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체인지' 박찬호 기대감 샘솟는다… 치고 달리고 잡고, KIA 스포츠카 핸들 잡았다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KIA의 올 시즌 초반에서 가장 당황스러운 선수 중 하나는 바로 팀의 주전 유격수 박찬호(28)였다. 시즌 중반까지 가장 당황스러운 롤러코스터를 운전했던 선수도 바로 박찬호였다.
오랜 기간 KIA의 유격수 자리를 지켰던 박찬호는 원래부터 호평을 받던 에너지 넘치는 수비와 주루는 물론, 지난해부터는 공격까지 업그레이드되며 팀의 주전 유격수 논란에 스스로 마침표를 찍었다. 지난해 한 단계 성장한 만큼 올해는 더 좋은 공격력을 기대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하지만 4월 성적이 너무 좋지 않았다. 제대로 시동도 못 걸고 출발선에 멈춰버렸다.
박찬호의 4월 23경기 타율은 0.181로 저조했다. 출루율도 0.234에 그쳤고, 무엇보다 4월 13개의 안타가 모두 단타였다. 타율과 장타율이 같았다. OPS(출루율+장타율)는 0.415에 머물렀다. 수비 부담이 큰 유격수이기에 어느 정도 공격력이 떨어지는 건 이해할 수 있어도 용인할 수 있는 범위를 벗어났다.
캠프 때부터 박찬호를 괴롭힌 손목 문제 때문에 시즌 출발이 늦었다는 지적도 일리는 있었다. 박찬호가 5월 21경기에서 타율 0.381로 반등하자 이 논리는 설득력을 얻었다. 하지만 6월 23경기 타율은 다시 0.218로 고꾸라졌다. 수비에서도 박찬호답지 않은 실책이 쏟아지며 공‧수 모두에서 흔들리는 기색이 역력했다. 비판도 쏟아졌다. 선수 개인적으로는 큰 위기였다.
하지만 7월 이후로는 공‧수 모두에서 안정감을 찾아가고 있다. 7월 1일 이후 24경기에서 타율 0.329의 안정적인 타격 컨디션을 이어 가고 있고, 2루타 이상의 장타가 곧잘 나오면서 OPS도 0.850으로 수직 상승을 그렸다. 무엇보다 24경기에서 단 2개의 실책만을 범하며 KIA 내야진을 든든하게 잡아주고 있다. 안정적인 수비는 물론 넓은 수비 범위와 기민한 움직임을 토대로 한 ‘하이라이트 필름’도 자주 양산하고 있다.
4월의 박찬호와 7월의 박찬호가 ‘다른 사람’일리는 없다. 결국 타격 어프로치의 변화가 좋은 성적을 이끌고 있다는 게 구단 안팎의 추측이다. 8월 들어서는 완전히 안정을 찾은 것인기 기복도 심하지 않다. 8월 8경기에서 출루가 한 번도 없었던 경기는 딱 한 번, 9일 광주 LG전이었다. 하지만 그 다음 경기인 11일 사직 롯데전에서 멀티히트를 기록하며 다시 살아났다. 한 번 무안타를 치면 그 여파가 꽤 오래 갔던 4월과는 완전히 다르다.
김종국 KIA 감독은 박찬호의 7월 이후 타격에 대해 “전체적으로 타격 쪽에서 집중력이 많이 좋아졌다. 또 본인에 맞는 스윙 메커니즘으로 타격을 하고 있다”면서 “큰 스윙보다는 콘택트 위주로 타격을 한다. (공을) 스팟에 맞히고 타구 스피드나 정타 생산에 많은 신경을 쓴다고 느낀다”고 박찬호의 달라진 점을 설명했다.
외부에서 보는 시선도 비슷하다. 김태형 SBS스포츠 해설위원은 “작년과 (올해) 초봄과는 치는 게 조금 달라졌다. 하체를 많이 쓰면서 쳤는데, 콘택트로 강하게 짧게 타격을 하고 있다. 간결해졌다”고 평가했다. 이순철 SBS스포츠 해설위원 또한 “이전에는 상하체가 언밸런스로 따로따로 놀았다. 그러나 지금은 투웨이 스탠스로 하면서 치는 요령을 터득한 것 같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야수에게 공격과 수비는 따로 떼놓고 설명할 수가 없다. 아무리 수비에 집중을 하자고 다짐해도 ‘무안타 경기’가 많아지는 상황에서 생각이 나지 않을 수 없다. 반대로 수비에서의 실책은 타석에서도 영향을 미친다. 박찬호는 7월 이후 공‧수 모두에서 고비를 넘기면서 자신감과 에너지가 생기는 선순환의 고리를 밟고 있다. 장타 욕심을 다시 부리지 않는다면 개인 경력 최고 타율 시즌이었던 지난해(.272)를 무난히 넘어설 것이라는 기대감도 커진다.
박찬호의 존재는 KIA 타순과 내야에서 상당한 비중을 가진다. 박찬호는 올 시즌 리그 최고의 9번 타자 중 하나다. 9번 타순 타율이 0.293에 이른다. 요즘은 방망이에 맞기만 하면 안타가 되는 확률이 높아졌을 정도로 정타를 만들어내는 능력이 절정이다. 한편으로 40도루를 할 수 있는 발을 가졌기에 상대 투수들은 박찬호를 신경 쓰면서 KIA 상위 타선을 상대해야 하는 이중고에 빠진다. 다른 선수들보다 한 베이스를 더 갈 수 있는 능력은 타점 확률을 높인다.
최근에는 김선빈의 부상 탓에 9번보다는 상위 타선에서 활용되고 있지만, 박찬호의 출루가 만드는 효과는 다르지 않다. 그간 상대적으로 기동력이 떨어졌던 KIA 타선이 때로는 ‘스포츠카’가 되기 위해서는 박찬호부터 시작되는 가속 구간이 반드시 필요하다. 그리고 박찬호가 그 핸들을 잡아야 한다.
김선빈이 잠시 부상으로 이탈한 상황에서는 팀 내야의 리더 몫도 해내야 한다. 김도영 최원준 김규성 황대인 변우혁 홍종표 등 KIA 내야에서 뛰는 선수들 중 가장 나이가 많은 선수가 박찬호다. 최근 KIA 내야 수비가 흔들리는 가운데, 박찬호까지 흔들리면 걷잡을 수 없이 무너지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 하지만 수비 집중력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11일 사직 롯데전에서도 몇 차례 호수비를 펼치는 등 여전한 체력을 과시하고 있다. 이 페이스대로 시즌을 완주하면 내년에는 더 기대할 만한 선수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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