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승 무패 ERA 1.88' 롯데 PS 이끌 구원자…4일 휴식으로 완주 가능할까
[OSEN=부산, 조형래 기자] 최근 14이닝 연속 무실점 등 KBO리그 데뷔 이후 한 번도 흐트러짐 없는 피칭을 펼치고 있는 롯데 애런 윌커슨(34).
지난 6일 사직 SSG전에서 7이닝 1볼넷 6탈삼진 무실점, 노히터 피칭으로 KBO 역대 3번째 팀 노히터 경기를 이끌었다. 그리고 11일 사직 KIA전에서는 6이닝 6피안타 무4사구 5탈삼진 무실점 역투로 팀의 7-1 완승을 이끌었다.
댄 스트레일리의 대체 선수로 합류한 윌커슨은 4경기 모두 안정적인 피칭으로 팀 승리의 기반을 만들었다. 4경기 평균자책점 1.88(24이닝 5자책점)으로 호투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볼넷은 4개 밖에 내주지 않았다. 완벽에 가까운 제구력과 커맨드로 한국 무대에 연착륙하고 있다. 포심 패스트볼과 커터, 체인지업, 슬라이더, 커브 등 모든 구종을 공격적으로 스트라이크 존에 꽂는다. 스트라이크 존을 적극적으로 공략하면서 동료들에게 신뢰를 안겨주고 있다.
이날 경기에서는 최고 148km의 포심 28개, 커터 23개, 슬라이더 22개, 체인지업 13개, 커브 10개 등의 구종을 골고루 구사하면서 KIA의 만만치 않은 타선을 상대했다. 스트라이크는 66개, 볼은 30개에 불과했다. 어떻게든 공격적으로 타자를 잡으려는 피칭이 최고의 결과를 만들었다.
주장 안치홍은 “아무래도 수비하는 입장에서는 볼을 많이 안 던지는 게 편하고 집중력도 향상된다. 윌커슨 선수가 오고 나서 정말 좋은 점인 것 같다”라며 “볼넷이 없는만큼 이닝이 빠르게 진행되니까 야수들도 집중하게 되고 또 타자의 타이밍을 흔들어서 타구 속도를 줄여서 보내 주기 때문에 그 부분도 훨씬 좋은 것 같다”라고 설명했다. 윌커슨 등판 경기에서 팀 수비진은 실책을 하나도 범하지 않았고 팀도 3승1패를 기록 중이다.
데뷔전에서 주전 포수 유강남과 호흡을 맞췄지만 유강남이 부상으로 빠진 이후 치른 3경기에서는 모두 손성빈과 배터리 호흡을 맞췄다. 손성빈은 이날 경기 후 “3경기 모두 원하는 코스도 잘 던져줬다”라면서 “다만 오늘 경기 중에 ‘팔이 잘 안 넘어와서 공이 뜬다. 내용이 아쉽다’라고 말했지만 그럼에도 끝까지 자기 역할을 하려고 애썼다. 프로 선수는 컨디션이 좋지 않더라도 결과를 만들어내야 하는데 윌커슨이 그 모습을 보여줬다”라고 새로운 에이스를 칭찬했다.
다만 윌커슨의 “팔이 잘 안 넘어와서 공이 뜬다”라고 말한 부분이 다소 걸린다. 윌커슨은 이날 2경기 연속 4일 휴식 등판이었다. 2일 NC전 6회부터 이날 경기까지 4일 연속 등판을 펼치면서도 14이닝 연속 무실점 피칭을 이어왔다. 컨디션이 썩 좋지 않았지만 결과가 좋았다.
매 경기 최고의 컨디션으로 경기를 치르는 선수는 희박하다고 하지만 좋은 컨디션을 유지할 수 있는 환경은 당연히 필요하다. 다만 윌커슨에게 좋은 컨디션을 마련해 줄만큼 롯데의 상황과 환경은 좋지 않다.
5위 두산과 4경기 차이 7위에 머물고 있다. +10 이상의 승패마진을 두 달 만에 다 잃어버리면서 5할 승률에서 -4가 됐다(46승50패). 더 승수를 쌓고 치고 올라가기 위해 롯데는 빠르게 승부수를 던졌다.
롯데는 이번 주부터 윌커슨과 찰리 반즈, 외국인 투수들은 4일 휴식 등판을 이어가게 된다. 전반기에 괜찮았던 박세웅이 후반기 들어서 부진을 거듭하고 있고 나균안은 현재 햄스트링 부상에 중이고 아직 회복되지 않았다. 복귀한 뒤에도 컨디션을 장담할 수 없다. 이인복 한현희 등 다른 선발 자원들도 불안하고 자리를 채우기도 힘들다. 당장 12일도 대체 선발인 정성종이 나서는 현실이다.
9월 중순부터는 항저우 아시안게임 대표팀에 박세웅과 나균안, 선발진 주축 2명이 차출된다. 박세웅과 나균안의 공백까지 감안하면 선발진 상황은 더욱 열악해진다. 윌커슨과 반즈, 두 투수에게 의존도가 더 커질 수밖에 없고 이들이 최대한 많은 경기에 등판하기 위해 4일 휴식 등판의 강수를 일찌감치 시도했다.
그렇기에 두 번째 4일 휴식 등판에서 윌커슨의 컨디션이 좋지 않았던 것을 간과할 수는 없을 터. 노파심일 수도 있지만 투수 파트와 트레이닝 파트가 면밀하게 체크해야 한다. 만약 피로도가 생각보다 빠르게 쌓인다면 롯데의 승부수도 당연히 수포로 돌아가게 된다.
지난해에도 롯데는 개막 후 반즈의 4일 휴식 등판을 이어갔지만 개막한 달 반 이후에는 피로가 누적되며 구위가 급격히 저하됐고 결국 시즌을 비교적 빠르게 마감해야 했다. 올해는 이닝을 많이 소화한 상태에서 4일 휴식 등판을 이어가게 된다.
윌커슨이 팀을 가을야구로 이끌어 줄 희망의 구원자가 됐다. 장발에 덥수룩한 수염까지, 롯데를 구원할 ‘사직 예수’라고도 불린다. 그러나 컨디션 관리와 함께 시즌을 제대로 완주해야 구원자의 임무도 제대로 완수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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