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기 계셨군요"…시대를 마주한 작가, 전시 무산된 곳서 개인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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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가로서 시대의 변천에 따른 역사·현실 인식을 토대로 개인과 집단이 만들어 낸 사회와 정치, 문화의 정황을 회화로 풀어낸 노원희 작가의 개인전 '거기 계셨군요'(You were there)가 11월19일까지 아르코미술관에서 열린다.
임근혜 아르코미술관장은 "1980년도 현실과 발언 창립전이 검열로 인해 무산됐던 바로 그 장소에서 열리는 노원희 작가의 개인전은 미술관 개관 50주년을 한해 앞두고 예술과 사회의 관계를 되돌아보는 뜻깊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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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근대성을 조금이라도 넘어서려고 노력할 뿐, 그림은 그냥 하는 일"
(서울=뉴스1) 김일창 기자 = "작가는 젊은 한 시절 현대 작가가 된다. 나이 70이 되니 나는 근대 작가가 되어 있다. (중략) 나는 다만 나 자신의 근대성을 조금이라도 넘어서려고 노력할 뿐이다. 그림은 그냥 하는 일이다"(작가노트, 2018년 1월6일)
화가로서 시대의 변천에 따른 역사·현실 인식을 토대로 개인과 집단이 만들어 낸 사회와 정치, 문화의 정황을 회화로 풀어낸 노원희 작가의 개인전 '거기 계셨군요'(You were there)가 11월19일까지 아르코미술관에서 열린다.
이번 전시는 중진·원로 작가의 신작 및 창작활동을 지원하고, 그간 펼쳐온 작가의 작업 세계를 집중 조명하는 아르코미술관 기획초대전의 일환이다.
노원희 작가는 1948년 대구 출생으로 서울대 미대 회화과에서 학사와 석사 학위를 받았다. 1977년 문헌화랑에서 첫 개인전을 열었다. 1980년 소집단 미술운동 '현실과 발언'의 창립 구성원으로 참여해, 같은해 현 아르코미술관인 문화예술진흥원 미술회관에서 창립전을 개최할 예정이었으나 정치적 메시지가 강하게 드러난다고 여겨진 탓에 무산됐다. 이처럼 '정치적 메시지', 이에 더해 '사회적 메시지'는 노원희 작가 작품 세계의 열쇠 말이다.
1980년대부터 정치적 억압과 민주화 투쟁 양상이 첨예해지는 시대적 분위기를 긴급하게 담아낸 그의 그림은 개인과 집단이 경험한 사회의 정황과 심리를 고스란히 증언한다
사회 변혁 운동의 전선이 사라진 후 정치사회적 혼란과 자본주의 사회의 구조화된 폭력의 그림자는 일상에 드리웠고, 불평등과 모순, 소외의 형태가 사적 차원에서 더 정교하게 체감되는 시대로 확대했다.
그는 이런 현실을 직시하면서 사회의 구조적 모순과 인간 조건에 대한 성찰을 회화로 풀어낸다. 그의 예술적 실천은 현실의 정확한 인지, 그리고 이를 회화의 언어로 실천하는 데 있다.
이는 비판적 현실주의자로서 작가가 상투적 현실에서 떼어낸 현실의 진실된 모양새를 탐구하는 방식이자 역사 인식하에 현실을 담담하게 기록하려는 의지와 관계된다.
그래서 그의 그림은 우리가 발 딛고 있는 현실에서 미시정치로 인해 발생하는 교묘한 억압과 폭력의 구조가 모호하게 감지되기만 할 때, 현실을 직면하는 밝은 눈이 되어주고 현실 너머의 '현실'을 모색하는 창이 되어준다.
전시는 두 부분으로 나뉜다. 첫 번째 섹션에서는 1980년대부터 노동자와 권력의 형상을 다뤘던 연장선상에서 한국 자본주의의 구조적 문제로부터 비롯된 산업재해와 피해자 개인들의 고통에 공감하는 신작을 선보인다. 산업재해의 피해자들은 우리 시대에 생존과 인간의 존엄성을 위협받는 청년, 노동자, 투쟁하는 사람들의 서사로 연결된다.
두 번째 섹션에서는 작가가 여성으로서 겪은 여성 서사에 대한 관심과 일상, 사적 공간에 침투하는 폭력과 억압 그리고 인류 보편 서사에 대한 성찰을 보여준다. 개인의 삶과 가정, 부엌과 같은 사적 공간에 드리운 사회적 억압과 배제는 사적 공간이 사회적 공간이고 정치 투쟁의 장소일 수밖에 없음을 깨닫게 한다.
전시명 '거기 계셨군요'는 사회 바깥에 남겨진 누군가에게 건네는 말이다. 영화 '라스트 왈츠'(1978)에서 밴드의 마지막 공연이 끝나고 커튼을 치자 배우는 관객이 앉아 있는 곳을 바라보면서 "거기 계셨군요"라고 말한다. 고통의 삶에 마음을 보태고 그 자리에 있는 누군가의 이름을 불러주고 확인하는 것에서부터 사회의 변화는 시작되며, 이는 작가가 지향하는 '그림과 말'의 힘과 맞닿아 있다.
이번 전시는 미술가이자 생활인으로서 목격하고 체험했던 개인적, 사회적 차원의 인간사를 회화라는 시각언어를 통해 기록하려는 작가의 예술적 지향점을 살필 수 있는 기회이다.
임근혜 아르코미술관장은 "1980년도 현실과 발언 창립전이 검열로 인해 무산됐던 바로 그 장소에서 열리는 노원희 작가의 개인전은 미술관 개관 50주년을 한해 앞두고 예술과 사회의 관계를 되돌아보는 뜻깊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ick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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