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시선] 수교 50주년 맞는 '오랜 친구' 인도네시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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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왕조실록에 따르면 태종 6년(1406년) 8월 11일 조와국 사신 진언상이라는 자가 전라도 군산 앞바다에 나타난다.
이 이야기에 나오는 조와국은 자바국, 즉 인도네시아를 뜻한다.
1965년 김일성이 김정일과 인도네시아를 공식 방문했을 때 식물원의 한 난초에 관심을 보이자 수카르노는 '김일성화'라 명명하고 선물한다.
실제로 현대차와 SK, LG, 롯데, 포스코 등 주요 대기업들은 인도네시아를 핵심 생산 기지로 삼아 대규모 투자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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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카르타=연합뉴스) 박의래 특파원 = 조선왕조실록에 따르면 태종 6년(1406년) 8월 11일 조와국 사신 진언상이라는 자가 전라도 군산 앞바다에 나타난다. 그는 공작과 타조, 앵무 등 진귀한 새와 침향, 용뇌, 후추 같은 선물을 들고 조선으로 오는 길이었다.
하지만 도중에 왜구의 공격을 받아 물건들을 빼앗겼고 함께 온 사람들도 잡히거나 숨져 40명만이 해안에 올라올 수 있었다. 이에 태종은 진언상에게 옷 등 물품을 하사한다.
이 이야기에 나오는 조와국은 자바국, 즉 인도네시아를 뜻한다. 인도네시아 수도 자카르타에서 인천공항까지는 지금도 비행기로 7시간이 걸릴 만큼 먼 거리지만, 600년도 더 전에 양국이 이미 교류하고 있었던 것이다.
인도네시아는 일제 강점기에 우리의 독립운동 현장이기도 했다.
일본군 소속으로 인도네시아에 도착한 이억관은 한인 동료들과 1944년 12월 29일 '고려독립청년단'을 결성, 낮에는 일본군으로 활동하면서 밤에는 독립운동을 모색했다.
그러나 1945년 1월 청년단원 중 3명이 싱가포르 전출 명령을 받았고, 이를 거부하면서 들고 일어나 일본 군인과 군속 12명을 사살한다. 이 일로 단체가 발각됐고 단원들은 실형을 살다 해방 소식을 들었다.
대한민국이 설립된 이후에는 우리 기업들의 해외시장 개척에 발판을 만들어준 기회의 땅이기도 하다.
한국남방개발(코데코)은 1968년 2월 산림자원을 개발하기 위해 300만 달러 규모의 해외 투자 허가를 받아 인도네시아 칼리만탄에 진출했다. 이는 국내 최초의 해외투자였고, 인도네시아로서도 처음 받아들인 외국인 투자 기업이었다.
코데코는 1979년 2차 오일쇼크로 한국의 원유 비축량이 바닥나던 때 인도네시아 원유를 국내에 들여와 숨통을 틔워주기도 했다.
역대 대통령들과의 인연도 깊다. 인도네시아 초대 대통령인 수카르노는 당시 우리보단 북한 김일성 주석과 가까웠다. 1965년 김일성이 김정일과 인도네시아를 공식 방문했을 때 식물원의 한 난초에 관심을 보이자 수카르노는 '김일성화'라 명명하고 선물한다. 인도네시아 식물학자가 육종한 이 꽃은 학명도 '덴드로븀김일성란'이다. 수카르노의 딸인 메가와티는 이때 김정일과 의남매를 맺었는데, 이후 그는 대통령이 됐고, 2002년 평양과 서울로 오가며 남북 간 가교가 됐다.
첫 직선제 대통령이 된 수실로 밤방 유도요노 전 대통령은 장인이 초대 주한 인도네시아 대사를 지낸 워보니 전 대사다. 유도요노 전 대통령은 당시 연인이었던 지금의 아내를 만나기 위해 자주 한국을 찾았다.
이 밖에도 인도네시아 찌아찌아족이 한글을 사용하고, 인도네시아 축구 국가대표팀의 감독이 한국인(신태용 감독)이며, 한국의 요소수 대란 당시 인도네시아가 지원해 주는 등 양국의 끈끈한 인연은 차고 넘친다.
이런 오랜 인연이 있는 인도네시아와 내달 수교 50주년을 맞는다.
많은 이들은 풍부한 자원과 노동력, 내수시장을 바탕으로 매년 5%대 성장을 이어가는 인도네시아를 중국을 대체할 핵심 경제 파트너로 꼽는다. 그간 한국이 중국의 빠른 성장과 거대한 소비시장에 올라타 함께 성장했던 것처럼 이제 인도네시아에 그런 역할을 기대하는 것이다.
실제로 현대차와 SK, LG, 롯데, 포스코 등 주요 대기업들은 인도네시아를 핵심 생산 기지로 삼아 대규모 투자를 하고 있다.
인도네시아도 '중진국의 함정'에 빠지지 않으려면 한국을 본받아야 한다며 한국과의 협력에 적극적이다. 많은 인도네시아인은 K팝과 K드라마, 한국 음식 등을 즐기며 한국을 사랑한다.
서로가 서로를 필요로 하는 지금이 두 나라가 힘을 합칠 적기로 보인다. 과거의 우정을 기반으로 두 나라가 함께 더 높이 뛰어오르길 기대한다.
laecorp@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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