있는데도 안쓴다... '아빠 육아휴직' 여전히 저조

이재현 기자 2023. 8. 12. 06:41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머니S리포트-'맞벌이의 함정' IT 업계 ②] 육아휴직률, 여성이 남성의 '10배'

[편집자주]정보통신(IT) 기업들이 맞벌이 부부를 위한 지원책을 마련하는 데 힘을 쏟고 있다. 사내 어린이집을 대폭 늘리고 육아 휴직도 후하게 보장한다. 자녀가 있는 임직원들의 육아 부담을 낮춰 회사 생활에 집중할 수 있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기 위해서다. 이러한 노력은 '일과 가정의 양립'에만 그치지 않는다. 저출산 문제가 한국 사회의 고질병으로 떠오른 만큼 예비 신혼부부들이나 난임 부부를 위한 지원책도 선도하고 있다.

정보기술(IT) 기업들이 육아휴직 관련 복지에 힘 쓰고 있지만 여전히 남성 육아 휴직률은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이미지투데이

◆기사 게재 순서
① 맞벌이 부부, 늘어나는 육아·업무 부담과 지출에 '아우성'
② 있는데도 안쓴다... '아빠 육아휴직' 여전히 저조
③ "맞벌이 부부 잡자"... 적극적 '육아 친화' 정책 나선 IT 기업
국내 정보통신(IT) 기업들이 직원들을 위한 복지의 일환으로 육아 휴직 등을 활발히 장려하고 있지만 여전히 남성 직원들의 이용률은 높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해외의 사례를 참고해 정책에 강제성을 부여해서라도 남성 육아 휴직률 제고를 고민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육아휴직에 대한 기업 및 사회 분위기, 제도가 개선되고 있지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수준보다는 낮기 때문이다.


'엄마 휴직', '아빠 휴직'과 많게는 20배 차이


카카오와 엔씨소프트의 육아휴직 현황을 나타낸 그래프. /그래픽=강지호 기자
국내 IT 기업들의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 따르면 남성 육아 휴직률은 아직 저조하다. 출산 휴가와 별개로 제공되는 육아 휴직은 남녀 직원 모두 대상자에 해당 되지만 실제로 이용하는 건 여성 비율이 10배 이상 높다.

카카오는 8세 또는 초등학교 2학년 이하의 자녀를 둔 모든 크루를 대상으로 2년의 육아휴직(법정기준 1년 포함)을 제공한다. 2022년 카카오의 육아휴직 대상인원은 남자 536명, 여자 260명이었다. 육아 휴직을 실제로 이용한 인원은 남성 12명, 여성 52명뿐이었다. 비율은 남성 2.2%, 여성 20%다.

카카오의 육아휴직 이용자는 ▲2021년 남성 535명 중 10명(1.9%), 여성 270명 중 67명(27.8%) ▲2020년 남성 429명 중 13명(3%), 여성 175명 중 112명(64%)이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의한 재택근무 등 요인으로 육아 휴직률은 변동이 있었지만 매년 남성의 휴직률은 여성과 큰 폭으로 벌어졌다.

임신·육아기 임직원을 위한 육아휴직을 지원하는 (법정 1년 포함 최대 2년) 엔씨소프트 상황도 다르지 않다. 지난해 엔씨소프트에선 육아 휴직 대상인원(남성 995명, 여성 223명) 중 남성 21명과 여성 58명이 육아 휴직을 사용했다. 남성 육아 휴직률은 2.1%인 반면 여성 육아휴직률은 26%다.

직전 년도인 2021년엔 남성 1125명 중 13명(1.1%), 여성 249명 중 47명(18.9%)이 이용했고 2020년엔 남성 1032명 중 18명(1.7%), 여성 230명 중 42명(18.3%)이 육아휴직을 냈다. 남녀 육아휴직률은 많게는 20배 가까이 차이 났다.

한국엔 남성 육아휴직 데이터를 의무 공개하는 제도는 없지만 통계청에 따르면 2021년 기준 한국의 육아 휴직률은 남성 4.1%, 여성 65.2%에 그치는 것으로 집계됐다.

IT업계 관계자는 "아직 사용률은 저조해도 남성 육아휴직을 쓴다고 눈치를 주거나 하는 분위기는 아니다"며 "업계 특성상 다른 업종에 비해 자유롭게 쓰도록 장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휴직기간 의무 할당해야"… 스웨덴·아이슬란드, 男 의무휴직 40%↑


정부와 기업의 노력에도 국내 남성 육아 휴직률이 한 자릿수를 벗어나지 못하자 일각에선 권고차원이 아닌 강제 조치가 필요하단 목소리도 나온다. 해외에선 남성의 육아 휴직률을 높이기 위해 휴직 기간을 의무로 정하고 있기도 하다.

OECD에 따르면 한국은 2021년 기준 육아휴직자 가운데 남성이 차지하는 비중이 20%대에 불과했다. 스웨덴·아이슬란드·포르투갈·노르웨이 등 육아휴직 남성 할당제를 시행하는 나라는 육아휴직자 중 남성이 40%를 넘었다. 룩셈부르크는 이 비율이 53%에 달했다. 반면 한국 등 8개 OECD 회원국에서는 출생아 100명당 육아휴직을 사용한 남성이 10명도 되지 않았다.

스웨덴은 육아휴직 이용자가 대부분 여성인 점을 개선하기 위해 전체 육아휴직 기간 중 일부는 반드시 부모 각자가 사용하도록 하는 '부모 할당제'를 도입했다. 부모 양쪽을 합해 총 480일의 육아 휴직이 주어지는데, 이 중 150일은 상대방에게 양도할 수 있지만 90일은 의무로 부모가 각각 이용해야 한다.

아이슬란드는 2000년대 초 '아빠 엄마 쿼터'를 도입해 3%에 불과했던 육아휴직자 중 남성의 비율을 약 45%까지 끌어올렸다. OECD는 "남성들이 양도할 수 없는 육아휴직 권리를 부여받는다면 육아휴직이 현저히 늘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회입법조사처도 2020년 OECD 자료를 인용해 한국은 출생아 100명당 여성 21.4명, 남성 1.3명이 육아휴직을 사용했다면서 한국은 정보가 공개된 OECD 19개 국가 중 육아휴직 사용 일수가 가장 적다고 지적했다. 한국은 제도적으로는 OECD 국가 중 남성 유급 육아휴직 기간이 52주로 가장 길지만 이용률은 꼴찌 수준이다. 남성 육아휴직을 지원하기 위해선 육아휴직 의무 사용 및 사내 보육시설 활성화 등 정부 정책들이 절실하다.

이재현 기자 jhyunee@mt.co.kr
<저작권자 ⓒ '성공을 꿈꾸는 사람들의 경제 뉴스' 머니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머니S & moneys.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