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카눈' 오니 대피하라?…'어디로' 빠진 '부실 재난문자' 여전

홍유진 기자 2023. 8. 12.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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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 '카눈'이 한반도에 상륙한 10일 재난문자가 잇달아 발송됐으나 실효성이 없었다는 비판이 또다시 제기됐다.

'어디'로 '언제' 대피하라는 정보는 대부분 빠졌고 '즉시 안전한 곳으로 대피하라' '외출을 자제하라' 등 원론적인 내용만 담겨 부실 재난문자에 그쳤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행정안전부와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산림청, 도청, 구청 등에서 동일한 내용의 재난문자를 여러 건 발송한 것으로 파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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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신 지역구분 안돼…정작 지역별 정보 빠져
전문가 "지자체 중심으로 재난문자 발송해야"
재난문자가 전송된 스마트폰 화면. 2023.6.23/뉴스1ⓒ News1 민경석 기자

(서울=뉴스1) 홍유진 기자 = 태풍 '카눈'이 한반도에 상륙한 10일 재난문자가 잇달아 발송됐으나 실효성이 없었다는 비판이 또다시 제기됐다. '어디'로 '언제' 대피하라는 정보는 대부분 빠졌고 '즉시 안전한 곳으로 대피하라' '외출을 자제하라' 등 원론적인 내용만 담겨 부실 재난문자에 그쳤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지방자치단체 중심으로 지역별 필요한 정보가 담긴 재난문자를 발송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주무부처인 행정안전부는 "육하원칙에 따라 구체적인 행동 요령을 (재난문자에) 담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똑같은 문자만 10여통…지역별 필요한 정보 빠져

12일 <뉴스1> 취재를 종합하면 시민들은 앞서 10일 발송된 카눈 관련 재난문자에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 똑같은 문자만 10여통이나 받았다거나 정작 지역별 필요한 정보는 누락돼 있었다는 회의론이 고개를 들었다.

요컨대 '산림 인근' '침수·산사태 위험 지역' 등 모호한 표현이 사용돼 재난문자를 봐도 어디가 위험한지 알기 어려웠다는 것이다.

경기도 성남에 거주하는 최모씨(31)는 "10일에만 비슷한 내용의 재난문자를 12통이나 수신했지만 정확히 어떻게 대피하라는 건지 나오지 않은 데다 시도 때도 없이 휴대전화가 울리니까 솔직히 그러려니 했다"고 말했다.

이어 "태풍이 오면 조심해야 한다는 당연한 얘기를 왜 열 몇 통씩 보내는지 모르겠다"고 꼬집었다.

실제로 행정안전부와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산림청, 도청, 구청 등에서 동일한 내용의 재난문자를 여러 건 발송한 것으로 파악됐다.

행안부는 여러 재난 상황에 대비해 표준문안 186종을 마련했고 중앙정부와 지자체는 이 중 하나를 그대로 옮겨 발송했으나 시민들은 재난문자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것이다.

인근 대피소 현황과 지역별 태풍 상륙 시간 등 실질적인 정보는 빠지고 기계적인 문구만 문자에 담겼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문제는 재난문자 자체를 평가절하할 경우 시민들은 재난상황이 임박해도 둔감할 수 있다는 점이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이 발간한 '재난상황에서의 공공데이터 활용에 관한 실증분석'에 따르면 재난문자가 누적될수록 수신자들이 둔감하게 반응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효용 없는 재난문자가 반복적으로 전달될 경우 안전불감증을 유발할 수도 있다는 의미다.

태풍 '카눈'이 상륙한 지난 10일 재난문자가 발송된 스마트폰 화면. 2023.8.2/뉴스1 ⓒ News1 이기범 기자

◇석 달째 제자리걸음…행안부 "구체적 행동 요령 문자에 담을 것"

재난문자의 실효성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앞서 5월 북한 장거리 로켓 발사 직후 서울시에서 오발송한 재난문자가 대표적이다. 당시 서울시는 발송 사유와 행동요령 없이 대피할 준비를 하라는 문자를 보내 큰 혼란을 빚었다.

지난 7월 오송 지하차도 참사 때는 재난문자가 뒤늦게 발송됐다. 청주시에서 사고 발생 9분 전 침수 위험으로 대피하라는 문자를 보냈지만 이미 차를 돌리기에는 늦은 시점이었다. 충북도청은 사고가 이미 발생하고 나서야 재난문자를 발송했다.

이에 주무부처인 행정안전부가 지난 6월 '부실 재난문자'를 손보겠다고 나섰지만 석 달째 제자리걸음인 상태다. 재난문자에 담을 수 있는 글자수가 90자로 제한돼 있다는 이유에서다.

행정안전부 관계자는 "표준문안 186종에 대한 개선 작업을 진행 중"이라며 "90자 제한이 있지만 되도록 육하원칙에 따라 구체적인 행동 요령을 포함할 계획이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재난문자 시스템을 지자체 중심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문현철 숭실대 재난관리학과 교수는 "중앙정부에서 추상적인 내용의 재난문자를 일괄 발송하는 건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기초지자체 중심으로 재난문자를 보내거나, 만약 두세 개 군이 걸쳐있을 경우에는 광역 지자체에서 보내는 방식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디가 통행 금지됐고, 어디로 대피하라는 등 지역별로 필요한 정보를 포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cyma@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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