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닷물이 왜 미지근해?…'카눈' 키운 온탕, 모든 걸 바꾼다 [황덕현의 기후 한 편]
해양 생물다양성, 인류 생존 직결…재활용 등 '귀찮은 일' 해야
(서울=뉴스1) 황덕현 기후환경전문기자 = 제6호 태풍 카눈이 11일 소멸했다. 2주 동안 이어지던 '주말 재난대응 체제' 근무도 정상으로 돌아갔다.
그렇지만 사라지지도, 돌아가지도 않은 게 있다. 바닷물 온도다.
휴가철 강릉 안목이나 부산 해운대, 여수 만성리 해수욕장 등 '산보다 바다'를 찾았다면 이상한 점이 있었을 것이다. '바닷물이 유난히 따뜻하다'는 것이다. 전국적인 폭염, 40도에 육박하는 체감온도에 '바다에 풍덩' 몸을 맡겨봤다면, 예전처럼 시원하진 않았을 테다.
한반도 주변 해수면 온도는 최근 29도 안팎까지 올라갔다. 햇볕을 받아 달궈진 표면 온도에 불과하다 여길지 모르겠으나 바다는 물체의 온도 1도를 올리는 데 필요한 열량인 '비열'이 크기 때문에 높은 표면 온도는 심해까지 바닷물 온도가 함께 올라가고 있음을 말한다.
이 같은 따뜻한 바다는 카눈의 성장을 도왔다. 해수면 온도가 높으면 수증기가 더 많이 증발해서 태풍에 에너지 공급량을 늘리기 때문이다.
에너지를 쌓은 카눈은 매서웠다. 카눈의 영향으로 9~11일 사흘간 400㎜가 넘는 폭우가 내렸고, 최대순간풍속 시속 130㎞에 달하는 바람이 불었다.
강원 속초에는 지난해 '강남 침수'를 부른 1시간 91.3㎜의 '극한호우'가 쏟아지기도 했다. 태풍에 의한 1시간 강수량 중 역대 7위에 해당하는 기록적인 비였다.
통상 적도가 가장 뜨겁기 때문에 북극이 가까워지면 해수면 온도가 내려간다. 평년보다 따뜻했던 바다는 카눈이 상륙할 때까지 에너지를 공급했다.
실제 한반도 주변의 평균 바다 온도는 최근 53년간(1968~2020년) 1.12도 상승했다. 전 세계 바다 수온 상승폭(0.53도)의 2배가 넘는다.
사실 이건 한반도 주변만의 일은 아니다. 유럽중기예보센터(ECMWF) 산하 코페르니쿠스 기후변화서비스(C3S)는 지난 1일 세계 해수면 평균 온도가 섭씨 20.96도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바닷물 온도가 1도 오르면 어떤 일이 발생할까. 앞서 언급한 것처럼 더 강한 태풍이 발달하기 용이하거나, 지속적인 에너지 공급이 가능해 태풍이 더 오래 영향력을 유지할 수 있다. 지역의 어종이 바뀔 수 있고, 어떤 종류는 아예 '멸종'할 수도 있다.
이렇듯 수온은 해양 생태계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제프 올롭스키 감독의 다큐멘터리 '산호초를 찾아서'는 이런 '1도의 비극'을 추적했다.
산호는 공생조류와 함께 살아가는 일종의 '해양 생태 둥지'로 역할을 하며 살아간다. 산호가 플랑크톤을 섭취하고, 이를 통해 생성된 질소가 다시 공생조류에게 제공하며, 공생조류는 산호에게 산소와 영양분을 공급하는 체계다. 일종의 '바다 숲'인 셈이다.
그러나 해양의 기온 상승은 이런 체계를 박살냈다. '산호초를 찾아서'는 백화된 채 발견된 산호초를 조명했다. 산호초로 유명한 호주 그레이트 배리어 리프의 산호초는 2016년 단 1년 만에 29%가 소멸했다. 이는 워싱턴DC 면적의 숲이 통째로 사라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대기열의 93%를 바다가 흡수하기 때문에 산호초 소멸은 생물다양성을 토대로 하는 바다의 탄소 흡수와도 연관성이 크다. 바다를 잃기 시작하는 게 인류 생존과도 직결된 것이다.
먹지도 못하는 산호초의 집단사망에서 비롯된 해양 생태계 변화는 우리 식탁까지 다가올 수 있다. 관련 연구에 따르면 산호초의 생물 다양성은 1950년대 이후 지속해서 감소해 현재 약 63% 감소했다. 산호초 관련 어획량 또한 1950년대에 비해 60%가량 줄었다.
이 영화는 인류 생존을 위해 주변의 '귀찮은 일'부터 제안했다. 재활용 강화, 전기 플러그 뽑아두기, 육류 소비 줄이기 등이다. 얼마큼 할 수 있을지는 각자의 몫이다.
아쿠아리움 밖에서 한번도 산호를 본 적 없는 상태에서, 이 영화는 아름다운 산호를 볼 수 있는 것 자체만으로 즐거움이었다. 그러나 백화된 산호초는 머지않아 내 무덤이 될 수 있다는 생각에 결코 즐겁게만 볼 수 없는 영화다.
ac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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