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중독'되면 '흉기난동범' 된다고?…그 오해와 진실
"인과관계 불명확…범행 사회적 맥락 지울 수도" 우려
(서울=뉴스1) 이기범 기자 = "현실과 괴리된 게임중독 상태에서 '불만과 좌절' 감정이 쌓여 저지른 '이상동기 범죄'"
"젊은 남성을 의도적 공격 대상으로 삼아, 마치 컴퓨터게임을 하듯이 공격한 사건"
'게임 중독'이라는 해묵은 논란이 재점화했다. 발단은 검찰이 서울 신림동 흉기난동 살인사건 수사 결과를 발표하며 피의자 조선(33)의 '게임 중독'을 강조한 것이다.
게임 과몰입이 특정 조건에서 범행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은 있다. 그러나 범행의 직접적인 원인은 될 수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게임 중독과 범행 사이 인과관계가 명확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게임 중독 전면에 내세웠지만…"범죄 인과관계 불명확해"
서울중앙지검 전담수사팀(부장검사 김수민)은 11일 조선의 범행에 대해 "현실과 괴리된 게임 중독 상태에서 불만과 좌절이 쌓여 저지른 이상동기 범죄"라고 밝혔다.
이 같이 판단한 이유로는 "범행 직전 8개월 동안 외출도 없이 집에서 게임만 했으며, 범행 당일 아침에도 휴대전화로 게임 동영상을 시청했다"는 점을 제시했다.
특히 범행 당시 △가벼운 뜀걸음 △피해자의 뒤나 옆에서 공격 △범행 시도 후 신속히 재정비 △새로운 타깃 물색 등의 특이한 행태를 보였는데 이것이 '1인칭 슈팅 게임'과 유사한 형태라고 부연했다.
경찰 수사 때만 해도 이런 범행 특징은 알려지지 않았으나 검찰은 사건을 넘겨받은 후 수사 결과를 발표하며 조선의 게임 중독을 짚은 것이다. 그러나 학계와 게임업계에서는 게임 중독과 범죄 간 인과관계가 불명확하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2021년 한국중독범죄학회가 발간한 '온라인 게임 범죄 연구동향 분석'에 따르면 게임의 폐해와 그에 따른 규제에 대한 논의는 많지만, 실증 없이 온라인 게임과 범죄 간 연관성을 전제로 한 연구가 대부분이었다. 해당 논문은 2002년 이후 발간된 관련 논문 50편을 연구 대상으로 삼았다.
논문의 저자인 김학범 세명대 경찰학과 교수는 "일부 온라인 게임의 유형은 특정 사용자 집단과 관련하여서는 특정 범죄 유형이 발생할 수 있는 조건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온라인 게임의 어떠한 측면이 어떠한 역기능을 도출하는지에 대하여 명확한 연구대상과 연구범위를 설정하고 수행한 연구는 아직 부족한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게임중독이 폭력 범죄의 직접적 원인은 아니다. 모든 게임 플레이어가 범죄자가 되는 건 아니다"며 "특정 범죄에 있어선 일정 조건이 성립하면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검찰 역시 게임 중독이 조씨의 직접적인 범행 동기는 아니라면서, 가족 관계가 붕괴되고 사회생활에 적응하지 못하는 등 현실에 대한 불만이 쌓여 '게임의 형태'로 발현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의학적으로 접근한 것은 아니며 가족 등의 진술에 따라 게임 중독으로 판단했다고 말했다.
◇진전없는 게임에 대한 사회적논의…"실체적 원인 가릴 수도"
게임에 대한 사회적 논의는 양극화돼 있다. 한쪽에서는 폭력성과 중독성 문제를 일으키는 질병으로, 다른 한쪽에서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불리며 산업적 관점에서만 논의된다. 양극단의 논리에 갇혀 게임이 갖는 순기능과 역기능에 대한 사회적 논의는 매번 제자리걸음을 해왔다.
지난 2011년 한 지상파채널의 '온라인 게임의 폭력성' 보도는 한쪽으로 치우친 게임에 대한 사회적 논의의 단적인 예를 보여준다. 당시 보도는 온라인 게임과 폭력의 연관성을 보여준다는 명목으로 PC방 전원을 차단해 흥분한 게임 이용자들의 모습을 담아 비판을 받았다. 현재는 논리적 인과관계가 부족한 인터넷 '밈'으로 소비되고 있다.
이번 검찰의 발표를 놓고 한 게임 업계 관계자는 "2003년 발표인 줄 알았다"며 진전없는 게임에 대한 논의에 대해 아쉬움을 토로했다.
반대로 수십조 규모의 게임 산업 위축을 논거로 한 주장들도 게임에 과몰입하는 현상을 가린다는 주장도 나온다. 게임의 수익성에만 초점을 맞출 경우 오히려 게임 중독 담론에 힘을 실어줄 수 있다는 지적이다.
또 게임 중독과 범죄의 원인과 결과를 오도할 경우 실존하는 사회적 맥락이 지워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2019년 정의준 건국대 문화콘텐츠학과 교수는 5년간 10대 청소년 2000명을 대상으로 추적 관찰한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이 연구 결과에 따르면 게임 과몰입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요인은 게임 시간이 아닌 자기통제력이다. 여기에는 학업스트레스가 영향을 미쳤고, 부모의 과잉간섭, 과잉기대 등 부모의 양육 태도 등이 주된 요인이 된다는 분석이다. 게임 중독은 원인이 아닌 사회·환경적 요인에 의한 결과일 수 있는 셈이다.
이장주 이락디지털문화연구소 소장은 "게임에만 원인을 돌리면 실체적 원인을 가리는 부작용이 생길 것"이라며 "실업 등 사회 문제에 있어 안전망이 작동하지 않는 상태에서 이런 범죄가 반복되게 할 수 있다"고 짚었다.
Ktiger@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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