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K!제보] 나흘새 은행계좌 30여개 뚝딱…중고거래 사기로 수천만원 꿀꺽

김희선 2023. 8. 12.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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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광주에 사는 30대 김모 씨는 지난 1일 중고 거래 사이트에서 아이폰을 판매한다는 게시글을 발견했다.

김씨는 전남 목포에 거주한다는 판매자 이모씨와 택배 거래를 하기로 하고, 사기 거래 이력 조회 서비스인 '더치트'를 통해 이씨의 전화번호와 계좌번호를 조회했다.

이들은 대부분 거래 전 사기 이력을 조회할 수 있는 사이트인 '더치트'에서 이씨의 계좌번호를 조회해 사기로 신고된 적이 없음을 확인했지만,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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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좌번호 변경서비스로 사기이력 조회망 빠져나가
무한생성 가능한 '적금계좌'도 사기에 악용
이씨가 김씨에게 보낸 제품 및 신분증 사진 [제보자 제공]

(서울=연합뉴스) 김희선 기자 = 경기도 광주에 사는 30대 김모 씨는 지난 1일 중고 거래 사이트에서 아이폰을 판매한다는 게시글을 발견했다.

김씨는 전남 목포에 거주한다는 판매자 이모씨와 택배 거래를 하기로 하고, 사기 거래 이력 조회 서비스인 '더치트'를 통해 이씨의 전화번호와 계좌번호를 조회했다.

이씨의 연락처와 계좌가 사기로 신고된 적이 없다는 것을 확인한 김씨는 이씨의 주민등록증 사진까지 전송받아 확인한 뒤 안심하고 거래를 진행하기로 마음먹었다.

김씨는 이씨로부터 택배 송장 사진을 전송받은 뒤 물건값 96만원을 이씨의 계좌로 입금했다. 하지만 이후 이씨는 연락을 끊었고, 택배로 보냈다는 물건은 오지 않았다.

'무한 생성' 적금 계좌 악용한 사기에 수십명 피해

김씨처럼 이씨와 중고 거래를 하려다 사기를 당하고 단체채팅방에 모인 피해자들은 총 37명, 피해 금액은 3천200만원에 달한다.

이들은 대부분 거래 전 사기 이력을 조회할 수 있는 사이트인 '더치트'에서 이씨의 계좌번호를 조회해 사기로 신고된 적이 없음을 확인했지만,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이씨가 개수 제한 없이 무한대로 개설할 수 있는 자유적립식 적금 계좌를 중고 거래에 사용했기 때문이다.

자유적립식 적금 계좌는 지정된 날짜 없이 예금주가 원할 때 입금할 수 있는 계좌로 다른 사람의 송금도 받을 수 있다. 특히 신규 개설에 전혀 제약이 없어 한 사람이 하루 한 은행에 수십개의 계좌를 개설할 수도 있다. 금융 사기에 이용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일반 입출금 통장에 대해서는 일정 기간이 지나야 신규 계좌개설이 가능하게 한 것과는 대비된다.

지난달 31일부터 지난 3일까지 나흘간 A은행에 이씨 명의로 개설돼 중고 거래 사기에 이용된 적금 계좌는 최소 31개에 달한다.

사기를 칠 때마다 새 계좌를 만드니 사기 이력 조회에도 걸리지 않고 손쉽게 피해자들로부터 돈을 뜯어낼 수 있었다.

'계좌번호 변경 서비스'로 수시로 번호 바꿔가며 범행

이씨는 적금 계좌와 함께 일반 입출금 계좌도 중고 거래 사기에 이용했다.

개설이 제한된 일반 입출금 계좌를 사용하면서도 사기 이력 조회망을 빠져나갈 수 있었던 것은 예금주 마음대로 계좌번호를 바꿀 수 있는 '계좌번호 변경 서비스' 덕분이었다.

이 서비스는 은행 계좌번호를 예금주가 원하는(외우기 쉬운) 숫자로 바꿔 사용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으로 대부분의 시중은행이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기간과 횟수에 제한 없이 인터넷을 통해 계좌번호를 손쉽게 바꿀 수 있어 '적금계좌'처럼 금융 사기 범죄에 악용될 수 있다.

이씨의 경우 A은행에 개설된 이씨 명의의 입출금 계좌 1개의 번호를 바꿔가면서 최소 5명에게 사기를 친 것으로 나타났다. 사기에 사용된 계좌번호가 '더치트'에 등록되면 계좌번호를 바꾸는 수법을 쓴 것으로 보인다.

은행 측은 "고객 편의를 위해 만든 서비스가 당초 취지와 달리 사기에 악용되는 상황이 됐다"면서 "계좌번호를 변경할 수 있는 횟수에 제한을 두는 등 서비스를 개선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적금 계좌의 허점과 관련해서는 "당국과 은행업계가 머리를 맞대고 개선 방안을 모색했으나 중고 거래 사기는 보이스피싱과 달리 법적 근거가 없어 실효성 있는 방안을 마련하지 못했다"면서 "중고 거래와 같은 물품 사기도 전기금융통신사기피해방지법상 전기금융통신사기 범주에 포함하는 법 개정이 먼저 이뤄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hisunn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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