 열며 '새만금 잼버리'는 '코리아 잼버리'로 거듭났다.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에서 조기 퇴영한 영국 대원들이 9일 오전 충북 청주시 옛 대통령 별장 청남대를 찾아 시설을 관람하고 있다 /사진=뉴스1
유명 아이돌 출연 'K팝 콘서트'로 마무리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에 참가한 각국 스카우트 대원들이 11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K-팝 슈퍼라이브’콘서트에서 K팝 가수들의 공연을 즐기고 있다./사진제공=문화체육관광부
개영 전부터 참가자들 사이에서 가장 큰 기대감을 모았던 'K-팝 슈퍼 라이브' 공연은 지난 11일 오후 7시부터 잼버리 대장정의 피날레를 장식했다. 앞서 6일로 예정됐던 이 행사는 폭염과 태풍으로 장소와 시간까지 변경되면서 우여곡절을 겪었지만 결국 반전의 드라마를 써내며 잼버리 구원투수로 역할을 톡톡히 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실제로 뉴진스와 NCT 드림, 아이브, 있지, 제로베이스원, 마마무 등 당초 계획보다 대폭 보강된 총 19개 아이돌팀이 출연진에 합류했고, 공연 장소인 서울 상암 월드컵경기장 안팎도 2시간여 동안 잼버리 참가자 4만5000여명의 함성에 들썩였다.

현장에서 외국 친구들과 휘장과 뱃지를 교환하던 대만 스카우트 대원 링링(18)은 "잼버리가 오늘로 끝나서 정말 아쉽다"며 "다른 나라 친구들과 사귈 기회를 K-팝 공연을 계기로 갖게 된 것은 그나마 다행"이란 소감을 전했다. 'K-팝 공연'이 그 자체로도 훌륭한 콘텐츠였지만, 전국에 흩어진 전세계 대원들을 한 자리에 모아 진정한 '문화교류의 날'을 즐길 수 있게 해줬단 평가가 나온 이유다. 루 폴슨 미국 스카우트 운영위원장도 "K-팝 공연 덕분에 스카우트 대원들이 마지막에 다시 모여 잼버리를 마무리 할 수 있었다"며 포브스 인터뷰를 통해 감사를 전했다.

콘서트에 앞서 오후 5시30분부터 30분간 열린 폐영식에선 이번 대회를 추억할 수 있는 7분간의 하이라이트 영상이 방영됐다. 이후 한국 대원이 차기 잼버리 개최국인 폴란드 대원에게 스카우트 연맹기를 건네주는 전달식과 폐영 선언이 이어졌다.

한편 폐영식과 콘서트 일정까지 소화한 잼버리 대원들은 숙소로 복귀해 개인 정비 시간을 보낸 뒤 국가별 계획에 따라 출국을 시작했다. 이와 관련해 윤석열 대통령은 "폐영식 후에도 모든 국가의 스카우트 대원이 마지막으로 출국할 때까지 숙식과 교통, 문화 체험, 관광 등을 최대한 지원하라"고 지시했다. 여가부와 잼버리 조직위 등도 세계스카우트연맹과 협조해 향후 빈틈없이 참가자들을 지원키로 했다.

지난 11일 서울 마포구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 폐영식에서 각국 스카우트들이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사진제공=문화체육관광부


김지현 기자 flow@mt.co.kr 상암월드컵경기장(서울)=유동주 기자 lawmaker@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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