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가 양산을 쓰면 어떨까?…기후변화 대안 주목

이시내 2023. 8. 12.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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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은 햇볕을 가려 체감온도를 최대 7℃ 가량 낮출 수 있도록 해준다. 만약 지구에도 양산을 씌워주면 펄펄 끓어오르는 지구가 조금은 잠잠해지지 않을까. 이미지투데이

무더운 여름철 양산을 쓰고 다니는 사람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햇볕을 가려 체감온도를 최대 7℃ 가량 낮춰주는 양산. 만약 지구에도 양산을 씌워주면 폭염이 조금은 잠잠해지지 않을까. ‘끓는 지구’의 시대, 미국의 한 천문학자가 태양과 지구 사이에 차양막을 설치하자는 아이디어를 제시해 관심이 쏠리고 있다.

태양 복사에너지 1.7% 차단…평균기온 0.6℃ ↓

이스트반 사푸디 미국 하와이대학 천문학 교수가 지구와 태양의 중력이 균형을 이루는 제1 라그랑주점에 거대한 차광막을 설치하면 태양 복사에너지의 1.7%를 차단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를 '미국 국립과학원회보(PNAS)'에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발표했다. 이렇게 되면 이론상 지구 평균기온은 0.5~0.6℃ 내려갈 수 있다.

'지구 차양막' 아이디어가 제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1989년 얼리 제임스 당시 미국 로런스리버모어국립연구소 연구원이 같은 아이디어를 국제학술지 ‘브리티시성간협회저널’에 소개했지만 구체적인 실현방법을 제시하진 못했다.  

아이디어 실현을 가로 막는 문제 중 하나는 차양막 무게다. 과학계에 따르면 차양막 위치가 고정되려면 무게가 최소 수백만t에 달해야 한다. 태양풍이 차양막을 파손하거나, 지구나 태양 중력에 이끌려 다닐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는 차양막 제작과 운반을 고려했을 때 지금의 기술로는 실현하기가 어렵다.

이스트반 사푸디 미국 하와이대학 천문학 교수가 지구와 태양의 중력이 균형을 이루는 제1 라그랑주점에 거대한 차광막을 설치하면 태양 복사에너지의 1.7%를 차단할 수 있다는 가설을 '미국 국립과학원회보(PNAS)'에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발표했다. Brooks Bays/UH Institute for Astronomy

이스트반 사푸디 교수가 발표한 논문은 이 문제에 대한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차양막을 고정하는 '균형추'로 소행성을 이용하면 무게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사푸디 교수는 “균형추를 활용하면 그래핀(탄소원자들이 벌집 모양으로 연결된 나노소재)과 같이 가벼운 물질도 사용할 수 있다”며 "차광막 제조에 필요한 자원은 3만5000t으로 기존보다 획기적으로 줄어든 것"이라고 밝혔다.

차양막 무게를 3만5000t으로 줄였다지만 이마저도 지금의 로켓 기술로는 버겁다. 최첨단을 달리는 스페이스X의 로켓 ‘스타십’ 조차도 탑재가 가능한 최대 용량이 250t이다. 사푸디 교수는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면서도 “아이디어가 실현되면 수십년 안에 기후위기를 완화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비용 문제나 설치 시간 감소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며 연구의 의미를 부여했다. 

◆" 지구온난화도 과학이 해결" vs “부작용 우려, 책임 회피수단”

지구공학은 지구 생태계나 기후순환 시스템을 물리·화학적 방법을 통해 의도적으로 조작, 온난화 속도를 늦추는 기술을 연구하는 학문이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와 영국왕립학회에 따르면 지구공학 방법은 크게 두가지 방식이 있다. 태영복사에너지 관리(①에어로졸 투입, ②인공구름 ③우주거울)와 이산화탄소 제거(①식물성 플랑크톤 증식, ②~③이산화탄소 포집, ④조림(造林)작업)가 그것이다. Climate central

일반 대중들에겐 사푸디 교수의 아이디어가 허황된 공상과학 소설처럼 들릴지 모르겠지만 과학계에선 다르다. 온실가스 배출량이 좀체 줄어들 기미가 보이지 않자 햇빛을 인위적으로 차단해 지구 온도상승을 막는 ‘지구공학(Climate engineering)’이 기후변화를 막을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지구공학은 지구 생태계나 기후순환 시스템을 물리·화학적 방법을 통해 의도적으로 조작, 온난화 속도를 늦추는 기술을 연구하는 학문이다. ▲인공위성에 거울을 달아 태양빛을 차단하는 '거울위성' ▲지표로 도달하는 햇볕을 감소시키는 '인공구름' ▲미생물 호흡을 통해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를 줄이는 ‘식물성 플랑크톤 증식’ ▲성층권에 에어로졸(미세한 입자) 투입 등이 있다.

미국의 과학전문잡지 '사이언티픽 아메리칸'은 지구공학 연구는 아직 아이디어 수준에 있지만 근래 수많은 연구들이 쏟아지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해 7월 매사추세츠공대(MIT) 연구진은 실리콘으로 만든 얇은 막 형태의 기포로 우주에 '거대 기포 뗏목'을 띄울 수 있다고 주장했다. 연구팀은 기포를 브라질 영토만큼 키워 띄울 경우 지구로 들어오는 태양복사 에너지의 2%를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2019년 하버드대 연구진도 국제학술지 '네이처 기후변화'에 의미 있는 연구결과를 소개했다. 대기에 에어로졸을 뿌려 햇빛을 차단하면 온실효과를 억제할 수 있다는 것이 그 내용이다.

다만 일각에선 부작용을 우려한다. 미국의 기후학자 앨런 로보크는 “지구공학은 지구에 생명유지장치를 채우는 일”이라며 "기후, 식물성장, 태양광 발전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는 데다 탄소 배출량 감축 목표에 대한 의지를 느슨하게 만드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번 연구를 발표한 사푸디 교수도 “지구공학이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을 대신할 수 없다는 점을 인정한다”면서 “가능한 모든 해결책을 살펴보고 모든 수단을 동원하여 기후변화를 완화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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