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속 좀 미룰까" 흉기난동 예고 글 계속, 불안감 너무 크다면…
연이은 흉기 난동 사건과 살인 예고 글이 유행처럼 퍼지면서 불안감이 커졌다고 호소하는 이들이 많아졌다. 특히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들은 핼러윈 데이처럼 특별한 날 유독 많이 찾는 이태원과 달리, 이번 흉기 난동 사건들은 누구에게나 익숙한 '지하철역' 근처라는 점, 모르는 사람에게 누구나 갑자기 당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일상의 장소'가 두렵게 보일 수 있다고 말한다. SNS상에선 "주위를 자꾸 두리번거리게 된다", "이젠 이어폰을 끼지 않고 뒤를 수시로 돌아보게 된다"며 많은 이들이 아직 불안에 떨고 있다.
실제로 우리 국민의 불안감이 확산한 상황을 보여준 조사 결과가 나왔다. 9일, 데이터 컨설팅기업 피앰아이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국 만 20~69세 3000명 가운데 95%는 "칼부림 난동 사건에 대해 심각하게 느끼며 걱정된다", 52.7%는 "공포심까지 들었다"고 답했다. 흉기 난동 사건을 접한 후, 행동 변화나 라이프 스타일의 변화가 있었는지를 묻자, 응답자의 32.8%는 "길을 걸어 다닐 때 휴대 전화를 보지 않거나 이어폰을 꽂지 않는 등 주위를 좀 더 경계하고 살펴본다"고 답했다.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곳에는 되도록 가지 않으려 했다(22.3%)", "호신용품에 관심이 생겨 검색해 보거나 구매했다(21.9%)", "기존 약속을 취소하고 외출을 자제했다(16.6%)"는 비율도 그 뒤를 이었다.
이런 불안감이 커지면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홍현주 한림대성심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안전하다고 생각해온 곳에서 그런 일들이 연이어 발생해 불안해하고 걱정하는 건 당연한 수순"이며 "하지만 '정신 회복력'이 있어, 대부분은 시간이 지나면 저절로 개선되고 예전으로 회복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문제는 불안감과 공포감이 '나아지지 않을 때'다. 홍현주 교수는 "불안감이 너무 커 일상생활을 제대로 누리지 못하는 경우라면 정신건강의학과에 내원해 상담·치료받는 것을 권장한다"고 말했다. ▲이전에 심각한 트라우마를 경험한 적 있는 사람 ▲평소 우울·불안감이 심한 사람 ▲평소 정신 건강이 남들보다 취약한 사람은 이번 흉기 난동 사건을 접한 후 불안 증상이 일반인보다 더 오래 갈 수 있다고 그는 경고했다.
홍 교수는 "평소 외래 때 '사람을 죽이고 싶다', '내가 사람을 죽일 것 같다', '살인 충동이 있지만 참고 있다'고 말하는 환자들이 왕왕 있다"며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대부분은 생각을 실행에 그대로 옮기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마음속에 공격성이 있다고 해서 표출하는 건 별개라는 것이다. 홍 교수는 "평소 살인 충동을 느낀다고 고백하는 이런 환자 중에 이번 흉기 난동 사건을 접한 후 깜짝 놀랐다고 말하는 경우도 있었다"며 "이들은 '내 생각이 위험한 것이었구나', '이러면 안 되겠구나'라고 반성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그런데 생각을 실행으로 옮기는 확률이 비교적 큰 집단이 있다. '10대 청소년'이다. 자극적인 환경에 동요하기 쉬운 시기이기 때문이다. 홍 교수는 "청소년이 언론 보도를 통해 자극적인 사건을 접하면 모방 심리로 인해 모방 범죄를 꿈꾸기 쉽다"며 "청소년이 이런 뉴스를 접하지 않게 하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최근 들어 10~20대의 정신 건강이 예전보다 심각해진 경향을 진료 현장에서 느낀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일반인 가운데 불안감이 쉽게 사그라지지 않는다면 자신만의 위안법을 찾는 게 좋다. 홍 교수는 "방검복·호루라기 같은 호신용품을 지닐 때 마음이 좀 더 편해진다면 외출할 때 챙겨서라도 불안감을 해소하길 권장한다"고 강조했다. 만약 공포감이 너무 심해 집 밖을 나서는 것조차 힘들다면 정신건강의학과에 내원해 상담받는 게 권장된다. 트라우마를 방치하면 일부에선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가 발병해서다. 홍 교수는 "평소 살인 충동이 들거나, 자·타해 위험성 즉, 자신이나 타인을 해치고 싶다는 생각이 강렬하게 드는 경우엔 반드시 정신건강의학과에서 상담·치료받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심교 기자 simky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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