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타격도 정상급'… MLB 접수한 김하성[스한 위클리]

이정철 기자 2023. 8. 12.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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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한국 이정철 기자] 김하성(27·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이 연일 맹타를 터뜨리고 있다. 그동안 메이저리그 정상급 수비력을 지닌 내야수로 평가받던 김하성은 타격에서도 발전한 모습이다.

김하성은 특히 연속 15경기 연속 멀티출루를 기록하며 지난 2019년 은퇴한 '메이저리그 레전드' 스즈키 이치로와 어깨를 나란히 했다. 이젠 내셔널리그 MVP 후보로도 언급되고 있다.

김하성. ⓒAFPBBNews = News1

2023시즌 앞두고 유격수 자리를 뺏긴 김하성

김하성은 2021시즌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유니폼을 입으며 메이저리그에 입성했다. 내야 전포지션에서 뛰어난 수비력을 뽐내며 빅리그에 자신의 이름을 알렸다. 다만 한 포지션에서 주전 자리를 꿰차지 못하고 내야 유틸리티로서 활약해 아쉬움을 남겼다.

절치부심한 김하성은 2022시즌 메이저리그 최정상급 유격수로 도약했다. 팀 내 주전 유격수 페르난도 타티스 주니어의 약물 징계를 틈타, 주전 유격수를 꿰찬 김하성은 넓은 수비 범위와 안정적인 포구, 강한 어깨를 뽐냈다.

김하성은 2022시즌 유격수 포지션에서 1092이닝을 소화했다. 그는 DRS(수비로 얼마나 실점을 줄였는지를 나타내는 지표)에서 10, OAA(평균 대비 아웃카운트 처리 수치) 6을 기록했다. 모두 최정상급 수치였고 내셔널리그 유격수 골드글러브 후보 3인에 올랐다. 내셔널리그에서 가장 수비를 잘하는 유격수 3인으로 선정된 것이다. 댄스비 스완슨에게 밀리며 골드글러브 수상엔 실패했지만 메이저리그 최정상급 유격수로 인정받은 순간이었다.

이러한 활약에도 불구하고 김하성은 2023시즌을 앞두고 주전 유격수에서 밀려났다. 문제는 바로 김하성의 타격 능력. 김하성은 2022시즌 타율 0.251, 11홈런, OPS(장타율+출루율) 0.708로 평범한 타격 수치를 기록했다. wRC+(조정득점생산력)에서도 105로 메이저리그 평균인 100과 근접한 수준이었다. 최고의 수비수였으나 타석에서는 '그저 그런' 평범한 타자였다.

김하성. ⓒAFPBBNews = News1

샌디에이고는 '수비형 유격수'보단 공격형 '공격형 유격수'를 원했다. 이에 잰더 보가츠를 영입하며 2023시즌 주전 유격수를 맡겼다. 보가츠는 2022시즌 타율 0.307, 15홈런, 73타점, OPS 0.833로 준수한 성적을 남겼다. 포지션별 가장 뛰어난 타격을 펼치는 선수에게 수여하는 실버슬러거도 통산 5차례나 수상했다.

보가츠에게 밀린 김하성은 2023시즌 주전 2루수로 출전했다. 실망할 수 있는 순간임에도, 김하성은 2루수에서 엄청난 수비 능력을 보여줬다. 그는 지난 9일까지 수비 WAR(대체 선수 대비 승리기여도) 2를 기록하며 메이저리그 전체 2위, 내셔널리그 1위를 기록했다.

김하성은 결국 2023시즌 2루수 골드글러브 유력 후보로 급부상했다. 여기에 매서운 타격까지 터지기 시작했다.

타오르는 타격감, 이치로까지 소환하다

김하성은 지난 4월 타율 0.177, OPS 0.556으로 부진했다. 하지만 5월 타율 0.276, OPS 0.808로 반등하더니 6월 타율 0.291, OPS 0.844, 7월 타율 0.337, OPS 1로 매서운 타격을 과시했다.

김하성은 어느새 팀의 1번 타자로 자리를 굳혔다. 이어 지난달 23일부터 15경기 연속 멀티출루를 기록하며 '메이저리그 레전드' 이치로를 소환시켰다.

이치로는 2000년대 메이저리그를 뒤흔든 레전드이다. 2001년 타율 0.350을 기록하며 아메리칸리그 신인상과 MVP를 휩쓸었다. 이후 2019시즌까지 활약하며 통산 3089안타, 10번의 골드글러브, 3번의 실버슬러거 등 굵직한 기록을 써 내려갔다. 특히 안타와 출루 능력은 타의 추종을 불허했다.

이치로는 연속 경기 멀티출루 부문에서도 메이저리그 아시아 타자 기록 보유자였다. 2007년 6월4일부터 6월10일까지 15경기 연속 멀티출루를 성공했다. 16년의 세월이 지나, 김하성이 '출루 괴물' 이치로와 연속 경기 멀티출루 부문에서 타이를 이룬 셈이다. 역사적인 대사건이었다.

김하성은 내친김에 이치로의 기록을 추월하는 것에 도전했지만 실패했다. 지난 9일(이하 한국시간) 시애틀 매리너스전에서 1번 타자 겸 2루수로 선발 출전해 4타수 1안타 3삼진에 그쳤다. 그럼에도 김하성은 14경기 연속 안타 행진을 이어가며 뜨거운 타격감을 뽐냈다.

김하성. ⓒAFPBBNews = News1

김하성, MVP 득표도 보인다

'15경기 멀티출루-14경기 연속 안타'를 달성한 김하성에게는 달콤한 결과가 기다리고 있었다. 김하성은 9일까지 타율 0.288로 내셔널리그 9위를 기록했다. 출루율도 0.383으로 8위였다. wRC+도 134로 내셔널리그 8위다. 공격력에서도 정상급 선수로 도약한 것이다.

최고의 수비력을 지닌 김하성이 뛰어난 공격력도 갖추다 보니 무결점 선수로 진화했다. 이러한 결과는 WAR(대체선수 대비 승리 기여도)에 고스란히 드러났다. 김하성은 10일까지 베이스볼 레퍼런스 기준 WAR 5.8을 기록하며 내셔널리그 1위에 올랐다. 코리안 메이저리거가 현대 야구에서 가장 중요한 수치인 WAR에서 정상에 오른 순간이다.

그러자 김하성은 내셔널리그 MVP 후보로까지 언급됐다. 메이저리그 공식 홈페이지 엠엘비닷컴은 지난 8일 전문가 48명이 참여한 2023시즌 MVP 모의 투표 결과를 공개했다. 김하성은 1위부터 5위까지 포함되지 못했지만 득표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물론 김하성의 MVP 수상 가능성은 매우 떨어진다. 메이저리그는 MVP 기준으로 개인 성적 외에도 팀 성적을 크게 고려한다. 실제 엠엘비닷컴에서 발표한 MVP 모의 투표에서 내셔널리그 1위부터 4위까지는 지구우승이 유력한 팀들에서 나왔다. 김하성이 활약하고 있는 샌디에이고는 내셔널리그 서부지구 3위다. MVP를 수상할 가능성이 적은 이유다.

그럼에도 김하성은 모의투표에서 득표에 성공했다. 그만큼 뛰어난 활약을 펼치고 있다는 증거다. 이러한 활약을 남은 시즌 이어간다면, 개인 성적으로 메이저리그 최정상급 기록을 남기며 MVP 투표에서도 표를 얻을 수 있다.

김하성. ⓒAFPBBNews = News1

지금까지 코리안 메이저리거로는 단 2명만이 메이저리그 MVP 투표에서 득표를 했다. 추신수가 2010년 클리블랜드 인디언스에서 활약할 당시 아메리칸리그 MVP 투표에서 9점으로 14위, 2013년 신시내티 레즈 소속으로 내셔널리그 MVP 투표에서 23점을 받아 12위에 올랐다.

류현진은 2019년 8위 표 1장을 받아 3점으로 내셔널리그 19위를 차지했다. 이처럼 MVP 득표는 투, 타를 대표하는 코리안리거들만 이뤄낸 이정표다. 김하성이 이 이정표에 매우 가까이 다가가고 있다는 의미다.

2021시즌 메이저리그 입성 후, 수비에서 단단한 모습을 보여줬던 김하성. 이제는 타격에서도 맹활약하는 모습이다. 어느덧 정상급 선수로 올라서며 골드글러브, MVP 후보로 거론되며 메이저리그를 접수한 김하성이다.

-스한 위클리 : 스포츠한국은 매주 주말 '스한 위클리'라는 특집기사를 통해 스포츠 관련 주요사안에 대해 깊이 있는 정보를 제공합니다. 이 기사는 종합시사주간지 주간한국에도 동시 게재됩니다.

 

스포츠한국 이정철 기자 2jch422@sportshankoo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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