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담대 키우는 인뱅, 영끌 조장?… 올 상반기 카뱅 5배·케뱅 2배 폭증

박슬기 기자 2023. 8. 12. 0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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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용산구 카카오뱅크 서울오피스./사진=장동규 기자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 등 두 인터넷전문은행이 올 상반기 주택담보대출 영업에 공격적으로 나서면서 금융당국이 이들 주담대 확대 행태에 대한 집중 점검을 예고했다.

은행권 가계대출이 사상 최대치를 찍은 가운데 중저신용자 포용이라는 설립 취지와 무색하게 인터넷은행들이 주담대 자산을 늘리는 데 몰두하자 금융당국이 제동에 나서는 것으로 분석된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지난 10일 기획재정부, 국토교통부, 한국은행, 금융감독원, 은행연합회, 주택금융공사 등 유관기관과 '가계부채 현황 점검회의'를 열고 최근 가계대출 증가의 주요인으로 주담대를 꼽았다.

지난달 은행권 가계대출 잔액이 1068조1000억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 4개월 연속 증가세를 보였다.

7월 주담대 규모는 820조8000억원으로 한달만에 6조원 증가했는데 이는 5개월 연속 상승인 동시에 지난 2021년 7월(6조원) 이후 가장 큰폭의 증가세다.

금융당국은 최근 인터넷은행들이 주담대 규모를 공격적으로 늘리고 있다는 데 주목했다. 인터넷은행 주담대는 대출 심사와 실행 등 전 과정이 100% 비대면으로 진행되는 만큼 대출자에 대한 심사가 제대로 이뤄지고 있는지 등을 집중 점검하겠다는 게 금융당국의 계획이다.


인뱅 주담대 증가가 가계빚 증가 불쏘시개?


주담대를 통해 실적 개선을 일구고 있는 인터넷은행들은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한 인터넷은행 관계자는 "5대 은행 주택담보대출 잔액이 지난달 말 기준 약 513조인데 이중 약 1%에 해당하는 인터넷은행 주담대가 전체 가계대출 잔액에 끼치는 영향은 무척 미미하고 가계대출 증가 견인의 불쏘시개가 아니다"고 토로했다.

현재 인터넷은행 3사 중 주담대를 취급하는 곳은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 두곳 뿐이다. 토스뱅크의 경우 내년 주담대를 출시할 계획이다.

카카오뱅크의 올 2분기 말 기준 주담대 잔액은 5조5200억원으로 지난해 말(1조1960억원)과 비교해 약 4.6배 급증했다.

지난해 2월 주담대를 출시한 카카오뱅크는 그해 1분기 말 460억원에서 2분기 1920억원, 3분기 5040억원, 4분기 1조1960억원으로 주담대 규모를 점차 키워왔다.

특히 올해 들어 카카오뱅크의 주담대 증가세는 더 가팔라진 모습이다. 올 상반기에만 카카오뱅크 주담대가 4조3240억원 증가했다.

전체 대출에서 주담대가 차지하는 비중도 지난해 1분기 0.2%에서 2분기 0.7%, 3분기 1.8%, 4분기 4.3%, 올 1분기 8.0%로 한 자릿수를 보이다가 올 2분기 16.3%로 급등했다.

카카오뱅크 관계자는 "올 2분기 주담대 신규 취급액 3조5000억원 중 약 60%(2조1000억원)가 대환 목적이었다"며 "이미 시중은행에서 주담대를 갖고 있는 고객들의 갈아타기 수요가 높아진 것으로 전체 주담대 증가를 이끌었다고 보기엔 어렵다"고 말했다.

카카오뱅크는 시중은행 대비 낮은 금리의 주담대 상품을 판매하고 중도상환해약금 면제 등 혜택을 제공해 주택 구입을 희망하는 실수요자들의 금융비용 부담을 덜어줬다는 게 카카오뱅크 츨 설명이다.

케이뱅크는 아파트담보대출 잔액은 지난해 12월 말 1조2000억원에서 6월 말 2조4000억원으로 두배 증가했다.


인뱅 주담대 늘리는 이유는… 중저신용자 목표치는 모두 하회


이처럼 인터넷은행들이 주담대를 크게 늘리는 이유는 대출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고 건전성을 높이기 위해서다.

주담대는 연체가 발생해도 주택을 경매로 매각해 원금을 대부분 회수할 수 있어 신용대출에 비해 상대적으로 리스크가 적은 대출로 분류된다.

이에 인터넷은행은 시중은행 대비 낮은 대출금리를 내세워 주담대 규모를 급격하게 늘려왔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지난달 신규 취급액 기준 카카오뱅크의 분할 상환 주담대 평균 금리는 연 4.02%로 은행권에서 가장 낮았다. 이어 케이뱅크가 4.09%였다. 5대 시중은행은 연 4.3~4.74%로 집계됐다.

일각에선 인터넷은행들이 최대 과제인 중저용자 대출 확대에는 소홀하고 주담대 확대라는 외형성장에만 치중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올해 연말까지 인터넷은행 3사의 중저신용자 목표 비중은 카뱅 30%, 케이뱅크 32%, 토스뱅크 44%인데 지난 3월 말 기준으로 각각 26%·24%·42%를 기록, 목표치를 모두 밑돌고 있다.

카카오뱅크는 올 2분기까지 해당 비율을 27.7%로 끌어올렸다고 발표했지만 하반기 2.3%포인트 더 끌어올려야 하는 상황이다.

케이뱅크는 올 2분기 인터넷은행 3사 중 유일하게 중금리 대출을 줄였다. 올 2분기 중금리 대출을 카카오뱅크는 56%, 토스뱅크는 46% 늘렸는데 케이뱅크만 같은 기간 24% 줄였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연체율이 높아지면서 중저신용자에게 대출을 내주는게 쉽지 않지만 설립 취지상 중저신용자 대출 확대가 우선돼야 한다"며 "수익성만 고려하는 것은 아닌지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슬기 기자 seul6@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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