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저우 금바오(金寶)] 세팍타크로 막내 이준욱 "20년 만에 아시안게임 금메달 목에 걸겠습니다"
지난달 15일(한국시간) 태국 코랏 라콘라차시마에서 열린 세계세팍타크로선수권대회 남자 쿼드(4인조) 결승전. 화려한 가위차기로 득점에 성공한 한국 대표팀 선수들이 환호성을 내지르며 코트를 가로질렀다. 인도네시아에 세트스코어 2-1(19-21 21-19 21-17)로 승리하며 대회 2연패를 달성하는 순간이었다. 얼싸안고 기쁨을 나누는 선수단 사이에서 유독 앳된 얼굴이 눈에 띄었다. 대학생 신분으로 올해 첫 성인대표팀에 뽑힌 이준욱(22·목원대)이었다. 어린 나이에도 당당히 대표팀 주전 선수로 활약하고 있는 그를 지난달 24일 대전 목원대에서 만났다.
“20년 만에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목에 걸겠습니다.”
이준욱의 목소리에는 대학생다운 패기가 묻어 있었다. 그는 “쿼드는 한국이 세계 최강이라고 생각한다. 막내로서 최선을 다해 한국 세팍타크로의 새 역사를 직접 쓰고 싶다”며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의 목표를 밝혔다.
비인기 종목인 탓에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한국은 명실공히 세팍타크로 강국이다. 태국 세계선수권에서 쿼드 금메달과 함께 팀 이벤트(단체전) 동메달도 목에 걸었다. 앞서 중국 진화에서 열린 2023 아시아 세팍타크로 챔피언십에서도 쿼드 종목 은메달을 획득했다. 역대 아시안게임에서도 한국은 2002 부산 대회 금메달 1개를 비롯해 은메달 6개, 동메달 7개를 수확했다. 비동남아 국가 중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딴 나라는 한국이 유일하다.
이준욱은 한국이 세팍타크로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비결로 훈련량을 꼽았다. 그는 “대표팀은 새벽에는 러닝, 오전에는 컨트롤과 리시브 등 기본기 훈련, 오후에는 서브와 스파이크 등 기술 훈련을 진행한 뒤 저녁 개인 훈련을 추가한다”며 “학교(목원대)에서도 시간이 날 때마다 훈련하는 시스템이 잡혀 있어 훈련량만큼은 세계 어느 나라보다 많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선택과 집중’도 한국이 세팍타크로 강국으로 거듭난 원동력이다. 세팍타크로 세부 종목은 더블(2인조)·레구(3인)·쿼드·팀 이벤트로 나뉘는데, 아시안게임에서는 소수 국가의 독주를 막기 위해 각 국가당 두 종목만 출전할 수 있다. 이 중 쿼드와 팀 이벤트에 출사표를 던진 남자 대표팀은 해당 종목에 몰입해 훈련을 진행 중이다.
매일이 강행군의 연속이지만 이준욱은 딱히 힘들다는 생각을 하지 않는다. 오히려 “훈련이 재밌다”고 말할 정도다. 그도 그럴 것이 비교적 늦은 나이인 고등학생 때 세팍타크로에 입문한 그는 이미 수년간 남들보다 2~3배 많은 훈련량을 소화해왔다. 그는 “부산체고 1학년때까지 체조를 하다 세팍타크로부 감독님 권유로 공을 잡았다”며 “기본기는 당연히 부족했고, 킬러(공격수)임에도 공격 성공률이 많이 떨어졌다. 결국 남들 한 번 찰 때 두 번 차고, 부족한 것이 있으면 체육관에서 혼자 연습을 했다”고 돌아봤다. 가장 자신 있는 기술이라고 밝힌 롤링스파이크(한 바퀴 회전해 때리는 스파이크) 실력 역시 하루 300~500개의 스파이크 훈련이 쌓인 결과물이다.
피나는 노력 덕분에 이준욱은 입문 이듬해부터 전국대회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그는 “고교시절 전국체전을 포함해 5개 대회에서 쿼드와 레구 종목 금메달을 땄다”며 “대학 진학 후에는 21세 이하(U-21) 대표팀에 발탁됐다”고 말했다.
아시안게임 대표팀에 발탁된 데는 운도 따랐다. 코로나19로 대회가 1년 연기되며 올해 국가대표를 재선발하게 된 것. 그는 “올해부터는 U-21 대표로 뛸 수 있는 나이가 지난 만큼 성인 대표팀에 도전해보자는 생각이 들었다”고 밝혔다. “(선발전에서)보여줄 건 다 보여줬다”는 그의 말처럼 이준욱은 목원대 소속으로 출전한 선발전에서 금메달과 최우수선수상을 모두 거머쥐었다.
거칠 것 없는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이준욱에게 딱 한 가지 부족한 것은 큰 대회 경험이다. 스스로도 “세계선수권대회 때 너무 긴장해서 몇 득점을 올렸는지 기억이 안 난다”고 말할 정도다. 그의 부족함을 채워주는 건 대표팀 선배들이다. 이준욱은 “형들이 긴장하지 말고 하던 대로만 하면 잘 할 수 있다고 끊임없이 조언 해준다”며 “아시안게임에서 막내의 패기를 제대로 보여주겠다”고 힘줘 말했다.
대전 박주희 기자 jxp93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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