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소재로 권력의 본질 해부…소설 '크렘린의 마법사'

김용래 2023. 8. 12.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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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큐멘터리 자료 조사차 모스크바를 찾은 '나'는 트위터에서 알게 된 대학생 니콜라스의 초대로 어느 고택으로 향한다.

그러나 대학생인 줄 알았던 니콜라스는 러시아 정계에 막강한 영향력을 자랑하며 '크렘린의 마법사'로 불리던 막후 실력자 바딤 바라노프였다.

'크렘린의 마법사'는 푸틴을 비롯해 보리스 옐친, 예브게니 프리고진 등 러시아 현대정치의 실존 인물들이 실명 그대로 등장해 대체 어디까지가 허구이고 어디까지가 사실인지를 헷갈리게 하는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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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구·사실 경계 넘나들며 푸틴의 러시아 파헤쳐
작년 佛 아카데미프랑세즈 소설대상 수상…공쿠르상 최종후보 오른 수작
블라디미르 푸틴 [AFP=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뉴스) 김용래 기자 = 다큐멘터리 자료 조사차 모스크바를 찾은 '나'는 트위터에서 알게 된 대학생 니콜라스의 초대로 어느 고택으로 향한다. 그러나 대학생인 줄 알았던 니콜라스는 러시아 정계에 막강한 영향력을 자랑하며 '크렘린의 마법사'로 불리던 막후 실력자 바딤 바라노프였다.

그는 '나'에게 베일 속에 숨겨져 있던 크렘린궁의 내밀한 이야기들을 들려주기 시작한다.

바딤은 소련이 붕괴하고 서구 문화의 영향으로 급변하는 모스크바에서 TV 연출자가 됐다고 했다. '지루하지만 않으면 되는' 그저 그런 프로그램을 만들던 그에게 어느 날 방송국 소유주는 현실을 연출해 보자면서 한 남자를 소개해준다. 연한 금발에 창백한 인상의 이 남자는 자신을 '블라디미르 푸틴'이라고 소개한다.

소설에서 실명으로 등장하는 푸틴은 거대한 규모로 기획된 연극의 가장 위대한 배우였다. 소설 초반에는 "대통령 자리를 넘볼 수 없다"면서 욕심 없는 공무원으로 그려지던 그는 점차 권력을 손에 쥐게 되면서 언론 조작, 여론 선동, 협박과 로비 등 어떤 추한 짓도 마다하지 않는 비정한 폭군으로 변해간다.

'크렘린의 마법사'는 푸틴을 비롯해 보리스 옐친, 예브게니 프리고진 등 러시아 현대정치의 실존 인물들이 실명 그대로 등장해 대체 어디까지가 허구이고 어디까지가 사실인지를 헷갈리게 하는 소설이다.

책에서 거의 유일하게 실명으로 등장하지 않는 주요 인물은 바로 바딤 바라노프다. 소설에서 매우 긴 분량으로 이어지는 독백의 주인공인 그는 푸틴의 공보보좌관을 지낸 러시아의 막후 실세 블라디슬라프 수르코프가 모델이라고 한다.

작가는 푸틴 정권의 이념구조를 구축한 수르코프의 '화신'이라 할 수 있는 바딤의 시선을 통해 소비에트연방 해체를 시작으로 체첸 전쟁과 소치 동계올림픽을 거쳐 우크라이나 사태에 이르기까지 전체주의적 독재로 변해가는 러시아의 심장부를 날카롭게 파헤친다.

이 소설은 지난해 아카데미프랑세즈(프랑스한림원) 소설대상을 받았고 프랑스 최고 권위 문학상인 공쿠르상 최종 후보에도 오르는 등 작품성을 널리 인정받았다. 더 놀라운 것은 이 작품이 작가의 첫 소설이라는 점이다.

작가 줄리아노 다 엠폴리는 스위스계 이탈리아인으로, 프랑스에서 태어나 파리의 명문 시앙스포(파리정치대학)에서 공부했다. 이후 고국인 이탈리아에서 통신부 장관과 문화부 장관의 고문으로 일했고, 시의원을 거쳐 '라 레푸블리카' 등 이탈리아 유력지에 정치와 국제정세 비평을 연재하며 언론인으로도 활동했다.

작가의 풍부한 현실정치 경험과 러시아에 대한 해박한 지식이 소설의 완성도를 높였다.

프랑스어로 쓰인 이 소설을 우리말로 옮긴 번역가 성귀수는 "자유와 역사, 권력과 인생의 보편적 화두를 적재적소에 던져 이야기를 추동하는 작가의 필력이 경이로운 수준"이라고 했다.

책세상. 372쪽.

책 표지 이미지 [책세상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yongl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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